[스포츠서울 | 사포판=김용일 기자] “(조)규성이 형 헤더, 슬로우 모션처럼…운이 안 따랐다.”

축구대표팀의 엄지성(스완지시티)은 멕시코전 후반 막판 결정적인 크로스도 동점골을 끌어낼 뻔한 상황을 돌아보며 말했다.

엄지성은 20일(한국시간) 축구대표팀 베이스캠프 훈련장인 멕시코 과달라하라 인근 사포판의 치바스 베르데 바예에서 시행한 인터뷰에서 “감독, 코치께서 내게 요구한 건 사이드에서 일대일하면서 크로스를 올리는 등 공격적인 부분이었다”며 “계속 그 훈련을 했다”고 말했다.

한국은 전날 사포판의 아크론 스타디움에서 열린 멕시코와 2026 북중미 월드컵 조별리그 A조 2차전에서 전반 중반 이후 경기를 주도했지만 후반 5분 골키퍼 김승규와 이기혁이 공중볼 처리 과정에서 실수를 범해 루이스 로모에게 선제 결승골을 허용했다.

추격 과정에서 홍명보 감독이 꺼낸 카드 중 한 명이 엄지성이다. 후반 26분 김문환 대신 투입했다. 그는 왼쪽 윙백에서 공격 지향적으로 움직였다. 직전 체코와 1차전(한국 2-1 승)에서 후반 교체 투입돼 20분여를 뛰며 월드컵 데뷔전을 치른 그는 멕시코전에서 한결 가벼운 몸놀림을 뽐냈다.

후반 42분 결정적인 기회를 잡았다. 페널티박스 왼쪽에서 오른발로 크로스했다. 이때 골문 오른쪽에서 조규성이 노마크 헤더 슛으로 연결했는데 상대 골키퍼 라울 랑헬이 가까스로 손을 뻗어 저지했다. 득점과 다름 없는 상황이었다.

엄지성은 “(조규성이) 살리지 못한 건 운이(없던 상황이)라고 생각한다. 조금만 옆으로 가면 골이 됐다”고 감쌌다. 그러면서 “사실 규성이 형을 보고 올린 게 아니다. 약속한 플레이다. 보지 않고도 우리 선수를 믿고 크로스를 올렸다”며 “크로스가 강하게 올라갔는데 당시 엄청 슬로우 모션처럼 천천히 지나간 기억이다. 짧은 시간에도 (2022 카타르 대회 시절) 가나전이 머릿속에 스쳤던 것 같다”고 말했다. 4년 전 가나와 조별리그 2차전에서 조규성은 머리로 멀티골을 터뜨린 적이 있다.

엄지성은 바라던 월드컵 무대를 누비며 축하 연락을 많이 받았다고 한다. 그는 “대한민국 국민으로 월드컵을 응원한 사람이다. 아직 실감이 나지 않아 경기장에서 긴장도 덜 된다”며 “선수단 분위기는 좋다. 아직 예선전(조별리그)이 마무리되지 않았다. 다음 경기를 잘 준비하겠다”고 강조했다.

그는 한국이 이번 월드컵 1,2차전에서 준비한 경기 모델을 비교적 잘 그려내는 것에 “모든 선수의 퀄리티가 뛰어나다. 경기장에서 자기 역할이 무엇인지 잘 알고 있다. 교체 선수도 그렇다. 1차전 때 (오)현규 형처럼 교체 선수가 득점하고 승리한 것도 전원이 한마음 한뜻, 경기에 뛰든 안 뛰든 역할을 다하고 이미지 트레이닝한 덕분”이라고 말했다.

2021년 K리그1 광주FC에서 프로로 데뷔한 그는 이정효 현 수원 삼성 감독의 애제자로 불리며 급성장했다. 2024년 잉글랜드 챔피언십(2부) 스완지시티로 이적하며 유럽 무대에 진출했다.

엄지성은 ‘은사’ 이 감독의 연락을 받았냐는 말에 “따로 대화한 건 아니다. 워낙 큰 무대이고 중요한 시기에 있기에 (이 감독께서) 나를 배려하는 차원에서 그러시는 것 같다”며 “(지인에게) 워낙 축하를 많이 받았다. 모든 분께 감사하다. 감사함에 보답하도록 다음 경기 잘 준비하는 게 내 임무”라고 미소 지었다.

1승1패(승점 3)를 기록한 한국은 멕시코(승점 6)에 이어 조 2위에 매겨졌다. 3위 체코, 4위 남아공(이상 승점 1)과 격차를 벌리지 못했다. 한국은 오는 25일 몬테레이에서 남아공과 3차전을 치른다. 멕시코전 패배로 조 1위 달성엔 실패했으나 남아공과 경기에서 비기기만 해도 조 2위를 확보, 32강에 오를 수 있다. kyi0486@sportsseou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