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포츠서울 | 몬테레이=김용일 기자] “손흥민이 가지고 있던 게 하루아침에 어디로 가나요.”
한국 축구의 ‘리빙 레전드’ 중 한 명인 차범근 전 수원 삼성 감독은 21일(한국시간) 국제축구연맹(FIFA)과 인터뷰를 통해 40년 전 자신과 같은 ‘만 33세’ 나이에 월드컵을 누비는 ‘홍명보호의 캡틴’ 손흥민(LAFC) 얘기에 이렇게 말했다.
현역 시절 당대 최고 리그로 불린 독일 분데스리가에서 톱플레이어로 활약한 차 감독은 1986 멕시코 월드컵을 누빈 적이 있다. 당시 만 33세로 이번 대회에서 커리어 네 번째 월드컵을 맞이한 손흥민과 같은 나이다. 당시 얘기에 차 감독은 “1978년 방콕 아시안게임이 끝난 다음에 독일을 갔다. 독일에 있을 땐 (국가대표 발탁 여부에 대해) 한국에서 여러 논쟁이 있었다”고 웃으며 “1986년에 월드컵에 출전하게 됐는데, 몸상태가 영 좋지 않았다. (오른쪽 발목 뒤) 힘줄이 지나가야 하는데, 독일에서 브레멘 원정을 뛰다가 뽕(축구화 스터드)에 찍혔다. 수술해야 하는데 그러면 월드컵을 못 나가게 그런 결정을 할 수 없었다”고 돌아봤다.
‘그 시절’ 차 감독과 다르게 손흥민은 2014 브라질 대회에서 월드컵에 데뷔해 이번 대회까지 희로애락이 가득한 시간을 보냈다. 월드컵 통산 3골을 기록 중인 그는 북중미 대회에서 1골 이상을 해내면 박지성, 안정환(이상 3골)을 제치고 한국인 역대 최다골 단독 1위가 된다.
다만 지난 체코, 멕시코와 1~2차전에서 선발 원톱으로 출전했으나 득점이 없었다. 특히 체코전에서는 몇 차례 특유의 공간 침투를 통해 결정적인 슛 기회를 잡았으나 마무리에 실패했다. 손흥민의 전술적 활용을 두고 물음표를 보내는 시선도 있지만 이전만 못한 결정력을 비판하는 이들도 있다. 차 감독은 이와 관련해 “(손흥민의) 경기력이 저하됐다거나 그런 건 아니다”며 “체력을 회복하는 속도는 좀 늦을 순 있다. 그러나 경기력에서는 손흥민이 가지고 있던 게 하루아침에 어디로 가는 건 아니다”고 강조했다.
또 “지금 상황에서 나이는 큰 영향은 없다고 생각한다”며 “아무래도 전방보다 양쪽 측면이 훨씬 더 활동하기가 좋다”고 덧붙였다. 그가 유럽 빅리거 시절 주포지션으로 뛴 윙포워드로 옮기면 더 좋은 경기력을 보일 거란 의미다.

차 감독은 “우리가 전략적으로 손흥민을 전방에 세우지 않았느냐. 그렇게 해서 체코전에서는 두 골까지 만들어냈다. 그거는 선수(손흥민)가 팀을 위해서 상당히 잘했다는 생각”이라며 “손흥민이 전방에 선다는 건 그만큼 상대에 부담을 주는 것이다. 그러면 다른 선수에게 공간이 생긴다”고 말했다.
홍명보 감독이 이끄는 축구대표팀은 이번 대회에서 한국 축구 원정 월드컵 역사상 최고 성적을 지향하고 있다. 이제까지 원정 대회 최고 성적은 지난 2010 남아공, 2022 카타르 대회 달성한 16강. 차 감독은 한국 축구가 월드컵에서 더 높은 꿈을 그리기 위한 동력을 묻자 “지금처럼 좋은 경기력을 보여줄 수 있다는 신뢰가 선수에게 자꾸 쌓여야 한다”며 “구성원이 예전과 달리 지금은 거의 다 해외에서 뛰니까 경험이 많다. 이제 기가 눌려서 경기를 하는 게 없지 않느냐. 이런 경기력이 계속 쌓이면 선수들이 자신감을 얻게 된다”고 말했다.
‘이웃 나라’ 일본이 호기롭게 월드컵 우승을 목표로 내걸며 한발 앞서가는 행보를 보이는 것엔 “일본은 내가 독일로 가기 전부터 독일의 유스 시스템을 가져왔다”며 “당시에도 어린 나이부터 18세까지 리그가 있었다. 유스 리그를 통해서 (1992년) 프로 리그가 만들어졌기에 바닥이 굉장히 튼튼하다. 우리는 구조가 기형적으로 만들어져 시스템의 중요성에 대한 이해를 일본만큼 못 두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일본은 그 구조를 통해서 선수들이 나왔다. 그리고 자국 리그를 거쳐 유럽에서 활동하고 있다. 특이한 게 프로팀이든 대표팀든 선수 개인의 (플레이) 패턴이 같다. 그렇게 만들기가 쉽지 않은데, 그런 면에서 일본이 상당히 잘하고 있다”며 “내가 보기에도 우리가 따라갈 수 없는 수준이 됐다. 우리가 정신을 차려야 한다”고 말했다.

끝으로 차 감독은 태극전사 후배를 향해 “지금 어떤 경기를 하느냐에 따라 다음 세대, 또 그다음 세대에게 더 좋은 거름이 될 수 있다. 우리 선수들이 8강까지 갈 실력이나 선수 구성이 충분히 된다고 생각한다”며 “아시아 축구를 위해서도 상당히 중요하다. 32강, 16강을 넘어서 8강까지 가기를 정말 희망한다”고 말했다.
kyi0486@sportsseoul.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