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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서울 고진현 체육2부장]경력은 역경을 헤쳐나오면서 따내는 훈장이다. 프로야구 두산 베어스 김태룡(58) 단장이 별처럼 빛나는 또 하나의 훈장을 달았다. 지난 4일 전무이사로 승진하는 경사를 맞았다. 프런트 말단 직원에서 전무이사까지 올라가는데는 26년의 긴 세월이 걸렸다. 불의의 어깨부상으로 야구 선수로 성공하지도 못한 그가 대기업 전무이사로 승승장구하고 있는 사실은 ‘흙수저’의 인생역전 스토리가 아직 한국 사회에서 사라지지 않았다는 사실을 웅변하고 있는 것 같아 반갑기 그지없다.
김 단장은 “야구 하나만 생각하고 우직하게 달려왔다”면서 “인재를 키우고 미래를 내다보는 두산그룹의 기업 문화와 두산 베어스의 선이 굵은 화수분 야구라는 팀컬러가 절묘하게 맞아 떨어져 그룹에서도 좋은 평가를 내린 것 같다”고 자신의 승진 배경을 쑥스럽게 설명했다. 올 시즌 프로야구 두산의 선두 질주는 경기침체의 여파로 우울할 수밖에 없는 그룹 전체 직원들의 사기진작에도 큰 역할을 하고 있다는 평가다. 지난시즌 우승컵을 들어올린 두산은 올 시즌에도 중심타자 김현수가 메이저리그로 빠져 나간 공백을 비웃기라도 하듯 김재환 오재일 등 새로운 거포들을 잇따라 배출해내며 화수분 야구의 진면목을 맘껏 뽐내고 있다.
페넌트레이스 반환점을 눈앞에 둔 19일 현재 두산은 2위 NC를 3.5게임 차로 따돌리고 단독 선두를 질주 중이다. 김 단장은 자율과 책임이라는 큰 줄기속에서 선수들을 시스템으로 키워내는 화수분 야구의 정교한 밑그림을 그린 설계자로 평가받는다. 전무이사로 승진한 김 단장으로부터 성공한 야구 경영인의 뚝심있는 철학을 자세하게 들어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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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런트 여러 분야를 수행하면서 축적된 다양한 경험과 경기인 출신의 전문성을 그룹에서 높이 평가해준 것 같다. 그와 더불어 지난 10여년간 꾸준하게 유지해온 성적도 승진의 또 다른 이유가 아닌가 싶다. 지난 해 우승하면서 이번에 승진까지 하게 됐는데 야구를 사랑하는 박정원 구단주님의 배려에 고개숙여 감사드린다.
-김 단장의 성공을 옆에서 지켜본 분들은 한결같이 성실성과 인간적인 친화력을 높이 사고 있다. 본인은 이러한 평가를 어떻게 생각하나?그렇게 평가해 주시니 황송할 따름이다. 그 동안 야구단에 몸담으면서 국내외(특히 일본) 많은 분들을 만났다.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형성된 인적 네트워크가 결국 큰 자산이 됐다. 주위에서 많은 분들이 도와주셨기 때문에 이 자리까지 올 수 있었지, 나 혼자 잘해서 된 건 결코 아니다.
-사람은 독불장군처럼 혼자 살 수 없다. 김 단장이 불운했던 선수생활을 극복하고 성공하기까지는 많은 사람들의 도움이 있었을 것이다. 김 단장의 야구인생에서 결코 잊을 수 없는 은인들이 있다면?강병철 감독님이 가장 먼저 생각난다. 동아대학교 2학년 때 어깨를 다쳐 선수생활을 더 이어갈 수 없어 실의에 빠져있을 때 나를 잡아주신 분이다. 어떻게든 야구와 인연의 끈을 놓지 않게 물심양면으로 도와주시고 다독여 주신 감독님을 평생 잊을 수가 없다. 두번째로는 야구계를 떠나서 솔잎이 그리워질 때(롯데에서 사직한 뒤 1년간 무역업으로 외도) 나를 두산(OB) 베어스로 불러주신 박용민 전 사장님이다. 타 구단에서 프런트 경험이 있었지만 그와는 상관없이 나를 좋게 봐주셔서 두산으로 이끌어 주셨다.
-두산 야구의 역사는 1994년 선수단 이탈 사건이 새로운 전환점이 됐다고 본다. 결국 아픔 속에 잉태된 두산의 팀 문화와 색깔이 오늘까지 이어오고 있다는 게 당시 현장기자였던 저의 개인적인 생각이다. 당시 김 단장은 매니저였다. 이러한 견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우리 구단에게 1994년 선수단 이탈 사건은 씻을 수 없는 오명이지만 구단이 어떤 방향으로 운영되어야 한다는 점을 다시 한 번 생각하게 되는 계기가 되었다고 생각한다. 예전에는 당연시되던 ‘하늘 같은 선배, 새파란 후배’ 로 표현될 수 있는 상명하복의 문화가 이 사건을 겪으면서 선수단 구성원 개개인의 인권 및 팀이라는 가치에 대해서 다시 한 번 숙고할 수 있는 기회가 됐고,이후 선수들과 코칭스태프 그리고 구단 모두가 힘을 합쳐서 팀워크를 다지게 된 계기가 됐다고 생각한다. 결국은 이러한 노력이 구단의 새 전통으로 자리잡아 ‘선배가 앞에서 끌고 후배가 뒤에서 미는’ 두산만의 끈끈한 팀 문화가 생겼다고 본다.
-두산 야구는 결국 자율과 책임, 그리고 두 가지 굵은 원칙 속에서 선수를 시스템으로 키워내는 화수분 야구라고 요약할 수 있겠다. 김 단장은 두산의 화수분 야구를 시스템으로 이끄는데 큰 역할을 했다. 경기인 출신 단장으로 선수를 키워내는 두산의 야구 시스템을 자세하게 설명해 달라.거창하게 시스템이라고 명명할 수도 있겠지만, 현실적으로 구단은 선수들이 기량 향상과 경쟁에만 몰두할 수 있도록 분위기를 만드는 것 밖에는 할 수가 없다. 질문에서 말씀하신 대로 자율과 책임이라는 단어는 모든 선수들에게 적용되는 말이다. 구단은 모든 선수가 제로베이스에서 시작해서 경쟁할 수 있도록 한다. 드래프트 상위 지명 선수이든 육성선수로 구단에 입단하든 기회는 공평하게 주는 게 두산의 문화다. 기량이 부족한 선수가 기량이 더 좋은 선수를 제치고 1군에서 활약하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다. 다행히 우리 팀을 보면 과거 손시헌, 김현수, 오현택 같은 육성선수 출신들이 좋은 활약을 하면서 이러한 분위기를 만드는 것이 가능했다. 이런 선수들이 성장하고 활약하면서 아마추어 선수들에게는 두산이 가장 입단하고 싶은 팀 중 하나로 꼽힐 수 있었다. 이와 함께 원석을 보석으로 만들기 위해선 현장에 있는 코칭스태프와 프런트의 열정과 관심 또한 중요하다.
-경기인 출신의 단장은 야구에 대한 전문성과 통찰력이라는 측면에서는 유리하지만 자칫 프런트 야구라는 비난에 시달릴 수도 있다. 김 단장은 프런트와 현장의 경계는 무엇이며 이를 어떻게 슬기롭게 극복해가는지 궁금하다.김승영 사장이 취임식에서 강한 프런트를 만드시겠다는 구상을 이야기하신 적이 있는데 많은 분들이 오해를 하고 있다. 강한 프런트는 야구를 제대로 알고 공부해서 프런트 각자 맡은 부분에서 최대한의 역량을 발휘해 제대로 선수단을 서포트하자는 의미다. 구단은 일단 감독과 코치를 선임하면 그 이후 현장의 모든 것은 감독과 코치에게 맡긴다. 다만 트레이드, 신인지명 또는 외국인선수 선발 같은 부분에서는 전력강화를 위해서 프런트와 코칭스태프가 협력과 협의를 하지만 선수 기용 및 경기 운영 같은 부분에 대해서는 절대 개입하지 않는다. 프런트는 장기적인 선수 구성과 수급, 그리고 전력 강화를 위해서 존재하는 조직이지 현장에서 벌어지는 일에 대해서는 전적으로 감독과 코칭스태프가 모든 의사결정을 하게 된다.
경기인 출신 단장이기에 어려운 점도 많다.경기인 출신 단장은 평소 코칭스태프에게 말 한 마디 건네기가 부담스럽다. 예전부터 경기인 출신이기 때문에 ‘다 알면서 그런 소리 한다’는 이야기를 많이 들어왔다. 이런 오해의 소지를 없애기 위해서 코칭스태프에게 일방적인 지시 보다는 열린 대화를 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김 단장은 야구선수로선 부침이 심했다. 고교시절에는 작은 체구에도 불구하고 뛰어난 타격자질을 뽐냈지만 대학시절 부상으로 선수생활을 접는 아픔이 있었다. 꿈이 꺾이는 순간, 대부분은 좌절하게 마련인데 당시 어떤 심정으로 야구와 다시 인연을 이어갔나?부상으로 그만 둘 때에는 앞이 캄캄했다. 그 동안 배운 거라곤 야구밖에 없는데 어떻게 사회생활을 할 수 있을까 고민스러웠다. 야구 선수는 더 이상 할 수 없었지만 야구단 프런트 또는 야구 행정가로서의 꿈은 더욱 더 커지는 계기가 된 게 사실이다. 그러면서 일본어 독학도 하게 됐고 롯데 자이언츠 계약직으로 입사한 후에는 그 어떤 업무도 다해낸다는 집념으로 일했다. 야구선수로서 배워온 인내심과 노력 덕분에 모든 야구단 업무를 열정적으로 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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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처 받은 영혼은 상대를 이해하고 포용하는 새로운 능력을 부여받게 돼 있다. 김 단장이 야구인생에서 경험한 좌절은 야구단을 운영하는 단장의 입장에선 어떤 장점으로 승화될 수 있었는가?
항상 새로 입단하는 신인 선수들, 또는 열심히 하지 않는 선수들이 있으면 “유니폼 입고 자신이 하고 싶은 야구를 할 때가 가장 행복한 줄 알아라”고 충고한다. 야구를 하고 싶어도 할 수 없었던 내 자신의 아팠던 경험 때문이다. 자연스럽게 야구에 대한 절실함을 가진 선수에게 애정이 더 가기 마련이다. 그들의 입장을 이해하고 무엇을 도와줘야 이 친구들이 꿈을 이룰 수 있을까 항상 고민하게 된다.
-두산 입사 이후 프런트에서 많은 일을 경험했다. 본인의 적성으로 놓고 볼 때 가장 잘 맞았던 분야는 무엇인가?야구와 관련된 일이라면 모두 적성에 맞았다. 다만 적성에 맞고 안 맞고를 떠나 가장 긴 기간인 8년 동안 역임했던 1군 매니저 시절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 현장에서 직접 선수들과 호흡하며 그들의 생생한 이야기를 듣고 동고동락했던 그 당시가 지금도 항상 그립다.
-세월은 참 빠르다. 이제 감독들은 김 단장 후배 세대로 넘어갔다. 단장으로서 선배 감독들을 모시는 것과 후배 감독과 함께 하는 것 중 어느 쪽이 더 힘이 드는가?
선배든 후배든 감독님을 모시는 일은 어려운 일이다. 하지만 그것보다 중요한 것은 하나의 목표를 가지고 현장과 프런트가 함께 나아가야 한다는 사실이다.공동의 목표 달성을 위해서 서로 소통하고 협력하는 자세가 중요하다. 감독이 선배인지 후배인지는 그리 중요하지 않다.
-야구단을 운영하는 단장으로서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원칙과 덕목은 무엇인가?야구는 개인 운동이 아닌 단체 운동이기 때문에 팀워크보다 중요한 가치는 없다. 따라서 팀 보다 개인을 우선시하는 일이 없도록 항상 선수들에게 주문하고 있다. 선수단 내규에 대한 상벌을 확실하고 공평하게 적용하는 것도 중요하다. 선수들이 예의범절을 지키고 동료에 대한 배려를 잊지 않도록 인성 교육을 중점적으로 실시하고 있다.
-두산의 야구는 1995년 김인식 감독이 두 번째 우승을 차지하면서 그 색깔이 짙어졌다. 김 단장은 그 시절 매니저로 김 감독과 찰떡궁합을 이뤘는데 이 점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김인식 감독님이 부임한 뒤 어떻게 팀을 이끌어 가시는지 가장 지근거리에서 목격한 사람이 바로 나다. 강압적인 분위기 보다는 선수들 스스로 생각하면서 플레이할 수 있도록 팀 분위기를 만드는 것을 옆에서 지켜볼 수 있었다. 나는 매니저로서 감독의 철학을 이해하고 이를 선수단과 코칭스태프가 따라올 수 있도록 가교 역할을 잘 한 덕분에 찰떡궁합이라고 봐 주시는 것 같다.
-야구인 출신의 단장은 그 전문성이 때론 독이 되기도 한다. 야구란 원래 불확실성이 큰 종목이기 때문이다. 야구를 안다는 전문성이 편견으로 이어져 잘못된 판단과 결정으로 이어질 수도 있는데.물론 그럴 위험성도 있겠지만 우리 구단은 파트별로 장기적으로 근무하면서 경험이 많은 전문 인력들이 포진해 있다. 이들의 조언이 있기 때문에 잘못된 판단과 결정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그리 높지 않다. 어떤 결정을 하든 결과가 항상 좋을 수는 없겠지만 잘못된 결정을 내릴 확률을 줄이도록 항상 노력할 수 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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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단장은 누구보다 2군 훈련장에 자주 간다는 얘기를 들었다. 꿈을 향해 청춘을 불사르는 그들을 향해 주로 어떤 말을 해 주는가?
2군에 있는 선수들은 항상 관심을 갖고 지켜볼 필요가 있다. 부상이 있는 선수들도 있고 성적이 시원치 않은 선수들도 있다. 이들에게 맞춤형 조언을 해주러 2군 훈련장을 자주 찾는다. 이 선수들이 팀의 미래이기 때문에 소홀히 할 수 없다. 이러한 작은 관심과 격려가 선수들에게는 엄청난 힘이 된다. 팬들의 관심이 닿지 않는 곳이기 때문에 이렇게 관심을 가져 주면 선수들이 성장하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으로 믿는다.
-관리와 자율은 상반된 가치이지만 프런트에선 이를 적절히 활용할 줄 알아야 한다는 게 개인적인 생각이다. 단장으로서 관리야구와 자율야구에 대한 소신과 철학은 무엇인가?관리와 자율은 어느 게 옳고 그르다라고 이분법적으로 규정지어져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 선수들 개개인 모두 다른 특성과 특징이 있기 때문에 그 선수들에게 어떤 것이 필요한 지 파악하는 것 또한 프런트가 해야 할 일이다. 관리와 자율 이 두 가지가 조화를 이룰 때 팀은 최상의 결과를 얻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두산 프런트는 안정감이 꽤 든다는 게 일반적인 평가다. 이는 김 단장의 전문성과 이를 최대한 존중하고 지원해주는 김승영 사장의 공도 무시할 수 없다고 생각한다.김승영 사장님은 마케팅 전문가이시고 나는 경기인 출신이다. 그 두 사람이 26년간 한 구단에서 호흡을 맞춰 온 것이 시너지효과를 내고 있다고 생각한다. 선수단 구성 및 수급, 그리고 전력 강화에 대한 부분은 사장님이 단장 재직 시절부터 전폭적으로 믿고 맡겨 주셨기 때문에 책임감을 갖고 일할 수 있었다. 항상 책임감을 갖고 일할 수 있도록 힘을 실어주신 김승영 사장님께 감사드린다.
-두산은 그 동안 우승 직후 성적이 좋지 않았다. 일종의 우승 후유증이 심한 편인데 올 시즌은 다르다. 그 이유는?그 동안 우승하고 그 다음 해에 성적이 좋지 않았기 때문에 팬들이 많은 실망을 하셨다. 프런트 그리고 선수단 모두가 이를 반복하지 말자는 굳은 다짐이 있었기 때문에 올 시즌은 좋은 출발을 할 수 있었던 것 같다. 김현수가 메이저리그에 진출하면서 많은 분들이 걱정을 하셨지만 그 동안 많은 기회를 부여 받지 못한 선수들(박건우, 김재환, 오재일 등)이 기다렸다는 듯이 팀에 도움을 주고 있다. 그리고 지난 시즌 외국인선수들의 활약이 기대치에 못미쳤는데 올해는 달라졌다. 프런트가 지난 비 시즌 기간 동안 많은 노력을 쏟아부은 결과가 아닌가 싶다.
-두산의 화수분 야구 시스템은 결국 스카우트가 첫 걸음이다. 다른 구단과 차별화된 스카우트 전략이 있다면.좋은 선수를 스카우트 하는 일은 야구단의 근간을 이루는 중요한 일이다. 모든 구단들이 심혈을 기울여 좋은 선수를 스카우트하려고 하지만, 이 선수들을 평가하는 스카우트들의 눈은 다 다르다. 우리 팀의 베테랑 스카우트들의 보는 눈을 100% 신뢰한다. 장기적인 계획을 갖고 포지션 공백이 생기지 않도록 스카우트 하는 것이 비결이라면 비결이다.
-선수를 키워내는 두산의 화수분 야구는 우연이 아니라 시스템이라는 사실은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이는 곧 선수를 키워내는 코칭스태프의 능력이 남다르다는 얘기다.화수분 야구가 결실을 맺기 위해서는 1군 코칭스태프와 2군 코칭스태프간의 팀워크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2군 코칭스태프가 열심히 조련한 선수를 1군 코칭스태프가 믿고 써주지 않는다면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 2군 코칭스태프는 원석을 보석으로 만들기 위한 열정이 필요하고 1군 코칭스태프는 이 보석을 어떻게 활용하느냐가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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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도권 팀은 늘 외부의 유혹에 흔들릴 수밖에 없는 환경적인 약점이 있다. 어린 선수들을 야구에 몰입하게 하고 꿈을 실현시키도록 유도하는 프로그램과 시스템은 무엇인가?
이 부분은 우리 팀에서 뛰었던 선수들이 만든 전통이라고 생각한다. 우리 팀에서 뛴 선수들은 고참이 될수록 솔선수범하는 경우가 매우 많다. 후배 선수들은 이 선수들을 보면서 배우고 믿고 따르고 경청하면서 팀의 문화에 녹아들게 된다. 이러한 전통이 수십년간 반복되면서 지금의 팀 컬러와 문화가 만들어 졌다고 생각한다. 구단은 선수들에게 인성 교육과 사고 방지 교육을 꾸준하게 진행한다. 외부의 유혹을 이겨내는 것은 선수들의 몫이다.
-트레이드 또한 팀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 넣는 중요한 계기다. 트레이드에 대한 김 단장의 철학은 무엇인가?트레이드는 성공과 실패가 빠른 시간에 나타나지 않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트레이드에 대한 평가는 나올 수 있지만 트레이드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과감성이다. 성공과 실패에 대한 부담을 이겨낼 수 없으면 트레이드 자체가 불가능하다. 결과에 대한 평가가 물론 있겠지만 팀의 전력 강화에 필요한 트레이드라면 앞으로도 과감하게 추진할 수 있다.
-잠재력을 꽃피우지 못하고 은막 뒤로 사라진 선수들도 많다. 가장 안타까운 선수는?우완투수 김명제가 가장 안타깝다. 유망주 시절을 지나 꽃을 피우려는 과정에서 순간의 잘못으로 불의의 교통사고를 내고 유니폼을 벗게 됐다. 당시 팀에 대형 선발투수가 필요한 시기였는데 (김)명제가 은퇴한 게 지금도 아쉽다. 최근 명제가 장애인 테니스 선수로서 올림픽 메달을 목표로 열심히 훈련하고 있다는 소식을 듣고 가슴이 뭉클했다. 그 꿈을 꼭 이뤘으면 좋겠다.
-그룹 고위층이 야구에 대한 관심과 열정이 대단하면 부담 또한 클 수밖에 없다. 그리고 실패 시 제대로 된 분석과 평가를 내리기도 힘들다고 한다. 현장에 기반한 분석이 아니라 고위층이 좋아하는 방향으로 훼손된 보고를 하는 경향도 짙기 때문이다. 두산은 어떠한가?두산그룹은 전통적으로 야구단에 100% 자율권을 보장해 왔다. 구단주를 비롯한 그룹의 수뇌부는 야구단 운영을 100% 믿고 맡긴다. 따라서 그룹 수뇌부의 눈치를 안 보고 구단을 운영할 수 있는 분위기가 형성되어 있다. 이러한 부분이 야구단 운영에서 책임감을 갖고 할 수 있는 바탕이 된다.구단주께서는 항상 5년 앞을 보고 야구단을 운영하라는 조언을 많이 해 주신다. 다만 야구단 프런트 개개인의 전문성을 인정해 주시고 믿고 맡겨 주셔서 늘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다.
-당신에게 야구란 도대체 무엇인가?야구를 흔히 ‘각본 없는 드라마’라고 하는데 나에겐 정말 꼭 그렇다. 인생 대부분을 야구와 함께 하면서 부침도 심했고 지금은 당시에는 꿈도 꿀 수 없었던 단장의 자리까지 오르는 영광까지 맛봤기 때문이다. 선수로서는 꽃을 피우지 못했지만 유니폼을 벗은 후에 야구단 프런트로 큰 꿈을 펼치게 된 건 나에겐 정말 드라마 같은 일이다.뿌리도 다른 나에게 꿈을 펼칠 수 있는 기회와 더 나아가 과분한 영광까지 주신 박정원 구단주님께 다시 한번 감사드리고 싶다. jhkoh@sportsseoul.com
◇두산 김태룡 단장 프로필
▲생년월일=1959년 5월 4일
▲출생지=부산
▲출신학교=부산 대연초∼동성중∼부산고∼동아대
▲1978년 제 33회 청룡기 타격상(0.412)
▲1983~1989년 롯데 자이언츠 기록원
▲1990년 OB 베어스 입사
▲2000년 두산 베어스 운영홍보팀장
▲2009년 두산 베어스 이사
▲2011년 두산 베어스 단장(상무)
▲2016년 두산 베어스 전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