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7회 KPGA 군산CC 오픈서 생애 첫승

뒤늦게 시작한 골프, 독한 훈련으로 극복

선천성 심장질환 극복 비롯 ‘오뚝이’ 근성

“아내와 함께 한 우승, KIA 세리머니 좋다”

[스포츠서울 | 군산=장강훈 기자] ‘해피 바이러스’ 정한밀(35·KH)이 164번째 도전 끝에 생애 첫 승을 따냈다. “(우승하려면) 아직 멀었다. 더 여물어야 한다”고 겸양한지 단 이틀 만이다. 그것도 4타 차 압도적 우승이다.

정한밀은 27일 군산컨트리클럽(파72·7640야드)에서 열린 한국프로골프(KPGA) 투어 ‘제17회 KPGA 군산CC 오픈(총상금 11억1409만원)’에서 우승했다. 단독선두로 출발한 최종라운드에서 샷이글 1개를 포함해 버디 4개와 보기 3개 등으로 3타를 줄였다. 최종성적은 17언더파 271타. 2위 김성현(28·신한금융그룹)을 4타 차로 넉넉히 제치고 정상에 등극했다.

2017년 KPGA투어에 데뷔한 정한밀은 동료들보다 늦은 17세 때 골프를 시작했다. “프로 선수가 되겠다”는 일념으로 가족과 함께 필리핀으로 떠났고, 4년 만인 2012년 프로 자격을 획득했다.

노력은 배신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체득한 그는 미국프로골프(PGA)투어 문을 두드리기 위해 다시 5년간 자신을 단련했고, 2015년 PGA 차이나 시드를 획득해 중국에서 프로생활도 경험했다. 불의의 사고로 발목을 다쳐 재활한 뒤 2016년 KPGA투어 프로가 됐고 2017년부터 KPGA투어에서 ‘직업선수’로 자리를 잡았다.

골프 선수로 굴곡진 삶을 살아낸 동력은 선천성 심장질환을 극복한 불굴의 의지와 자신을 아껴준 가족들의 사랑이다. 정한밀은 “3라운드부터 아버지와 장인어른, 아내가 갤러리로 힘을 보태고 있다”며 “특히 장인어른은 최근 흑염소즙을 직접 챙겨주셨는데, 꾸준히 복용하다보니 힘이 좋아진 느낌”이라며 고마움을 표했다.

생애 첫 챔피언으로 가는 여정도 극복의 연속이었다. 14번홀(파4)에서는 티샷이 우측으로 크게 휘었는데 아웃 오브 바운스(OB) 구역까지 나가진 않았다. 추격을 허용할 위기를 보기로 극복(?)한 정한밀은 15번홀(파4)에서 짜릿한 샷이글로 승기를 굳혔다.

그는 “14번홀 티샷이 휘어지는 모습이 내 눈에는 슬로우 모션처럼 보였다. OB라고 생각했는데 (볼이) 살아있다는 얘기를 듣고는 ‘될 놈은 되는구나’라고 생각했다. 그러곤 샷 이글을 해서 긴장을 내려놓았다”며 웃었다.

지난해 연말 가정을 꾸린 정한밀은 가족에게 고마움을 잊지 않았다. 특히 프로출신인 아내 김세영2(29)과 애틋한 부부애를 과시했다. 그는 “아내가 응원도 많이하고, 참 내조를 잘한다. 그래서 항상 미안한 마음이 컸다. 잘해서 차도 한 대 사주겠다고 약속했는데, 그만큼 돈이 모이지 않아 더 미안했고, 이번 기회를 놓치지 않겠다고 다짐했다. 이번 우승은 아내와 함께 이룬 것”이라고 강조했다.

남편의 첫 우승 순간을 함께 한 김세영은 “(연애시절을 포함해) 5년가량 갤러리한 게 생각나더라. 눈물을 흘리지 않는 편인데 나도 모르게 눈물이 나더라. 고생했다고 얘기해주고 싶다”며 환하게 웃었다.

둘 만의 특별한 세리머니도 있다. 두 손을 모아 새끼손가락을 하늘로 들어올린 뒤 엄지로 전환하는 ‘좋다’ 세리머니. 정한밀은 “아내와 함께 야구 보는 걸 좋아한다. 둘 다 KIA 팬인데, 아내가 ‘타이거즈 선수들이 안타칠 때 하는 세리머니를 해보면 어떻겠느냐’고 제안해 시작한 것”이라며 “버디는 한 번, 이글은 두 번하는데, 아내가 응원왔을 때만 하는 둘만의 시그널”이라고 설명했다.

정한밀은 “절친한 KIA 이범호 감독님도 축하 메시지를 보내오셨더라. KPGA투어에서 우승하면 시구 한 번 시켜준다고 했는데, 약속 꼭 지키셨으면 좋겠다”며 너털웃음을 지었다.

그는 “첫 승했으니 ‘이제 시작’이라는 기분이 든다. 더 많이 우승해 가족과 지인들, 후원사들에게 즐거움을 줄 수 있는 선수가 되고 싶다. 정말 행복한 날이다. 전반기 마지막 대회에서 우승해서 휴가를 만끽하며 재충전할 것”이라고 다짐했다. zzang@sportsseou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