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한국 프로야구의 태동은 사회적 분위기와 정치적 배경을 무시하고는 이해할 수 없다. 1980년대 초 고교야구의 인기 폭발 등 야구에 대한 국민의 강한 욕구를 총족시키기 위한 야구 내적인 시각도 있지만 우민화 정책의 하나로 보는 정치적 견해도 상당하다. 한국프로야구를 대표하고 관리 통할하는 최고 책임자인 한국야구위윈회(KBO) 총재의 면면을 살펴봐도 이 같은 배경을 확인할 수 있다. KBO는 이렇듯 정치적 배경과 태생적 한계를 함께 안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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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O 총재의 역사
KBO의 의사 결정은 단장들의 모임인 실행위원회와 대표이사들의 모임인 이사회, 구단주 모임인 총회를 통해 이뤄진다. 총재가 이 모든 것을 총괄한다. 총재의 권한은 절대적이다. 야구규약 제2장 3조(총재의 직무)에는 ‘총재가 결정하는 지시, 재정, 재결 및 제재는 최종 결정이며, 위원회에 속하는 모든 단체와 개인에 적용된다’고 돼있다.
KBO총재는 1982년 출범 이후 12명이 자리를 맡았다. 이 가운데 9명이 ‘낙하산 인사’로 불리는 정치적 인물이었다. 제 12~14대 총재를 지낸 박용오 전 두산그룹 회장과 17~18대 유영구 전 명지학원 이사장, 현 구본능 희성그룹 회장 등 세 명만이 비정치권이다. 서종철 초대 총재는 국방부장관을 지낸 군관료 출신이고, 3~4대 이웅희 총재는 문화공보부 장관을 역임했다. 5대 이상훈 총재도 국방부 장관 출신이다. 6대 오명 총재는 과학기술부 장관, 7대 권영해 총재는 국방부 장관을 지냈다. 8대 김기춘 총재는 법무부 장관을 거쳐 현재 청와대 비서실장을 맡고 있다. 9~10대 홍재형 총재는 국회부의장까지 지냈고, 11대 정대철 총재도 국회의원 출신이다. 15~16대 신상우 총재는 국회부의장과 해양수산부 장관을 역임했다. 이 같은 ‘낙하산 인사’는 세태의 변화 속에 저항에 부딪혔다. 야구계 내부에서도 민간 부문에서 수장을 찾았고, 정치인의 체육단체 겸직에 대한 부정적 시선까지 겹쳐 2009년부터는 군·관료·정치인을 배제하고 유영구~구본능 총재로 이어지고 있다.
◇KBO 총재의 위상
총재는 많은 정치인들이 탐낼 정도로 매력적인 자리다. 크게 욕 듣지 않고 명예와 대우를 함께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야구 본고장’ 미국에도 총재가 있다. ‘커미셔너’다. 메이저리그 커미셔너가 구단의 이해를 대변하는 성격이 짙지만 대단한 권위와 공정성을 갖춘 자리라는 것은 부인할 수 없다. 커미셔너는 1919년 월드시리즈에서 시카고 화이트삭스 선수들이 도박꾼들과 짜고 신시내티에게 져주기 경기를 한 이른바 ‘블랙삭스 스캔들’ 이후 생겨났다. 메이저리그의 존폐 위기에서 외부인사를 뽑아 전권을 주면서 사태를 해결하게 했다. 그래서 초대 커미셔너는 연방법관 출신인 케네소 마운틴 랜디스가 맡았다. 그는 죽기 전까지 25년동안 종신 권력을 누렸다. 이후 종신제는 없어졌지만 지난 25일 퇴임한 밀워키 구단주 출신의 버드 셀리그 커미셔너도 1992년부터 22년 동안 미국 프로야구를 이끌었다.
한국 프로야구는 어떤가. 박용오 총재가 7년 여 동안 최장 기간 재임했다. 3년의 임기를 채운 총재는 서종철 이웅희 구본능 총재까지 4명에 불과하다. 오명, 정대철 총재는 채 몇 달도 안돼 새 옷으로 갈아입었다. 비리 의혹에 연루돼 옷을 벗은 총재도 있었다. 미국과 달라도 너무 다른 풍경이다. 출신 성분이 총재의 선출 자격이나 역할을 제한해서는 안된다. 그러나 낙하산 인사의 폐해는 재임기간과 그에 따른 책임감에서 그대로 드러난다. 그 같은 수장을 믿고 따를 신하가 몇 이나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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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본능 총재의 역할과 ‘조용한 리더십’
구본능 총재는 2011년 11월 취임했다. 전임 총재의 잔여임기를 이어 2014년까지 KBO를 이끈 구 총재는 지난해 말 이사회와 총회를 통해 만장일치로 21대 총재로 재신임됐다. 임기는 2017년까지다. 양해영 사무총장도 연임됐다. 구본능 총재-양해영 사무총장 체제가 ‘1000만 시대’를 향해 일관된 행정을 펼쳐갈 수 있게 된 측면에서 잘된 일이다. 구 총재는 앞선 재임기간 동안 10구단 체제를 확립하고 4년 연속 600만 관객 시대를 여는 등 프로야구의 르네상스를 이끌었다. 광주 등 야구장 신축과 리모델링을 유도하고 구장 관리 지침을 만드는 등 인프라 개선에도 큰 성과를 남겼다. 전국의 야구장은 2011년 161개에서 2014년 360개로 크게 늘었다. 아마 야구 창단(초등학교 5개, 중학교 12개, 고등학교 9개팀) 지원도 성과물이다.
구 총재는 희성그룹의 회장이고 LG 구본무 회장의 동생이라는 후광과는 달리 아주 소탈한 성격으로 알려져있다. 야구경기가 끝난 뒤 잠실구장 근처 순대집에서 막걸리를 마시는 구 총재의 얘기를 흔히 들을 수 있다. 그는 큰 소리 내는 법 없이 격려와 칭찬으로 조용하게 조직을 이끄는 수장이다. 대면 인터뷰를 하지 않고, 취임식 같은 형식적 절차에도 얽매이지 않는다. 나서기 싫어하는 ‘조용한 리더십’이다. 그러나 그의 큰 장점 이면에는 단점도 공존한다. 강한 리더십에 대한 욕구이다. KBO가 현상이나 문제점에 대해 능동적 대처 보다 사후에 처방한다는 지적도 이와 상통한다. 지난 시즌 도중 도입된 심판합의 판정제도가 좋은 예다. 판정논란을 잠재운 조기 도입은 높게 평가할만 하지만 결국 감독과 구단의 계속된 불만과 지적에 따른 것이란 쓴소리도 존재한다. 비활동기간 불거졌던 자율훈련 논란 때도 KBO의 목소리는 제대로 나오지 않았다.
그는 무보수 총재이다. 전임 유영구 총재 때부터 이어져왔다. 총재의 연봉은 예산에도 편성돼 있지 않다. 그 전 총재 시절에는 연봉 1억 8000만원과 월 1000만원의 업무추진비가 지급됐다. 구 총재는 ‘봉사하는 마음’으로 KBO에서 일하고 있다. KBO 한 관계자는 “구 총재께서 나서기 싫어하는 성격이다. 그래서 인터뷰도 정중하게 사양하고 있다. 항상 한국 야구에 봉사하는 마음으로 일하고 있다”고 말했다.
박정욱기자 jwp94@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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