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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외환 김이슬이 2일 일본 나고야 도요타 안테로프스 훈련장에서 열린 일본 여자 농구 도요타와의 연습경기를 마친 뒤 휴식을 취하고 있다. 경기 중 몸싸움을 하다 왼쪽 뺨에 생긴 흉터가 선명하다. / 나고야(일본) | 김경윤기자 bicycle@sportsseoul.com

여자에게 얼굴은 생명과 같다. 프로 스포츠에 종사하는 여자 선수들도 얼굴이 중요한 건 마찬가지다. 거친 몸싸움을 하는 여자 프로농구도 그렇다. 외모가 인기도와 직결되다 보니 성형수술을 받는 선수들도 심심치 않게 생겼다. 하지만 선수들의 지나친 외모 가꾸기는 팀의 플레이에 악영향을 미치기도 한다. 얼굴을 보호하느라 몸 싸움을 꺼리고 팀 워크를 무너뜨리기도 한다. 모 선수는 “경기 중 몸 싸움을 하더라도 성형수술을 받은 선수의 얼굴엔 손을 대지 않는 것이 예의다”고 말할 정도다. 바야흐로 여자 프로농구에 얼굴 가꾸기 열풍이 불고 있다.
여기, 시대를 거꾸로 가는 선수가 있다. 하나외환의 신인 가드 김이슬(19)이다. 김이슬은 예쁘장한 외모를 갖고 있지만, 코트에 나서면 야생마로 변한다. 몸을 아끼지 않는 플레이 때문에 잦은 부상에 시달린다. 김이슬의 투혼은 1일 일본 나고야 도요타와의 연습경기에서 돋보였다. 그는 상대팀 가드와 치열한 몸싸움을 하다 ‘생명 같은’ 얼굴에 생채기를 입었다. 상대팀 선수의 손톱이 그의 얼굴을 할퀴면서 피가 흐를 정도로 다쳤다. 김이슬은 주저앉지 않았다. 벌겋게 부은 얼굴로 수 분간 경기를 더 뛰었다. 벤치로 돌아온 김이슬은, 그제서야 수건 하나를 얼굴에 감싼 채 눈물을 흘렸다. 그는 “얼굴이 다쳤다는 것 보다 공을 빼앗겼다는 것이 더 분하고 속상했다”고 말했다. 그는 실컷 눈물을 쏟은 뒤 아무렇지 않은 듯 모든 훈련 과정을 소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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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외환 김이슬이 2일 일본 나고야 도요타 안테로프스 훈련장에서 열린 일본 여자 농구 도요타와의 연습경기를 마친 뒤 휴식을 취하고 있다. 경기 중 몸싸움을 하다 왼쪽 뺨에 생긴 흉터가 선명하다. / 나고야(일본) | 김경윤기자 bicycle@sportsseoul.com

김이슬은 차세대 가드다. 작은 신장(172㎝)과 왜소한 체격 조건이 흠이지만 몸을 아끼지 않는 악바리 같은 플레이로 팀에 새 바람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하나외환 조동기 감독도 이런 김이슬을 높이 평가하고 있다. 조 감독은 “경험이 적고 경기마다 기복이 크지만, 분명히 크게 성장할 수 있는 잠재력을 갖고 있다. 돌파력이 좋고 정신력이 뛰어나기 때문에 주전 포인트가드의 후보 중 한 명으로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이슬의 머릿속은 얼굴에 난 흉터보다 새 시즌에 대한 생각으로 가득 차 있다. 그는 “어렸을 때부터 프로 데뷔전을 꿈꿔왔다. 가끔씩 프로 무대에서 뛰고 있는 나의 플레이를 상상해 본다. 가슴이 무척 떨린다”고 말했다. 악바리 김이슬의 프로 첫 경기가 얼마 남지 않았다.
나고야(일본) | 김경윤기자 bicycle@sportsseou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