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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컬러풀 대구’에는 수많은 색상이 칠해졌다. 하중도 유채의 노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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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컬러풀 대구’에는 수많은 색상이 칠해졌다. 하중도 청보리밭의 청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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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컬러풀 대구’에는 수많은 색상이 칠해졌다. 팔공산 대구올레 한실골 복사꽃의 연분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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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컬러풀 대구’에는 수많은 색상이 칠해졌다. 달성습지의 그레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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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컬러풀 대구’에는 수많은 색상이 칠해졌다. 달성습지 맹꽁이서식지의 연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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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컬러풀 대구’에는 수많은 색상이 칠해졌다. 비슬산 참꽃군락지의 핑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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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컬러풀 대구’에는 수많은 색상이 칠해졌다. 화원동산 앙상한 나뭇가지에 움을 틔운 순백
[대구=글·사진 스포츠서울 이우석기자]이상할 것도 없다. 대구가 주목받고 있는 것이 말이다. 지난 총선 얘기가 아니다. 문화체육관광부가 시행하는 올해 봄 여행주간에 대구가 최우수 프로그램으로 선정된 것에 대해서다.뭐 짤막한 여행이라는 게 그렇다. 장시간 막히는 곳에서 운전하기 싫은데 철도 등 교통이 편하고 내부에서 돌아다녀도 좋은 곳이면 된다. 게다가 맛난 음식, 특히 값싼(비싸면 당연히 맛있어야 한다) 주전부리도 잔뜩 있고 지역색까지 선명하면 딱이다. 놀기 안전한 데다 근사한 풍경까지 있으면 더 이상 바랄게 없다.최우수 프로그램으로 당당하게 이름을 올린 대구시의 ‘대구는 예쁘다’에는 뷰티, 패션, 풍경, 맛 등 젊은 감성을 죄다 끌어모으는 힘이 서려 있다. 프로그램에는 대구시의 아름다운 관광지 스탬프 투어, 뷰티체험 프로그램, 야경 시티투어, 트레킹 투어, 광역연계 투어 등 다양한 세부 이벤트들이 펼쳐진다.팔공산에 벚꽃이 만발했다길래 대구를 다녀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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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성습지는 생태계의 보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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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리카 초원을 닮은 달성습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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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심과 그리 멀지 않은 곳에 자연 생태가 보존되고 있는 달성습지.
◇여행의 목표 ‘달성’

크게 놀랐다. 섭지라니… 아니 내륙 대구에 섭지코지와 비슷한 것이라도 있단 말인가. 심장이 뛰었다. 설명을 듣고보니 ‘습지’였다. 사투리가 습지를 섭지로 만들었고 나는 그만 ‘사가지’ 없게도 섭지로 오해하고 말았다. 습지도 놀랄 일이다. 맹꽁이 50만 마리가 살고 있다는 국내 최대 맹꽁이 서식지 달성습지에서 대도시 대구의 숨은 매력을 발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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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리카 초원을 닮은 달성습지.

대프리카. 대구의 별명이다. 아프리카만큼 덥다고 해서 붙은 별칭인데 대구에선 크게 개의치 않는 모양이다. 오히려 덥다고 자랑한다. 한여름 합천이나 영천이 낮 최고 기온을 경신하면 오히려 아쉬워하는 눈치다. 지독하게 더운 게 자랑인 대구의 당당한 모습에 갈채를 보낸다.

달성습지는 ‘대프리카’를 현실에서 느낄 수 있도록 만들어주는 공간이다. 정말 아프리카 초원처럼 생겼다. 세렝게티처럼 잡목 우거진 초원, 그리고 맹꽁이와 두꺼비, 살모사 등 양서·파충류가 살아가는 풀숲과 늪(여기도 ‘넙’이라고 발음했다). 물고기를 노리는 민물 가마우지도 500여 마리가 살고 있다. 중국인들이 목에 줄을 묶어 낚시를 하는 그 가마우지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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맹꽁이 올챙이. 달성습지는 국내 최대 맹꽁이 서식지다.

습지 해설사와 함께 걸었다. 삵이 살고 있대서 혹여 볼 수 있으려나 했지만 삵의 시커먼 똥(장이 안 좋은 모양이다)만 봤다. 해설사는 똥에 대한 지대한 관심을 보였지만 나는 혹시 또 나타나면 밟지 않으려는데 모든 노력을 기울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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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성습지는 대도시 대구의 이미지와는 또다른 세계다.

금호강이 낙동강과 만나고 진천천과 대명천이 모이는 네물머리에 대구 자연생태의 보고 달성습지가 있다. 여름에 큰비가 오면 물이 넘쳐 생겨난 범람형 습지라고 한다. 4대 강 개발 때문에 원래 강변 백사장의 모습을 잃어가고 있지만 여전히 많은 개체들이 살고 있다. 백로 등도 있다는데 가마우지만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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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성습지 맹꽁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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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성습지 두꺼비.

이름은 굉장히 낯익지만 맹꽁이를 가까이선 처음 봤다. 술을 잔뜩 먹은 취객처럼 어기적 기어 다니는 것도 이때 처음 알았다. 몸을 부풀리고 뱅글뱅글 도는 모습을 보니, 좀 맹한 사람을 보고 왜 맹꽁이라 부르는지도 알 것 같았다. 이 낯선 멸종위기종 양서류가 50만 마리가 산다니 놀라운 일이 아닐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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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원동산 전망대에서 본 달성습지. 남북아메리카 대륙처럼 생겼다.

인근 화원동산에 올라가면 습지의 모습이 한눈에 보이는데 이때도 놀랐다. 그 모습이 꼭 아메리카 대륙처럼 생겼으니 말이다. 아니 뭐 한반도 닮았다는 곳이야 많이 가봤지만 남북 아메리카의 형상을 빼닮은 곳은 금시초문이다. 생각해보니 나는 플로리다 근처에서 삵의 똥을 피해 멕시코 쪽으로 내려온 것 같다. 맹꽁이는 페루와 칠레 쪽에 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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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호강 하중도는 샛노란 유채밭과 청록의 청보리밭을 같이 품고있어 더욱 화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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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중도 청보리밭.
◇꽃천지, 대구는 예쁘다

팔공산 순환도로에는 벚꽃엔딩이 펼쳐지고 있었다. 그야말로 꽃비가 내린다. 네일아트 가격으로 따지면 수조원에 이르는 손톱이 소나기처럼 내리고 있다. 쏟아져 내리는 봄을 기념코자 많은 이들이 몰려와 사진을 찍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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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공산 순환도로에 바람이 불어 벚꽃 소낙비가 나리고 있다.

지나는 차량도 보닛에 쌓이는 봄의 잔 조각들이 싫지는 않은 모양이다. 최고는 꽃잎 내려와 몇 겹이나 쌓인 분홍 카펫에 그대로 주저앉아 상춘을 즐기는 사람들. 이곳에 앉아 두런두런 이야기를 나누면 도낏자루가 썩는지도 모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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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슬산 참꽃을 보러온 관광객.

이 글을 읽을 때 즈음이면 벚꽃은 거의 없다. 하지만 분홍 참꽃이 피어난 비슬산이 있으니 걱정 없다. 해발 1084m의 비슬산은 팔공산과 함께 대구의 영산이다. 비슬산(琵瑟山)은 신선이 거문고를 타는 모습과 닮았대서 붙은 이름이다.

기암괴석이 산정 곳곳에 자리 한 것이 과연 그런 생김새다. 출발지인 자연휴양림 관리사무소에 갔다. 5000원(편도)을 내면 전기차를 타고 정상 부근 대견사까지 오를 수 있다. 전기버스 관리인에게 물었다. “걸어가면 얼마나 걸려요?”. 그는 나를 힐끗 보더니 입에 남아있던 숨 그대로 대답했다. “(너라면)반나절 쯤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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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말 만개할 전망인 비슬산 참꽃군락지.

당연히 버스를 탔다. 지팡이를 든 등산객들이 “운동 좀 해라”고 꾸짖는 것 같아 갑자기 부끄러워졌다. 하지만 구곡양장의 가파른 비탈을 끝도 없이 오를 때 나는 쾌재를 불렀다. ‘내가 아무리 갖고 싶은 게 있어도 5000원 만큼은 남겨놓아야지’하고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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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슬산 참꽃군락지.

대견사에서 바라보는 대구 시내의 모습은 까마득하다. 절집 뒤로는 참꽃이 가득 피어난 천상의 화원이 있다. 사방으로 끝도 없다. 분홍, 그중에서도 수채물감 분홍 철쭉보다는 흐리고 진달래보다도 투명한 참꽃, 참으로 고운 꽃이다. 지난주(15일) 절반쯤 개화했으니 이번 주면 절정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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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말 만개할 전망인 비슬산 참꽃군락지.

참꽃을 눈에 담고 사진기에 욱여넣었다. 내려오면서(물론 전기차를 탔다) 마음까지 물든 것 같았다. 상스럽지 않은 핑크가 넙데데한 몸통에 가득일 것이다. 지금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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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의 맛 평화시장 똥집골목 찜닭(평화통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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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의 맛 평화시장 똥집골목 닭똥침튀김 반반 (평화통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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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의 맛 신내당시장 달고떡볶이(원조80달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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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의 맛 달고떡볶이(80달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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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의 맛 신내당시장 달고떡볶이(옛날달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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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의 맛 생고기(녹향구이)
◇대구는 맛있다

“대구가 왜 맛있냐”고 되물을 요량이면 그냥 신문의 이 부분은 접어도 된다. 하지만 입맛이란 것은 굉장히 주관적이다. 게다가 무려 250만 명이 사는 곳에 맛있는 집이 왜 없겠나.

(아메리카 대륙이 있어서일까) 신문물을 빨리 받아들이고 친족·친지 등의 모임도 많은 대구는 특유의 먹거리 문화를 발전시켰다. 국내 치맥의 본고장인 데다 이름만 들으면 아는 유명 외식 프랜차이즈 중에도 대구에서 출발한 곳이 많다.

그 밑바탕은 바로 주전부리다. 납작만두나 신천할매떡볶이, 북성로 우동, 야키우동, 진흥반점 짬뽕 등은 벌써 유명해졌다. 이번엔 평화시장 똥집골목과 ‘달고떡볶이’를 파는 신내당시장에 갔다. 똥집골목은 닭의 근위를 최초로 프라이드 치킨처럼 튀겨서 판 곳이다. 허드레 부위였던 똥집은 졸깃졸깃 씹는 맛이 좋아 안줏거리로 제격이다. 배도 덜 부르고 값도 싸니 2차 코스로 딱이다. 최근에는 튀김 뿐 아니라 양념똥집, 철판구이, 찜닭, 문어튀김을 곁들인 메뉴까지 등장했다. 이곳에는 45년 전 시작한 삼아통닭을 비롯해 30여 곳이 성업 중이다. 지난해는 한국관광공사 선정 음식테마거리로 당당하게 선정되기까지 했다.

달고떡볶이는 ‘달성고등학교 앞 떡볶이’의 준말이다. 달고 앞에 있던 것이 지금은 시장 안으로 들어와 보통명사화됐다. 3군데에서 ‘달고 떡볶이’를 취급하는데 저마다 맛이 조금씩 다르다. 밀가루 떡볶이에 반토막 크기 만두 2개를 넣어 국물을 흥건히 곁들여 준다. 놀라지 마시라.가격은 1인분에 1000원(오타 아님)이다.

현풍시장 안 소구레국밥 역시 유명하다. 가죽과 살 사이에 있는 콜라겐 덩어리를 보통 ‘수구레’라고 하는데 이곳에선 소구레라고 부른다. ‘섭지’처럼. 아무튼 수구레를 넣고 국을 끓이면 그 맛이 참 좋다. 국물은 구수하고 씹는 맛도 근사하다. 현풍도깨비시장에는 수구레집이 많은데 한 그릇 밥을 말아 먹자면 한 끼 식사야 물론이며 지난밤 해장으로도 틀림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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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의 맛 생고기 뭉티기는 떡처럼 차진 식감이 일품이다(송학구이)

생고기 역시 대구가 자랑하는 맛이다. 뭉텅뭉텅 썰어 접시에 찰싹 붙은 생고기는 떡처럼 차진 식감이 좋다. 신선한 고기에서 은근히 풍기는 육향이 고스란히 살아있어 술 한잔 걸치기에 찰떡궁합이다.

대구는 각 지역이 죄다 대중교통으로 연결되니 ‘처용’처럼 밤 늦도록 돌아다니기에도 편하다. 남녀노소 모두 1박2일을 밤낮없이 알차게 보낼 수 있는 곳이 대구다.

demory@sportsseoul.com

여행정보

●둘러볼만한 곳=팔공산(1192m) 케이블카를 타고 하늘정원에 오르면 대구의 전경이 모두 보인다. 동화사와 부인사, 파계사 등 천년고찰을 품고 있으며, 맑고 깨끗한 계곡을 따라 등산로가 있어 많은 사람이 찾는다. 요금 왕복 기준 어른 9000원.

금호강이 품은 작은 섬 하중도는 봄에 유채꽃과 청보리밭이 어우러진 아름다운 색의 향연이 펼쳐진다. 서거정 선생이 쓴 시 ‘대구십영(大丘十泳)’에는 금호범주(琴湖泛舟)가 등장하는데 그만큼 풍경이 좋다.

신라 35대 경덕왕이 가야산을 갈 때 행궁을 두었던 화원동산은 낙동강, 금호강, 진천천과 ‘아메리카 대륙’ 습지가 한눈에 보이는 포인트다. 팔각정까지 오리 모양 전기차를 운행한다. 석양 포인트로도 유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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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의 맛 현풍도깨비시장 소구레국밥(현대식당)

●먹거리=달고떡볶이(이하 달떡)는 신내당 시장 안에 원조달떡, 옛날달떡, 달떡볶이만두분식 등 3집이 있는데 제각각 맛이 다르다. 백종원의 삼대천왕에 나온 원조달떡이 가장 크다. 송학구이는 생고기와 오드래기를 잘한다. 수성못에 ‘거대한’ 분점을 냈다.(053)762-0547. 소구레국밥은 현풍시장 끝집 현대식당이 가장 유명하다.(010)2711-8787 똥집 골목은 대부분 메뉴와 가격이 비슷하고 특별히 맛도 빠지는 곳이 없다. 이중 평화통닭은 찜닭을 내니 소주나 식사 거리로 좋다.(053)958-0816.

현풍시장 안 지현옥원두커피는 사장이 이름을 내걸고 하는 집이다. 향기로운 커피와 매콤한 정구지전(부추전)을 맛볼 수 있는 곳이다.(010)4125-37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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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현옥원두커피의 별미 정구지전(부추전)

●잘 곳=전통을 자랑하는 호텔수성(www.hotelsusung.co.kr)은 대구의 핫플레이스 ‘들안길’ 인근에 있어 입지가 좋다. 특급호텔 못지않은 객실과 시설도 깨끗하고 수성못을 담을 수 있는 전망도 좋다. 한국관광공사의 중소호텔체인인 ‘베니키아’ 가맹점이다. 1899-10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