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병호qq
MLB닷컴 레트 볼링거, 파이오니어 프레스 마이크 베라디노, AP통신 데이브 캠벨 기자(왼쪽부터)가 스포츠서울과의 이메일 인터뷰를 통해 ‘미네소타 박병호가 20홈런 이상 기록할 것’이라며 입을 모았다.

[스포츠서울 김경윤기자]한국 출신 빅리거들의 향연이 시작된다. 병신년(丙申年)새해엔 류현진(LA 다저스) 추신수(텍사스) 강정호(피츠버그) 등 기존 선수 외에도 박병호 김현수가 합류해 메이저리그(ML)에 ‘한류 바람’을 일으킨다. 특히 많은 야구팬들은 KBO리그 2년 연속 50홈런 이상을 기록한 박병호의 새로운 도전을 눈여겨 보고 있다. 스포츠서울은 새해를 맞아 미국 미네소타 현지에서 잔뼈가 굵은 ML 전문 기자 3명에게 박병호의 내년 시즌 전망에 대해 물었다. AP통신에서 15년째 미네소타를 취재하고 있는 데이브 캠벨 기자와 ML공식 사이트인 MLB닷컴의 미네소타 담당기자인 레트 볼링거, 파이오니어 프레스 대표인 베테랑기자 마이크 베라디노가 그 주인공이다. 이들은 모두 전미야구기자협회(BBWAA)에 소속돼 있으며 박병호의 입단 과정을 현지에서 밀착 취재했다. 스포츠서울과의 인터뷰는 이메일을 통해 서면으로 진행됐다.

◇美취재진 “몰리터 감독, 박병호에게 500타석 이상 기회 줄 것”

가장 궁금한 점은 박병호의 역할이다. 현지 기자들은 ‘박병호가 주전 지명타자로 풀타임 출전할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캠벨 기자는 “미네소타엔 지난 7월 미겔 사노가 합류하기 전까지 마땅한 지명타자가 없었다. 미네소타가 왜 홈런타자 박병호의 영입을 추진했는지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조 마우어가 1루수, 사노는 좌익수 역할을 맡을 것이다. 주전 지명타자는 박병호다”라고 답했다. 볼링거, 베라디노 기자의 의견도 비슷했다. 볼링거 기자는 “박병호는 내년 주전 지명타자다. 거의 모든 경기에 중심타자(4~6번)로 출전할 것이다”라고 예상했다. 베라디노 기자는 “박병호의 수비 실력이 괜찮은 만큼 30~40경기 정도를 1루수로 뛸 것으로 보이며 나머지는 지명타자로 출전할 것이다. 조 마우어의 건강 상태에 따라 박병호의 1루수 출전 횟수가 달라질 수 있다”고 내다봤다.

풀타임 출전 여부에 대해선 의심하지 않았다. 캠벨 기자는 “미네소타가 박병호를 풀타임 출전시킬 계획이 없었다면 계약하지 않았을 것이다. 구단 관계자들은 박병호가 한국 출신 선수로서 적응 기간이 필요하다고 느끼고 있으며 어느 정도 인내심을 갖고 출전 기회를 줄 것으로 확신한다”고 강조했다. 볼링거 기자는 “미네소타 구단은 그의 공격력과 파워를 높게 평가하고 있다. 박병호는 거의 전 경기에서 지명타자로 나설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베라디노 기자는 미네소타 폴 몰리터 감독의 말을 전했다. 그는 “몰리터 감독은 적응 과정에 따라 박병호의 역할이 유동적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박병호가 처음부터 500타석 이상 나설 것이라는 점에 대해서는 의심하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세 기자의 공통된 취재 내용을 종합하면, 박병호의 내년 시즌 출발은 매우 희망적이라 할 수 있다.

◇박병호를 위한 팁(TIP) “미네소타엔 짓궂은 선수들이 많아요”

미네소타 전담 취재기자 세 명은 박병호의 예상 성적을 높게 평가하고 있었다. 캠벨 기자는 박병호가 건강하게 한 시즌을 소화한다는 가정 하에 “타율 0.275, 20~25개의 홈런, 80~90타점을 예상한다”고 밝혔다. 볼링거 기자도 비슷했다. 그는 ‘타율 0.270, 25홈런, 80타점’을 예상했다. 베라디노 기자는 좀더 세밀한 예상 기록을 내놔 눈길을 끌었다. 그는 “강정호의 경우 초반엔 출루율이 2할대를 보이다가 이후 매우 높아졌다. 박병호도 비슷한 구도를 그릴 것으로 보인다”라며 “내년 시즌 박병호의 예상성적은 출루율 0.336, 장타율 0.445, OPS(출루율+장타율) 0.781 정도의 성적을 거둘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OPS 0.781은 2015시즌 미네소타 타자 중 두 번째로 높은 기록이다.

높은 성적을 거두기 위한 숙제도 있었다. 세 기자는 ‘박병호가 스프링캠프에서 초점을 맞추고 준비해야 할 것이 무엇인가?’라는 질문에, 공통적으로 ‘팀 동료들과의 친분을 쌓는 것’이라고 답했다. 캠벨 기자는 “미네소타 구단의 분위기를 익혀야 한다. 홈구장 타깃필드가 집처럼 편안해져야 한다. 영어 공부도 마찬가지다. 기술적인 면에 있어서는 변화구 대처 능력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볼링거 기자는 “강정호는 시즌 초반 적응에 시간이 걸렸지만 적응 기간이 끝난 뒤 매우 좋은 성적을 거뒀다. 언어 장벽을 허물고 팀 동료들과 친분을 쌓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베라디노 기자는 구단의 일정을 소개하며 팀에 녹아들 수 있는 팁을 소개했다. 그는 “1월에 타깃필드에서 구단 팬 페스트가 열린다. 이 때 많은 친구들을 사귀길 바란다. 젊은 선수들간에 유대감을 쌓을 수 있는 좋은 기회다. 미네소타 선수들은 클럽하우스에서 박병호를 뜨겁게 환영해줄 것이다. 미네소타엔 짓궂은 선수들이 많다”라며 현지 분위기를 전했다. 이 기자는 또 “미네소타는 플로리다 포트마이어스에 스프링캠프를 차리게 된다. 2월 26일부터 각 포지션 별로 의무 훈련 기간이 몇 주동안 진행되는데, 이때 구단 직원들과 타격 코치 톰 버난스키, 루디 에르난데스를 만나게 될 것이다. 타격 코치들과 친분을 쌓는 것이 중요하다. 일단 박병호가 배터박스에 발을 들이게 되면 모든 상황은 똑같다. 공의 궤적과 스피드, 다른 스타일의 투구 패턴에 대해 적응을 하게 될 것이다. 미네소타 구단은 박병호가 일련의 도전을 이겨낼 것이라 확신하고 있으며, 나 역시 그렇게 생각한다”라고 친절하게 소개했다.

◇박병호, 20홈런 치면 먹튀라고 안부른다

보통 ML에 진출한 외국 선수들의 평가는 현지 언론에서 내린다. 박찬호에게 ‘먹튀’라는 의미의 별명을 지어준 것도 미국 현지 언론이었다. 그렇다면 박병호가 ‘먹튀’ 소리를 듣지 않기 위해선 어느 정도의 성적을 올려야 할까? 미네소타가 박병호를 영입하기 위해 쓴 돈은 총 2485만 달러(포스팅비 1285만 달러, 4년 총액 1200만 달러)다. 볼링거 기자는 “박병호가 몸값에 걸맞는 성적을 거두기 위해선 적어도 20홈런은 쳐야 한다. 만약 향후 4시즌 동안 평균 20개 이상의 홈런을 친다면 미네소타는 성공적인 계약을 했다고 볼 수 있다”라며 기준선을 제시했다. 마이크 기자는 ‘삼진 비율’에 대해 “중요하지 않다”고 강조했다. 그는 “현재 미네소타에겐 우타자의 장타력이 매우 필요하다. 만약 박병호가 OPS 0.781 이상의 성적을 거둔다면 미네소타는 싼 값에 그를 영입했다고 할 수 있다. 삼진 갯수는 중요하지 않다. 이미 KBO리그에서 기록한 많은 삼진 기록은 계약 내용에 함의됐다”라고 설명했다. 삼진 갯수에 상관없이 높은 타율과 많은 홈런을 기록하면 된다는 의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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