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포츠서울 | 원성윤 기자] 자동차 운전석에 앉아 내비게이션 화면을 몇 번 터치하자 주유기 가동 준비가 완료됐다. 주유를 마친 후 지갑에서 카드를 꺼내거나 스마트폰을 결제기에 갖다 대는 번거로운 과정은 없었다. 차량이 주유소에 진입한 순간부터 나갈 때까지, 모든 결제는 차 안에서 자동으로 이루어졌다. 영화 속 이야기가 아니다. 자동차가 거대한 스마트 디바이스로 변모하면서 ‘인카페이먼트(In-Car Payment·차량 내 결제)’ 생태계가 금융권과 완성차 업계의 격전지로 떠올랐다.
최근 개막한 ‘2026 부산모빌리티쇼’ 현장에서도 이러한 진화는 핵심 화두였다. 주요 업체들은 SDV 기반의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을 통해 라이프스타일 서비스와 결제가 원스톱으로 이뤄지는 생태계를 시연하며 모빌리티 금융 혁신을 예고했다.


이러한 카커머스의 폭발적인 잠재력은 수치로도 증명된다. 글로벌 마켓 인사이트, 포춘 비즈니스 인사이트 등 주요 시장 조사 기관에 따르면, 인카페이먼트 관련 글로벌 시장은 향후 연평균 20%를 웃도는 고성장을 거듭해 2030년대 중반 170억~300억 달러(약 23조~41조 원) 규모로 팽창할 전망이다. 시스템 자체의 성장을 넘어, 글로벌 컨설팅 업체 스타(Star)는 인카페이먼트를 통해 이뤄지는 전 세계 실제 결제 거래액 규모가 이미 연간 860억 달러(약 118조 원) 수준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했다.
모빌리티와 금융의 결합은 이미 일상 깊숙이 침투해 있다. 현대자동차그룹은 ‘현대 카페이’와 ‘제네시스 카페이’로 시장을 선점 중이다. 내비게이션에 주요 신용카드를 등록하면 제휴 주유소나 주차장에서 화면 터치만으로 요금이 자동 정산된다. 특히 현대카드는 실물 카드 없이 통행료를 결제하는 ‘e 하이패스’를 제네시스 차종에 독점 탑재하며 ‘모빌리티 결제 락인(Lock-in)’을 강화하고 있다.



르노코리아는 핀테크 스타트업 ‘오윈’과 손잡고 2021년 ‘XM3’를 통해 처음 인카페이먼트 시스템을 상용화한 이후, 현재는 신차 ‘그랑 콜레오스’ 등 주력 모델에서 모두 지원하며 시스템을 안착시켰다. 차 안에서 주문·결제한 뒤, 매장에 도착하면 직원이 창문으로 물건을 건네주는 ‘드라이브 픽’ 서비스를 구현했다. 초기에는 주요 주유소와 일부 식음료 매장 위주였으나, 현재는 전국 주요 CU 편의점은 물론 패스트푸드점과 다양한 지역 프랜차이즈, 개인 맛집까지 가맹점과 사용 범위를 대폭 넓혀가고 있다.
수입차 브랜드들은 국내 인프라 진입 장벽을 우회해 ‘소프트웨어 구독 및 결제(FoD·Functions on Demand)’를 중심으로 카커머스 생태계를 확장하고 있다. 메르세데스-벤츠와 BMW는 국내 시장에서 자체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을 통해 차량 내 디지털 서비스와 소프트웨어(OTA) 기능 업그레이드를 차 안에서 직접 결제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 운전자가 센터 디스플레이 터치만으로 원격 주차 보조, 어댑티브 하이빔, 가상 주행음 등의 기능을 마치 스마트폰 앱처럼 구매하고 즉각 활성화할 수 있다.

이 시장은 금융사 입장에서도 놓칠 수 없는 블루오션이다. 카드업계 관계자는 “운전 중 발생하는 결제 데이터는 고객의 라이프스타일과 이동 동선을 파악할 수 있는 고가치 정보”라며 “충성 고객에게 맞춤형 혜택을 제공해 자사 생태계에 묶어두는 강력한 파이프라인이 된다”고 설명했다.
전기차(EV) 보급 확대로 충전 및 스마트 주차비 정산 수요가 급증하고, 완성차와 핀테크 업계 간의 기본 내장(Embedded) 생태계 파트너십이 활발해지면서 카커머스의 파급력은 더욱 커지는 추세다. 다만 카커머스가 주류로 안착하기 위해 브랜드별로 파편화된 가맹점 인프라를 통합해 범용성을 넓히는 것이 시급하다. 아울러 해킹이나 명의 도용 등 보안 리스크를 원천 차단하기 위한 생체 인식 기반의 보안 체계 구축도 필수적이다. socool@sportsseoul.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