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포츠서울 | 위수정 기자] 현대자동차·기아가 SDV(Software Defined Vehicle) 시대의 본격화에 발맞춰 디지털 기반의 혁신 R&D 기술을 대거 도입하며 미래 모빌리티 개발 체계 전환에 속도를 내고 있다. 전동화, 자율주행, 커넥티드 기술 고도화로 차량 구조가 복잡해짐에 따라, 시간과 공간의 제약을 뛰어넘는 디지털 기술로 개발 기간 단축과 품질 향상을 동시에 달성하겠다는 구상이다.
현대차·기아의 모빌리티 개발 산실인 남양기술연구소는 가상 공간 검증, 데이터 중심 품질 관리, 첨단 제조 공법 등을 통해 차량 개발 방식을 혁신하고 있다. 주요 핵심 거점인 ▲드라이빙 시뮬레이터 ▲디지털 측정 센터(DMC) ▲적층 제조 솔루션 센터(AMSC) ▲노바 랩(NOVA Lab)의 기술을 차례로 살펴봤다.

현대차·기아는 버추얼 차량 검증의 핵심 도구로 드라이빙 시뮬레이터를 활용하고 있다. 실제 도로와 차량을 가상으로 정밀하게 구현해, 시작차(Prototype) 제작을 최소화하면서도 주행 성능을 평가하고 개발 속도를 높이는 기술이다.
시뮬레이터 스튜디오에는 운전석을 중심으로 270° 화각의 거대한 곡면 스크린과 6자유도(6DOF) 모션 시스템이 갖춰져 있다. 가속과 감속, 코너링 시의 차체 쏠림은 물론 노면에서 전달되는 최대 40Hz의 미세한 진동까지 고스란히 모사한다. 콕핏 내부의 스티어링 휠과 시트, 페달 등은 모두 양산 부품을 그대로 적용해 실제 차량과 똑같은 조작감을 구현했다.
특히 남양연구소 주행시험장을 1㎜ 단위로 정밀 스캔해 노면 경사, 요철, 아스팔트 질감까지 데이터화했다. 방대한 데이터 지연을 막기 위해 세계 최초로 차량 주행 위치 주변 데이터만 실시간으로 주고받는 ‘지형 서버(Terrain Server)’ 방식을 적용했다. 이 장비는 양산차뿐만 아니라 현대 N, 제네시스 마그마 등 고성능차와 레이스카 개발에도 적극 활용되고 있다.


디지털 측정 센터(DMC)는 차량의 치수 품질을 측정하고 분석해 외관 품질, NVH, 수밀, 기능 및 조립성 등 4대 항목을 데이터로 관리하는 곳이다. 단차나 틈새 오차로 인한 소음 및 누수 등 고객 불만을 사전에 차단하는 역할을 한다.
이곳에서는 센서가 직접 접촉해 차 한 대당 1,000개에 이르는 포인트를 읽어내는 3차원 측정장비(CMM)와 자율주행 운반 로봇(AMR) 및 로봇 암을 결합한 광학식 3D 스캐너를 통해 후드, 도어 등 무빙 부품을 자동으로 정밀 측정한다.
또한 초당 500회를 계측하는 초고속 카메라와 센서로 도어가 닫히는 순간의 변형량까지 잡아내는 무빙 동적 검증도 이루어진다. DMC는 수집된 데이터를 바탕으로 가상 공간에서 최적의 조립 상태를 찾는 ‘DATA-FIT’과 개선 방향을 도출하는 ‘DATA-AUDIT’을 수행하며, 향후 AI 데이터 서버도 구축할 계획이다.

적층 제조 솔루션 센터(AMSC)는 설계 데이터만으로 금형 없이 부품을 제작하는 3D 프린팅 기술 연구 거점이다. 출력부터 후처리, 자체 성능 검증까지 한곳에서 이루어진다.
액상 레진을 활용하는 폴리머 광중합셀에서는 DLP 및 SLA 타입 설비를 통해 고품질 부품을 생산하며, 이는 포니 등 헤리티지 차량의 사이드 실 복원에도 활용됐다. 금속 와이어를 녹여 쌓는 WAAM 설비는 로봇 암을 이용해 대형 구조물이나 일체형 부품을 용접 아크로 정교하게 쌓아 올린다. 제작된 부품은 인장강도, 굽힘강성, 충격 평가 등 사출 부품과 동일한 기준의 품질 검증을 거친다.
4층의 금속 분말 용융 설비는 6개의 레이저 빔으로 주조나 프레스로 구현하기 힘든 복잡한 형상이나 모터스포츠용 경량·고강성 부품을 제작한다. AMSC는 현대모터스포츠법인과 협업해 안티 롤 바 블레이드, 댐퍼 브래킷 등을 제작한 바 있으며, 향후 단종 모델의 A/S 부품 공급까지 영역을 확장할 예정이다.

노바 랩은 차량 제작 전 테스트 벤치 위에 와이어링과 제어기, 전장 부품을 연결한 ‘와이어카(Wire-car)’를 통해 기능과 통신을 검증하는 곳이다. 대형 차종의 경우 300~500개의 제어기와 약 500개의 커넥터가 연결된다.
이곳에서는 회로, 통신, 기능, 진단 등 시나리오에 따른 자동 검증이 진행되며, 자체 개발한 차량 구동 부하 장치와 소형 다이나모미터(Torque Wheel Dynamometer)를 결합해 실차에 가까운 주행 조건을 구현했다. 레이더 신호를 생성하는 RTS와 가상 주행 이미지를 제공하는 ADAS 시뮬레이터를 통해 스마트 크루즈 컨트롤(SCC), 전방 충돌 방지 보조(FCA) 등의 기능도 철저히 검증한다.
아울러 고성능 컴퓨터 기반의 존(Zone) 제어, 48V 전원 체계, 고속 이더넷 통신 등 달라지는 SDV 아키텍처에 대응하기 위한 신규 검증 기법을 지속 연구하고 있다. 노바 랩은 신차 한 대 개발 시 와이어카 단계에서만 평균 150~200건의 문제점을 사전 발굴해 개선하고 있으며, 협력사와 함께 쓰는 개방형 플랫폼으로 활용되고 있다.
현대차·기아 남양기술연구소는 이러한 디지털 R&D 혁신을 통해 하드웨어 기술력과 소프트웨어 완성도를 동시에 끌어올리며, 미래 모빌리티 시장에서의 제조 경쟁력을 지속적으로 강화해 나갈 방침이다. wsj0114@sportsseoul.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