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함상범 기자] 그저 웃기는 경력직 신입이었다. 가수로 데뷔하고자 뭉쳤음에도, 음악성보단 누가 더 웃기냐를 두고 싸우는 듯했다. 효연과 유리, 수영은 우열을 가릴 수 없는 광기와 하이 텐션으로 유튜브를 씹어먹었다. 얻는 것이 있으면 잃는 것이 있는 법. 웃음을 꽉 잡는 사이 음악적 기대치는 바닥을 쳤다.

도무지 끝을 알 수 없는 ‘비글미’의 연속이었다. 듣도 보도 못한 정체불명의 퍼포먼스와 아무말이 난무했다. 서로 메인보컬을 하겠다며 아웅다웅하다 음정은 경로를 이탈했다. 유닛의 방향성이나 협업 스태프를 고민하는 그 어떤 순간에도 진지함이라곤 찾아볼 수 없었다. 서로에게 상처 주는 팩트 폭력에도 끄떡없는 ‘찐친 바이브’만 가득했다. 보컬 유닛 태티서(태연·티파니·서현)의 대항마를 자처했지만, 결이 다른 ‘개그 유닛’에 가까웠다.

데뷔곡을 준비하던 중 효리수는 MBC ‘놀면 뭐하니?’의 러브콜을 받았다. 이곳에서도 세 사람의 목표는 오직 ‘웃음’뿐인 듯했다. 기껏 불려간 자리에서 “곡은 태티서에게 주고 싶다”는 굴욕적인 농담을 들었다. 그 역시도 웃음으로 승화했다. 적어도 ‘놀면 뭐하니?’가 기획 중인 숏폼 드라마 ‘동생이 훔친 내 여자를 다시 찾아와야겠다’의 OST ‘별이 쏟아지는 밤’ 녹음 현장이 공개되기 전까지는 그랬다.

지난달 27일, ‘효리수 - 별이 쏟아지는 밤’ 녹음 영상이 방송을 타자마자 여론은 완전히 뒤집혔다. 그토록 웃기는 데 혈안이 됐던 개그 욕망은 온데간데없고, 완벽에 가까운 가창력을 뽐내는 19년 차 아이돌만 존재했다.

단단한 저음으로 곡의 무게 중심을 잡은 효연, 도입부와 서브보컬을 매력적으로 소화한 유리, 그리고 가슴 뻥 뚫리는 고음을 시원하게 질러버린 수영까지, 세 사람의 합은 완벽했다. 신나는 멜로디에 코믹한 가사가 효리수 특유의 유쾌함과 맞아떨어졌다. 그간 숨겨왔던 음악성이 찬란하게 빛을 발하며, 단 2분 25초짜리 짧은 영상 하나로 대중에게 반전을 선사했다.

결과는 짜릿했다. 대중은 즉각적으로 반응했다. 해당 영상은 가뿐히 조회수 82만 회를 넘겼고, 댓글 창은 찬사로 도배됐다. “지독하게 잘한다”, “각 잡으니까 역시 소녀시대네”, “괜히 롱런하는 게 아니다” 등 응원이 쏟아지고 있다.

그간 세 사람은 콩트 속에 살았다. 특히 유튜브 채널 ‘가짜 김효연’의 주인장 효연은 태연, 티파니, 윤아 등을 만나 대놓고 무시당하는 상황극까지 펼쳤다. 페이크 다큐멘터리 형식의 짜고 치는 연출이긴 했지만, 대중 역시 태티서를 겨냥한 효리수의 음악적 결과물에 큰 기대를 걸지 않았던 것이 사실이다. 유리와 수영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놀리고 놀림받는 ‘도파민의 시간’만 있었다.

이제 판도는 완전히 바뀌었다. 팬들은 설레는 마음으로 효리수의 정식 데뷔를 손꼽아 기다리고 있다. “tvN ‘유 퀴즈 온 더 블럭’ 촬영 날이 데뷔일”이라던 너스레나, 무대 위 원샷 한 번 제대로 안 잡히던 흑역사는 잊어도 좋다. 대중을 웃기기만 한 것이 아니라, 탄탄한 실력에 향수까지 자극하는 음악으로 완벽한 반전 서사를 썼기 때문이다.

유튜브가 주류가 된 시대, 남들과 발맞춰 시작한 효연의 기획이 시간이 지나 가요계에 신선한 돌풍을 일으킬 준비를 마쳤다. 현재 자체 데뷔곡도 야심 차게 창작 중이다. 아이오아이의 ‘갑자기’, 문세윤·한해·츄가 부른 거북이의 ‘비행기’, 그리고 발매를 앞둔 리센느의 ‘프리티 걸’까지 과거의 향수를 자극하는 곡들이 사랑받는 현 가요계 흐름 속에서, 아이돌의 근본인 소녀시대 출신 효리수의 등장은 더욱 강력한 시너지를 낼 수밖에 없다. 태티서 못지않은, 오히려 그 이상의 흥행이 예견된 이유다. intellybeast@sportsseou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