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몬테레이=정다워 기자] 경험은 무시할 수 없다.

남아프리카공화국은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 61위로 23위의 한국과 비교하면 전력이 확실히 떨어진다. 팀의 간판인 라일 포스터(번리)는 컨디션 난조로 체코와 2차전에 결장했다. 주전 미드필더 테보호 모코에나, 베테랑 공격수 템바 즈와네까지 두 명의 핵심 자원은 경고 누적, 퇴장 징계로 한국전에 출전하지 못한다. 여러 면에서 한국이 유리해 보이는 매치업.

가장 경계해야 할 건 백전노장 휴고 브로스(벨기에) 감독의 경험이다. 1952년생으로 74세인 브로스 감독은 1986년 멕시코 월드컵에 선수로 출전한 경력도 있다. 이번 대회를 끝으로 지도자 은퇴를 선언한 만큼 32강 진출을 위해 사활을 걸 전망이다.

이번 대회는 경기 사이 휴식 시간이 길다. 남아공은 19일 체코와 2차전을 치렀고, 25일 한국과 마지막 경기를 갖는다. 충분히 분석하고 대응할 여유가 있다. 브로스 감독은 체코전 이후 “한국은 멕시코와 체코 사이에 있는 팀”이라면서 “체코전을 보면 매우 잘 훈련돼 있는 팀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좋은 선수가 많고 키플레이어도 있다”라며 한국을 어느 정도 파악한 것처럼 보였다. 더 치밀하고 꼼꼼하게 한국전을 준비할 것으로 보인다. 스리백과 포백을 혼용하는 만큼 한국전에 ‘필살 전술’이 등장할지도 모른다.

축구대표팀 홍명보 감독은 아프리카 팀에 큰 아픔을 겪은 경험이 있다. 2014 브라질 월드컵 조별리그 2차전 알제리전이다. 당시 한국은 알제리의 맹렬한 기세에 잠식당하며 2-4 완패했다. 분석에 실패했고, 경기 도중 대응도 이뤄지지 않으면서 전반에만 세 골을 허용하며 무너졌다.

이번엔 상황이 다르다. 홍 감독은 2년간 대표팀을 이끌며 자신이 원하는 방향으로 팀을 발전시켰다. 알제리전과 달리 남아공전을 준비하고 대비할 시간도 충분했다. 14년 전과 비교하면 훨씬 안정적으로 경기에 임할 환경이다.

홍 감독은 이번 대회를 앞두고 선수단 자체의 경기력뿐 아니라 컨디션 관리, 분위기 조성 등 여러 면에 신경쓰며 ‘경력자다운’ 면모를 보였다.

이제 아프리카 팀을 상대로 받은 과거의 상처를 치유할 시간이 다가왔다. 홍 감독으로서는 ‘알제리 악몽’을 지울 기회다. 남아공을 잡고 32강에 진출하면 여러 면에서 의미가 더 크게 다가올 수밖에 없다. weo@sportsseou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