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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서울 김현기기자]올 초부터 체육계 이슈 중 하나로 떠오른 박태환(수영)과 윌슨 로야나에 에루페(육상·케냐) 등 두 선수의 2016 리우 올림픽 출전 여부는 결국 둘 모두에게 참가를 허락하지 않는 쪽으로 결정됐다. 대한체육회는 지난 6일 제1차 스포츠공정위원회를 열고 에루페를 특별귀화 신청 대상자에 추천하기 않기로 했다. 박태환에 대해선 ‘이중처벌’ 문제로 쟁점이 된 국가대표 선발규정 제5조 6항인 ‘금지약물을 복용해 징계를 받은 선수는 징계 만료일부터 3년간 국가대표가 될 수 없다’는 내용을 그대로 유지해 그에게 오는 2019년 3월까지 대표 자격을 부여하지 않기로 했다.
둘이 리우 올림픽에 태극마크를 달고 출전할 가능성은 어느 정도 있었던 것으로 관측됐다. 무엇보다 실력이 올림픽에서 통할 만큼 탁월했기 때문이다. 1월 귀화 심사에서 ‘보류’ 판정을 받은 에루페는 지난달 20일 서울국제마라톤에서 국내 대회 최고기록인 2시간5분13초를 기록하고 우승을 차지해 자신의 경쟁력을 증명했다. 한국 마라톤은 최근 2시간 10분 이내에 들 선수도 나오지 않는 등 극심한 부진에 빠져 있다. 반면 에루페는 리우 올림픽에서 메달까지 노릴 수 있을 만큼 좋은 페이스를 유지하고 있었고 서울국제마라톤을 통해 이를 증명했다. 박태환 역시 올림픽에서 별다른 메달 후보가 없는 한국 수영 현실을 고려할 때 버리기 힘든 카드였다. 특히 그의 주종목인 남자 자유형 400m에선 올해 뚜렷한 강자가 없어 박태환이 올림픽에 출전만 하면 입상도 충분히 가능하다는 예상이 나왔다.
그러나 스포츠공정위 선택은 실력보다 원칙이었다. 에루페는 귀화, 박태환은 규정 개정이 필요했지만 둘의 사안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도핑 양성반응이란 공통된 쟁점이 나온다. 그리고 둘 모두 자신의 약물 투여에 고의성이 없다는 것을 충분히 소명하지 못했다. 전세계적으로 약물 추방 움직임이 열리는 마당에서 둘에게 면죄부를 줄 수 없는 노릇이었다. 실력이 있다는 것만으로 구제를 해주면 결과 만큼이나 과정이 중요하게 여겨지는 최근 스포츠 패러다임이나 국민적 공감대를 사지 못할 가능성이 컸다. ‘봐주기’ 논란에 휩싸일 수도 있다. 체육계 관계자는 “박태환의 경우는 그래서 지금 결론을 내려야 한다고 생각했다. 오는 25일부터 열리는 수영 경영 국가대표 선발전 결과에 따라 체육회 규정 개정을 통한 박태환 대표팀 복귀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는 견해도 있었지만 그렇게 하면 ‘실력 있는 선수 앞에서 규정이 유명무실해진다’는 비판이 나오지 않겠는가. 누구에게나 공평한 잣대를 적용하기 위해서라도 경영 대표 선발전 이전에 이 문제에 대한 답을 내리는 게 맞다고 봤다”며 “에루페도 비슷하다. 약물 문제는 전세계적 이슈인 만큼 엄격하게 판단해야 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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