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지척\' 오승환, \'따봉!\'
[주피터(미 플로리다주)=강명호기자] 오승환(34, 세인트루이스)이 27일(한국시간), 미국 플로리다 주피터의 로저 딘 스타디움에서 열리고 있는 스프링캠프에서 가볍게 캐치볼하고 있다. 2016.02.27.

[스포츠서울 박현진기자] ‘끝판대장’ 오승환(34·세인트루이스)의 기세가 거침없다. 오승환이 시즌 네 번째 등판에서 메이저리그 첫 승리를 거머쥐었다.

오승환은 11일(한국시간) 미국 조지아주 애틀랜타의 터너필드에서 벌어진 애틀랜타와의 원정경기에서 5-6으로 뒤지던 7회말 마운드에 올라 삼진 2개를 곁들이며 1이닝을 퍼펙트로 막았다. 그 사이 세인트루이스 타선이 폭발하면서 오승환에게 승리가 돌아갔다. 한국인 투수가 승리투수가 된 것은 2014년 9월1일 LA 다저스의 류현진이 샌디에이고전에서 선발승을 거둔 이후 588일 만이다. 구원승으로는 박찬호가 피츠버그 유니폼을 입고 있던 2010년 10월2일 플로리다전 이후 무려 2018일 만이다.

오승환은 첫 타자 헥토르 올리베라를 공 5개만에 삼진으로 돌려세웠다. 직구-슬라이더의 패턴에 이어 승부구로 시속 146㎞짜리 몸쪽 직구를 꽂아넣었는데 올리베라가 헛방망이질을 했다. 타일러 플라워스 역시 공 5개로 처리했다. 이번엔 직구로 카운트를 잡고 슬라이더를 결정구로 사용했다. 2볼 2스트라이크에서 바깥쪽으로 휘어져나가는 시속 137㎞의 슬라이더가 들어오자 플라워스는 속수무책이었다. 직구를 예상하고 시동을 걸었던 배트를 멈추지 못해 헛스윙 삼진으로 물러나야 했다. 두 타자를 연달아 삼진으로 돌려세운 오승환은 시속 132㎞의 슬라이더로 후속타자 켈리 존슨까지 2루 땅볼로 처리하며 간단하게 이닝을 마쳤다.

오승환은 8회초 2사후 자신의 타석이 돌아왔을 때 대타 매트 할리데이로 교체됐는데 이 때부터 세인트루이스의 반격이 시작됐다. 할리데이는 중전안타로 대역전극의 서막을 열었고 이어 매트 카펜트가 몸에 맞는 공으로 출루했다.이어 타석에 들어선 제레미 하젤베이커가 1타점짜리 우전 안타로 승부를 원점으로 돌렸고 스티븐 피스코티가 우전 적시타를 터뜨려 7-6으로 승부를 뒤집으며 오승환의 승리요건이 마련됐다. 세인트루이스 타선은 9회초 다시 한 번 대폭발을 일으키며 5점을 달아났고 12-7로 여유있게 승리했다.

오승환은 데뷔전이었던 4일 피츠버그전부터 4경기에 등판해 3.2이닝을 던지는 동안 무안타 무실점 행진을 이어갔다. 11개의 아웃카운트 가운데 8개를 삼진으로 솎아내 한국과 일본 무대를 평정한 최고의 마무리투수다운 구위를 자랑했다. 볼넷 4개 가운데 2개는 필요에 의해 선택한 고의4구였다는 점을 고려하면 제구도 메이저리그 무대에서 손색이 없는 수준이라고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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