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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메오는 사양! 우리끼리 있어야 잘생겨보여~”
KBS 희극인실 ‘훈남’들이 총출동한 KBS2 ‘개그콘서트(이하 개콘)-놈놈놈’이 제대로 떴다!
‘놈놈놈’은 ‘황해’, ‘뿜엔터테인먼트’, ‘댄수다’에 이어 ‘개콘’의 중흥기에 정점을 찍으며, 여자 시청자들이 가장 열광하는 코너로 인기를 한몸에 받고 있다. 방송 2개월만에 코너 시청률 1위에 등극한데 이어, 출연진 모두가 ‘핫 스타’로 자리매김했다.
◇‘놈놈놈’의 조건-신장 180㎝도 깔창 깔아야 하는 기럭지
개그맨 류근지(29), 김기리(28), 복현규(30), 유인석(29), 송필근(22)과 홍일점 안소미(23) 등 6명이 팀을 꾸린 ‘놈놈놈’은 커플인 송필근-안소미의 데이트에 외모, 재력, 성격까지 모든 것을 갖춘 우월한 친구들이 등장하는 콩트 개그다. 대한민국 평균 남자를 대변하는 송필근 입장에선 매회 데이트를 돕겠다고 나서는 김기리, 복현규, 유인석이 친구인지 원수인지 모를 지경이다. 세 친구에 더해 종업원 류근지가 ‘뇌쇄적 스킨십’까지 나서면 안소미는 ‘훈남 천국’에서 행복한 ‘멘붕’에 빠지게 된다.
‘놈놈놈’의 아이디어는 송필근, 유인석, 복현규 등 막내들이 구상했다. “멘토-멘티 제도로 완성된 코너에요. 무작위로 했는데 우리 셋이 한 팀이 되서 여기에 멘토 선배들을 5지망까지 적어서 냈어요. 처음부터 외모 위주로 송병철 선배를 생각했는데, 류근지 선배랑 김기리 선배가 오시면서 팀이 완성됐죠.(송필근)”
우월한 비주얼의 팀을 꾸리기위해 무엇보다 중요했던 건 키. 복현규가 190㎝, 유인석이 188㎝, 류근지가 187㎝로 모두 농구선수 버금가는 키를 자랑한다. 이 때문에 결코 작지 않은 편인 김기리(179㎝)가 키높이 구두를 신는 굴욕을 겪고 있다. “어쩔 수가 없어요. 키가 맞춰져야 어느 정도 그림이 나오거든요. 얼굴만 놓고 보면 허경환 선배나 서태훈도 괜찮은데 키가 작아서 그런 느낌이 안 나요.(류근지)”
훈남 개그맨들을 모아놨더니, 반응이 금세 왔다. 첫 녹화때 “필근아~”하며 훈남 친구 3인방이 등장하자마자 객석에서 “꺄~”하는 비명소리가 울렸다. 복현규가 “여잔, 그렇다~”라는 말로, 유인석이 “소미씨~”라며 현물로, 김기리가 뭐든 통째로 사는 재력으로 어필한다면, 류근지는 말없이 직접적인 스킨십으로 안소미를 공략한다. “신비주의에요. 말을 할듯 안할듯 하면서 계속 애간장을 태우고 있는데, 아마 코너 끝날 때까지 저는 말을 안할 거에요. 하하.(류근지)”
인기가 높아지고 있지만, 카메오는 정중히 사양했다. 코너의 정체성이 흔들리기 때문이란다. “배우분들 외모가 다 우리 이상이라서, 오징어될까봐 안되겠어요. 키는 깔창이라도 있지만, 외모는 커버가 안돼요. 게스트 없이 쭉 가고 싶네요.(유인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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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글오글 연인 이벤트-내 머릿속에 다 있다!
‘놈놈놈’ 코너에 대한 반응은 남녀가 극과 극이다. 여자들은 비명을 지르면서도 좋아하고, 남자들은 찡그리며 괴로워한다. 매회 에피소드는 각자의 연애 경험이 어느 정도 녹아든다. ‘놈놈놈’ 멤버들은 실제로도 이벤트에 강한 타입일까. “아예 처음 만날 때부터 기념일을 잘 못챙긴다고 얘기해요. 내 생일도 기억못하는 성격이거든요. 대신 평소에 그 친구가 뭐가 필요한지 알아뒀다가 ‘생각나서 샀다’하고 툭툭 주는 스타일이에요.(유인석)” 유인석에 대해 “스토커 기질이 있다. 숙취 해소하라고 진짜 헛개나무 뽑아올 녀석이다”라는 멤버들의 증언이 이어졌다. 복현규는 실용적인 아이디어를 내놓았다. “저는 누가 귀고리를 하나 선물 받았다고 하면 목걸이, 지갑, 옷 이렇게 3개를 안겨주는 타입이에요. 물론 가격은 좀 낮춰서 양으로 승부하는 거죠. 하하.”
현재 여자 친구가 있는 류근지와 송필근은 한번에 큰 감동을 주는 방법을 선호했다. “원래 성격이 무뚝뚝해서 잘 챙겨주는 편은 아니에요. 대신 1년에 한 번 정도 아주 제대로 크게 해주는 스타일이에요. 그런 걸 정말 고마워하더라구요.(류근지)”, “꼭 챙겨야 하는 날에는 다른 친구들한테 안 꿀리게 해주는 편이에요. 돈보다 아이디어로 승부수를 내는 거죠.(송필근)” 코너 속에서는 이 다섯명의 남자가 한 마음으로 안소미를 감동시키려고 애쓴다. “개인적 경험담이 많이 들어가지는 않아요. 저는 그냥 남자 친구가 이렇게 해줬으면 싶은 아이디어를 많이 넣어요. 하하. 연습 안해도 되는데 계속 연습도 하구요. (안소미)”
‘놈놈놈’에서 멤버들은 시종일관 멋있는 포즈를 취해야 한다. 스스로 “나는 잘 생겼다”하고 최면을 걸어야 하는 연기다. 멤버들이 꼽는 ‘멋있는 연기’의 달인은 김기리다. “‘불편한 진실’ 하면서 거의 2년을 경험해서요. 인석이도 잘 하는 편이에요. 멋있는데 대해 굉장히 자신감이 있달까. 현규는 아직 쑥쓰러워하는 편이구요.(김기리)”
최근 들어 이 연기에 가장 물이 오른 사람은 류근지다. 스스로 ‘메소드 연기’라고 자평할 정도다. “예전에는 잘생긴 역 맡으면 정말 못했어요. 그런데 요새는 작가실에서 혼자 로댕의 ‘생각하는 사람’처럼 앉아있기도 하고, 샤워하고 나오다 ‘맛있게 드세요’ 포즈할 때도 있어요. 하하. 내가 이런 연기할 때 어떤 표정인 지 즐기는 것 같기도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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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늦깎이 신인, 개그 신동, 재기 스타의 해뜰 날!
‘놈놈놈’은 제각각의 이유로 빛이 가려졌던 멤버들의 존재감을 또렷하게 알려준 코너다. 속칭 ‘니주(개그를 받혀주는 역할)’역할을 많이 했던 24기 류근지와 안소미는 톡톡 웃음을 터뜨리며 전성기를 구가하고 있고, 27기 유인석 송필근, 28기 복현규 등은 신인답지 않은 연기력으로 단숨에 인지도를 높였다.
복현규는 멤버 중 기수는 가장 낮지만 나이는 가장 많은 늦깎이 신인이다. 2007년 SBS 공채 개그맨으로 선발됐지만, 이후 극단생활을 전전하며 방황의 시간을 보냈다.“대학 때 전공은 사진이었어요. 그러다 대학로에서 2005년 연극을 시작했고, 극단에서 개그를 하다가 8년만에 합격했어요.” 그의 소속사 덩실덩실 엔터테인먼트는 먹고살 길이 막막했던 그가 운영하던 1인 이벤트 회사다. 연극을 전공한 유인석도 2007년부터 개그맨 시험을 준비해, 무려 5년만인 지난해 합격증을 받았다. 반면 송필근은 중학생 때 이미 KBS2 ‘개그사냥’에 출연했던 개그 신동이다. “프로그램 공고에 남녀노소 제한이 없길래 방학때 친구랑 코너를 짜서 프로그램에 출연했어요. 그 후 예고 나와서 방송연예과 졸업하고 공채는 오히려 늦게 된 편이에요.”
멤버 모두에게 각별한 코너인 만큼 올 연말 ‘연예대상’에 거는 기대도 크다. “여러 상이 있지만 개인적으로 가장 탐나는 상은 ‘최우수 코너상’이에요. 2011년에 ‘애정남’이 코너상을 수상했었는데, 정말 뿌듯했던 기억이 있어요. 올해는 ‘황해’, ‘뿜엔터테인먼트’, ‘두근두근’ 등 워낙 잘 된 코너가 많아서 경쟁이 더 치열할 것 같긴 해요.(류근지)”, “누가 어떤 상을 타게 될 지는 모르겠지만, 한명이라도 상을 타서 단상에서 ‘놈놈놈’이라고 한번 외쳐줬으면 좋겠어요.(안소미)” 유인석은 수상과는 별개의 소망을 밝혔다. “저는 ‘연예대상’ 무대에서 춤추고 노래하는게 그렇게 좋더라구요. 올해는 2부 시작 축하공연을 ‘놈놈놈’이 맡아서 한번 했으면 좋겠어요. 하하.”
박효실기자 gag11@sportsseoul.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