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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서울 김용일기자] “다시 태어난 기분이네요.”
전화기 너머 들려온 신종훈(26·인천시청)의 목소리는 모처럼 활기를 띠었다. 16일 스포츠서울과 전화인터뷰에서 그는 “조금 전까지 운동했다”며 가쁜 숨을 들이쉬었지만 밝은 톤이었다. 스포츠서울은 국제복싱협회(AIBA) 징계로 국가대표 은퇴를 선언, 아마추어 복싱 인생을 접으려고 했던 신종훈이 대한체육회와 대한복싱협회를 상대로 한 전국체전 참가불허 등 금지 가처분 소송에서 승소한 것을 단독보도
<9월 16일자 10면 참조>했다. 앞서 신종훈은 국제복싱연맹이 주최하는 프로복싱대회인 APB에 출전하지 않아 1년 6개월 자격정지 징계를 받았다. 그러나 체육회와 복싱협회는 전국체전이 AIBA 정관과 규정이 적용되는 AOB(AIBA Open Boxing) 대회 관할 대상 범위에 속해 신종훈의 출전이 불가능하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서울동부지방법원 측은 관련 증거자료가 불충분하고, 국제 경기단체로부터 징계받은 선수의 전국체전 참가를 금지하는 규정이 없음을 근거로 신종훈의 손을 들었다.
1년 넘게 복싱협회와 힘겨루기를 지속한 신종훈은 선수 생활을 지속하게 된 것에 “나를 도와준 많은 분들께 평생 감사하는 마음을 잊지 않고 복싱 인생을 키워갈 것”이라고 했다. 그는 “담당 변호사께서 판결이 나기 전부터 ‘좋은 일이 있을 것’이라며 독려해줬다. 마침 승소 소식을 들었을 땐 꿈만 같았다. 어머니께 가장 먼저 전화했는데, 별다른 말보다 엄청나게 눈물을 흘리셨다”고 말했다.
“이젠 지난 일이다. 나 또한 실수한 부분이 없지 않아 있다. 인생에서 큰 배움을 얻었다고 느낀다. 난 이번 승소로 다시 태어난 기분이다.” 전국체전 출전으로 소속팀 인천시청과 재계약도 유력해졌다. 국내 대회 출전과 성과가 중요한 국내 실업팀 사정에서 그간 신종훈을 둘러싼 석연치 않은 징계는 인천시청으로서는 큰 부담이었다. 올해를 끝으로 계약 기간이 종료되는데 아무런 희망이 없는 신종훈과 인연을 이어가기도 쉽지 않다. 그러나 법의 판결로 신종훈의 꿈과 동행하게 됐다. 그는 “어려운 여건에도 시청 관계자께서 불평보다 정말 많이 신경을 써주셨다. 내가 보답하는 일만 남은 것 같다”고 했다. AIBA 징계는 내년 4월에 끝난다. 리우 올림픽 도전은 어렵더라도 인천시청에서 국내 대회를 뛰면서 다음 메이저 대회를 노릴 수 있다. 우선 올해 전국체전에 모든 것을 쏟아붓겠다는 각오다. “솔직히 복싱은 실전 감각이 매우 중요한데, 협회가 갈등을 빚으면서 2년 가까이 경기를 치르지 못했다. 그 부분이 염려되긴 하나 최근 새벽, 오후, 야간 운동을 하며 몸을 최대한 끌어올렸다. 상대 선수도 이미 맞대결을 해봤기에 장, 단점을 잘 알고 있다. 내 기량을 최대한 보이겠다.”
무엇보다 빈틈없는 승부를 다짐했다. 그는 “계체량서부터 실전 경기까지 완벽에 가깝게 하고 싶다. 솔직히 나를 둘러싼 외부 변수가 아직 남아 있다는 것을 알고 있다. 내 상황에만 집중해서 후회 없이 싸우겠다”고 전했다.
kyi0486@sportsseoul.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