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성
이재성. 제공 | 대한축구협회

[스포츠서울 김현기기자]슈팅 수 21-3. 그러나 답답한 90분이었다.

6년 4개월 만에 남과 북이 A매치에서 만났다. 남측이 세찬 공격을 퍼부었으나 결국 상대 밀집 수비를 뚫지 못했다. 스코어는 0-0이었다.

‘슈틸리케호’는 9일 중국 우한에서 열린 2015 동아시안컵 최종 3차전 북한과의 경기에서 90분 혈투를 0-0으로 끝냈다. 한국은 이번 대회를 1승2무로 마감했다. 한국은 2-0 완승을 거뒀던 지난 2일 중국전 선발 라인업을 거의 대부분 꺼내 들었다. 원톱 이정협을 비롯해 김승대 이정협 이재성 권창훈 장현수 등 윗선 6명은 그대로 나왔다. 포백에서 센터백 김기희와 왼쪽 수비수 이주용 등 2명이 지난 5일 일본전 멤버였을 뿐 9명이 중국전 멤버였다.

한국은 전반 중반부터 경기 주도권을 잡아나갔다. 90분 내내 거의 일방적으로 상대를 몰아붙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이정협의 좌우 움직임을 중심으로 오른쪽 날개 이재성의 돌파, 중앙 미드필더 권창훈의 세트피스로 북한을 공략했다. 그러나 결정적인 찬스를 놓치면서 전반 45분을 끝냈다. 전반 슈팅 수는 14-1로 일방적인 한국의 우세였다. 하지만 북한은 이날 4-4-2 포메이션이 아닌, 4-2-3-1 포메이션을 들고 나와 한국에 전력적으로 열세임을 인정하고 다부지게 수비했다. 거친 몸싸움도 마다하지 않았다. 페널티지역에 7~8명이 진을 치는 장면도 자주 나왔다.

후반에도 비슷한 양상은 이어졌다. 후반 28분엔 이정협과 권창훈의 연속 슛이 골문 안으로 빨려들어가는 듯 했으나 상대 골키퍼와 수비수의 선방에 골로 연결되지 못했고, 결국 종료 휘슬이 울렸다. 슈틸리케 감독은 후반 15분 이종호 대신 정우영을 투입하면서 권창훈을 왼쪽 날개로 올리는 승부수를 띄웠으나 결실을 보지는 못했다.

슈틸리케호가 90분을 아쉽게 마친 이유는 크로스와 킥의 정확도가 지난 5일 일본전처럼 떨어졌고, 템포가 없었기 때문이다. 북한 역습을 차단했을 때 빠른 속도로 재역습을 감행해서 골을 만들었어야 했는데 날카로운 공격 루트를 찾지 못하면서 북한 수비수들이 재정비할 시간을 줬다. 현지에서 남북대결을 해설한 허정무 한국프로축구연맹 부총재도 이를 지적했다. 또 하나는 기술 문제다. 권창훈이 왼발 크로스, 김승대가 오른발 킥을 주로 차며 찬스를 노렸으나 마지막 정확도가 부족했다. 원톱 이정협의 움직임과 골결정력도 부족했다.

변화도 부족했다. 북한 수비에 막혀 경기 흐름이 답답하다면 김신욱이나 이용재 등 골잡이를 더 넣든가, 다른 돌파구를 찾았어야 했는데 그런 카드를 쓰지 않고 선발 라인업을 거의 그대로 밀고 갔다. 사실상 선수 교체 카드로 유일했던 정우영은 별 효과를 내지 못했다.

어쨌든 이날 승부는 0-0이었으나 마지막에 웃은 팀은 북한이었다. 슈틸리케호는 내달부터 재개될 2018 러시아 월드컵 아시아 2차예선을 앞두고 밀집수비 분쇄란 큰 고민을 안게 됐다. silva@sportsseou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