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 2009 준플레이오프 롯데-두산
롯데 신동빈(왼쪽) 구단주가 로이스터 감독을 축하해주고 있다.<스포츠서울DB>

[스포츠서울 이웅희기자]제리 로이스터(63) 전 롯데 감독이 5일 입국했다. 자신의 본업인 야구가 아닌 골프대회를 보기 위해서지만 로이스터의 한국행에 야구팬들의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롯데가 3년 연속 포스트시즌 진출에 실패한 묘한 시점에 입국해 더 그렇다. 이미 그의 롯데행을 점치는 보도가 여기저기서 터져나온 터라 수많은 소문을 양산할 가능성이 있다.

로이스터 전 감독은 5일 오후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입국해 7일부터 한국에서 열리는 프레지던츠컵을 관전한다. 프레지던츠컵은 골프 마니아들에게 유명한 세계적인 대회로 골프에 푹 빠져있는 로이스터 전 감독도 지인의 초청을 받아 이번 대회 관람을 위해 정든 한국을 방문하게 됐다. 로이스터 전 감독은 한국에 있을 때도 휴식일이었던 월요일 골프장을 자주 찾아 취미생활을 즐겼다. 당시 그는 “전 세계 많은 골프장을 다녀봤는데 한국 골프장은 그 중에서도 훌륭하다. 잔디 관리와 골프장 경관이 예술”이라며 칭찬하곤 했다.

다만 로이스터 전 감독은 국내 프로야구 복귀설로 주목받고 있어 이번 입국 행보에 쏠리는 관심은 그 어느때보다 높다. 로이스터 전 감독은 2010년 롯데와의 재계약 실패 후 미국으로 건너가 보스턴 등에서 코치를 하다 현재 쉬고 있는 상태다. 구직자 신분인 가운데 최근 한 매체와의 인터뷰를 통해 국내 야구계 복귀를 희망했다. 마침 롯데는 지난 2007년 겨울 로이스터 전 감독에 지휘봉을 맡겼던 신동빈 회장이 지난달부터 사실상 구단주 역할을 맡고 있다. 일각에서는 가을잔치의 들러리로 전락한 롯데가 팬들의 원성을 잠재우기 위해 칼을 빼들을 수 있다고 점치고 있다. 그래서 롯데가 다시 로이스터 전 감독 영입을 타진할 수 있다는 추측까지 나오고 있다.

이번 로이스터 전 감독의 한국 방문은 예전부터 계획된 것이지만 3년 연속 포스트시즌 진출에 실패한 롯데의 상황과 맞물려 국내 복귀설이 힘을 얻고 있는 분위기다. 로이스터 전 감독은 2008년부터 3시즌 동안 롯데의 지휘봉을 잡아 긴 암흑기에 있던 팀을 3년 연속 포스트시즌 진출로 이끌었다. 당시 ‘노 피어(No Fear)’라는 구호를 내세우며 두려움없는 공격야구로 팬들의 환호를 받았다. 이대호(소프트뱅크), 홍성흔(두산), 조성환(은퇴), 전준우(경찰청), 강민호 등 화려한 타선을 앞세워 상대 마운드를 무너뜨리며 롯데 야구의 부활에 앞장섰다. 가을야구의 기쁨을 만끽하던 당시를 그리워하는 롯데 팬들도 적지 않다.

관건은 로이스터 전 감독과 롯데 구단 관계자의 만남이 성사되느냐다. 하지만 최근 분위기로 보면 쉽지 않다. 로이스터 전 감독과 인연있는 롯데 구단 관계자도 “오랜만에 감독님을 뵙고 싶긴 하지만 이런 분위기에서 만나면 또 어떤 얘기가 나올지 모른다”며 조심스러워했다. 옛 정을 생각해 로이스터 전 감독과 만나 회포를 풀고 싶지만 괜한 오해를 불러 일으킬 수 있어 망설여지는 것이다.

로이스터 전 감독 역시 조심스럽긴 마찬가지다. 로이스터 전 감독의 매니지먼트를 맡고 있는 관계자도 “감독님이 미국 현지에서 인터뷰를 한 게 조금 와전됐고 자신이 국내 야구계를 흔들었다는 반응에 마음에 상처를 받으신 듯 하다. 많이 당혹스러워하셨고 힘들어 하셨다”고 밝혔다.

로이스터 전 감독은 이날 입국 현장에서 “나는 한국에서 3년 동안 지도자 생활을 했다. 대단한 경험이었다”면서 “하지만 지금 진행되고 있는 것은 아무 것도 없다. 골프 대회 때문에 여기에 온 것뿐이다. 롯데의 누구와도 얘기해본 적이 없다”고 강조했다. 그는 조용히 골프대회만 관람한 뒤 다시 미국으로 돌아갈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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