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포츠서울 | 과달라하라=김용일 기자] 통한의 실수로 승점을 잃었지만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품었다. 스리백을 바탕으로 빠른 전환 패스를 통한 공격까지 ‘월드컵 플랜A’가 갈수록 안정적으로 가동, 체코와 1차전 역전승(2-1 승)이 우연이 아니었음을 증명했다.
홍명보 감독이 이끄는 축구대표팀은 지난 19일(한국시간) 멕시코 과달라하라 인근 사포판의 아크론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6 북중미 월드컵 조별리그 A조 2차전에서 ‘홈 팀’ 멕시코에 0-1 석패했다. 1승1패(승점 3)를 기록한 한국은 ‘1위, 32강행’을 조기에 확정한 멕시코(2승·승점 6)에 이어 2위를 마크했다. 3위 체코, 4위 남아프리카공화국(이상 승점 1)과 승점 차를 벌리진 못했지만 25일 몬테레이에서 열리는 남아공과 3차전에서 비기기만 해도 2위를 확정하며 32강행이 가능하다.
멕시코전은 전반 중반 이후 이강인(파리 생제르맹)의 전환 패스를 앞세워 한국이 경기를 지배했다. 그러나 후반 5분 공중볼 처리 과정에서 골키퍼 김승규와 이기혁이 충돌하는 실수가 나오며 루이스 로모에게 결승골을 허용했다.


한국은 4만여 홈 관중의 열렬한 응원을 등에 업은 멕시코의 초반 공세를 제어하며 홍 감독이 바라는 경기를 자신 있게 펼쳤다. 패스 성공 횟수에서 510-360, 슛 수에서 9-8로 멕시코에 우위를 보였다. 이영표 KBS축구해설위원도 경기 직후 “압도적인 상대 경기장 분위기에서 커뮤니케이션 실수, 이거 하나를 제외하고 우리 선수는 모든 게 좋았다”며 한 골 차 패배를 아쉬워했다.

본선에 오기 전 여러 불안 요소를 지운 덕분인지 선수는 확신을 품고 있다. ‘중원사령관’ 황인범은 “(2022) 카타르 대회 때 가나전(2차전·2-3 패)을 치른 뒤 벽에 부딪힌 느낌이어서 울기도 했다. 지금은 충분히 우리가 준비한 장면이 자주 나온다”고 말했다. ‘수비의 핵’ 김민재도 “1차전에 이어 2차전도 잘했다고 생각한다. 월드컵 오기 전 안 맞았던 부분이 눈에 띄게 좋아졌다”고 강조했다.


전술적 완성도가 높아진 것도 있지만 1,2차전 때 제 색깔을 낸 숨은 동력은 주력 선수의 4년 전 성공 경험, 홍 감독 부임 이후 지속해 온 신구조화의 결실이다. 파울루 벤투 감독이 이끈 2022 카타르 대회에서 태극전사는 주도하는 축구와 더불어 ‘중꺾마(중요한 건 꺾이지 않는 마음)’ 정신을 내세우며 한국의 사상 첫 두 번째 원정 16강 진출을 해냈다. 북중미 대회를 앞두고 2024년 8월 홍 감독이 지휘봉을 잡은 뒤엔 외인 감독 체제에서 중용받지 못한 젊은피가 녹아들었다. 대표적인 자원인 스트라이커 오현규(베식타스)는 보란듯이 지난 체코전 때 후반 교체로 들어가 결승포를 작렬했다. 멕시코와 2차전에서는 엄지성(스완지시티)이 2경기 연속 조커로 투입돼 골과 다름없는 조규성(미트윌란)의 헤더를 이끄는 ‘택배 크로스’를 뽐내며 기대치를 올렸다.
엄지성은 “선수단 전원이 한마음 한뜻으로 경기에 뛰든 안 뛰든 자기 역할을 다하려고 한다. 늘 이미지트레이닝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강인은 “꼭 32강에 진출해서 더 좋은 모습 보여 16강가고 싶다. 16강에서도 더 잘해 8강에 가도록 할 것”이라고 당차게 말했다. 태극전사 사이에서 4년 전 중꺾마는 북중미에서 ‘될꺾마(될 거란 믿음을 꺾지 않는 마음)’로 진화한 모습이다. 남아공전도자만이 아닌 자신감을 품고 임한다. 한국은 22일 전세기를 타고 과달라하라에서 결전지인 몬테레이에 입성한다. kyi0486@sportsseoul.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