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포츠서울 도영인기자] 김덕현(31)과 김국영(25·이상 광주광역시청)은 한국 육상의 ‘투톱’으로 불린다. 두 선수는 오는 8월 개최되는 2016 리우올림픽 출전권을 확보하면서 한국 육상에 희망을 쏘아올렸다. 김덕현과 김국영은 리우올림픽 출전만으로도 한국 육상에 새로운 역사를 썼다. 김덕현은 한국 육상 선수로는 올림픽 세단뛰기와 멀리뛰기에 동시 출전하는 첫 케이스가 됐다. 김국영은 리우올림픽을 통해 세계선수권대회와 올림픽 남자 100m에 모두 출전한 첫 한국 선수로 이름을 올렸다. 스포츠서울은 창간 31주년을 맞이해 이탈리아에서 전지훈련을 소화하고 있는 김덕현과 광주에서 구슬땀을 흘리고 있는 김국영과의 연쇄 인터뷰를 통해 리우올림픽과 한국 육상의 청사진을 그려봤다.
◇세번째 올림픽을 앞둔 김덕현의 마지막 소원김덕현은 지난 11일(한국시간) 오스트리아에서 열린 ‘메스 라이드 라 미팅 2016’ 남자 멀리뛰기 결선에서 8m22를 기록해 2009년 자신이 수립했던 멀리뛰기 한국기록(8m20)을 2㎝ 넘어서며 리우올림픽 출전권을 확보했다. 7년만에 한국 기록을 갈아치운 그는 그토록 원했던 리우올림픽 멀리뛰기 종목 출전을 확정했다.
김덕현은 2005년 태극마크를 처음 단 뒤 줄곧 상승세를 이어가면서 한국 육상의 희망을 키워나갔다. 2010 광저우아시안게임 멀리뛰기에서 금메달을 획득한 그는 이듬해 열린 대구세계육상선수권대회에서 한국 선수 가운데 유일하게 결승 진출에 성공했다. 하지만 이 대회에서 왼쪽 발목 인대 파열로 인해 깊은 슬럼프에 빠져들었다. 2012 런던올림픽 출전을 위해 복귀를 서두르는 바람에 부상 여파가 아직까지도 남아있다. 김덕현은 “2009년 멀리뛰기 한국 기록 작성 이후 7년이라는 시간동안 부상은 나에게는 큰 시련이었다. 큰 부상으로 인해 많은 시간을 흘려보냈고 심적으로도 많이 힘들었다”고 속내를 털어놨다. 김덕현은 지난 겨울 미국에서 진행한 동계훈련을 통해 부상 트라우마에서 벗어나 스피드를 보완하고 도움닫기에 변화를 주면서 멀리뛰기에 자신감을 되찾았다. 그는 “올해 들어 그 어느 때보다 바쁘게 살고 있다. 이전에는 운동만 열심히 했는데 요즘은 대학원도 다니고 논문 준비도 하면서 운동을 하고 있다. 그런데도 한국 기록을 세운걸 보니 사람은 다 마음먹기 나름인 것 같다”고 싱긋 웃었다.
김덕현에게 리우올림픽은 세번째 올림픽 도전이다. 이전 출전했던 두 번의 올림픽은 자랑스럽지만 잊고 싶은 기억이다. 그는 “첫 올림픽인 베이징대회는 너무 어린 나이였다. 두번째 올림픽인 런던대회에서는 부상으로 인해 제대로 뛰지 못할 때였다”고 기억을 떠올렸다. 그는 주종목이 세단뛰기인데도 멀리뛰기에 대한 욕심이 굉장히 많다. 세단뛰기에서는 지난해 이미 올림픽 기준 기록을 넘어선 김덕현은 올해 멀리뛰기 올림픽 출전을 위해 여러 대회에 참가해 기준기록 사냥에 나섰다. 그는 “멀리뛰기에 욕심을 낸 이유는 기록 때문이다. 기록적으로 멀리뛰기가 세계적으로 경쟁력이 있다”고 밝혔다. 김덕현은 이번 올림픽을 마지막 도전으로 여기고 있다. 그는 “멀리뛰기만 놓고 보면 내 기록이 세계적인 강호들과의 경쟁에서도 밀리지 않는다. 질 거라고 생각해본 적도 없다. 목표는 메달권 진입이다. 내 기량이 나와준다면 메달도 가능하다”고 밝혔다.
|
지난해 7월 광주에서 열린 하계유니버시아드대회에서 5년만에 남자 100m 한국 기록을 경신한 김국영은 8월 열린 베이징세계선수권대회를 통해 경험을 쌓았다. 그는 올해 초 일본 전지훈련을 통해 본격적인 첫 올림픽 출전 준비에 돌입했다. 김국영은 “부상없이 전지훈련을 마친 것이 가장 큰 성과다. 올림픽에 맞춰서 컨디션을 끌어올리고 있다. 최근 2개 대회를 뛰었는데 기록도 괜찮게 나오고 있다”고 전했다.
김국영에게 리우올림픽은 생애 첫 도전이다. 그동안 아시안게임 유니버시아드대회 세계선수권대회 등 굵직한 국제대회에 참가했지만 올림픽을 기다리는 마음은 이전과는 다르다. 그는 “올림픽은 전국민이 지켜보는 축제다. 올림픽 기간만은 국민들에게 육상이라는 종목이 쉽게 다가갈 수 있는 시간이다. 좋은 기록으로 보답을 해드리면 더 관심을 주실 것으로 본다. 올림픽이라 더 잘해야한다는 부담도 있다. 하지만 그 부담도 내가 짊어질 부분”이라고 밝혔다. 김국영은 리우올림픽에서 자신을 넘어서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그는 “올림픽에서 한국 기록(10초16)을 깨는 것이 최고의 시나리오다. 내가 보유한 기록을 다시 한번 깬다면 결과는 따라올 것이다. 그 기록을 넘으면 내년에 열리는 런던 세계선수권대회 출전권을 확보하게 된다”면서 “좋지 않은 기록이 나오더라도 포기하지 않고 세계의 벽을 계속해서 두드리고 싶다. 그러다보면 언젠가는 9초대 기록도 나올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국영은 한국 육상을 대표하는 주자로서의 자부심이 크다. 또한 ‘육상의 꽃’으로 불리는 남자 100m 한국 기록 보유자로서의 책임감도 막중하다. 그는 “국내 대회에 참가해서 육상 원로분들을 뵈면 ‘100m 한국 기록을 보유했던 사람 중에 생존해 있는 사람은 너 하나다. 너가 열심히 해야 한국 육상이 발전한다’는 이야기를 자주듣는다. 그래서 더 열심히 악착같이 하려고 한다. 다른 종목에 밀리지 않기 위해서는 내 역할이 중요하다”고 밝혔다.
◇한국 육상의 간판, 그들의 어깨에 짊어진 큰 짐김덕현은 2005년 처음 태극마크를 단 이후 12년째 한국 육상 도약 종목의 에이스로 활동하고 있고 김국영 역시 2009년 처음으로 대표팀에 입성한 뒤 줄곧 단거리 간판의 자리를 유지하고 있다. 이들이 장기간 자신의 종목에서 일인자 자리를 이어가고 있는 것은 선수층이 얇은 한국 육상의 문제점을 드러내는 단면이기도 하다. 김덕현과 김국영도 자신들의 명성을 뛰어넘을 후배들의 등장을 손꼽아 기다리고 있다. 김덕현은 “그동안 산전수전을 겪으면서 많이 힘들었다. 나도 이제는 나이가 있지만 국내에는 아직까지는 마땅한 경쟁자가 없었다. 내가 장기간 국가대표를 하고 있는 있는 이유이기도 하다”면서 “내가 국가대표 초창기에 같이 뛰던 다른 나라 선수들은 지금 현역에 아무도 없다. 다들 세대교체가 됐다. 한편으로 생각하면 참 안타깝다”고 말했다.
기록에 대한 압박감도 적지 않다. 자신이 세운 한국 기록을 경신하기 위해서는 엄청난 땀을 쏟아내고 피나는 노력이 뒤따라야한다. 김국영은 “6년 전 첫 한국 기록 깰 때가 만으로 19살이었다. 그때는 쏟아지는 시선 하나하나가 힘들었다. 첫 한국 기록 이후 2~3년간은 힘들었지만 스스로 이겨내야했다. 그리고 5년만에 다시 한국 기록을 세웠다. 아마 세번째 한국 기록을 세우는데는 그 시간보다 짧게 걸릴 것”이라고 밝혔다.
|
◇올림픽을 앞둔 서로에게 전하는 격려의 메시지
김덕현과 김국영은 같은 소속팀 동료이자 오랫동안 대표팀에서 한솥밥을 먹어온 선후배 사이다. 그만큼 서로의 장점을 잘 알고 있다. 김덕현은 김국영을 “항상 열심히 노력하는 후배”라고 평가하면서 “올림픽에서 기죽지 않고 정말 잘 했으면 좋겠다. 워낙 한국 육상에서 단거리가 약하기 때문에 세계무대에서 좋은 모습을 보여줄 필요가 있다. 국영이는 자기 기량만 잘 발휘하면 좋은 기록을 낼 것”이라고 확신했다.
김국영은 김덕현에 대해 “좋게 말하면 ‘난 놈’이다”라고 표현하면서 “선배가 흔들리는 모습을 단 한번도 본 적이 없다. 정말 멘털적으로는 배울게 많은 선배”라고 전했다. 김국영은 리우올림픽이 한국 육상에 중요한 터닝포인트가 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한국 육상의 투톱이 각자의 목표를 달성한다면 한국 육상에도 봄이 찾아올 수 있다는 확신을 갖고 있다. 그는 “내가 도전하는 100m는 육상의 상징적인 종목이지만 세계적인 수준에는 덕현이 형이 더 가깝게 접근해있다. 기록을 통해 조금 더 육상을 알리는 것이 내 역할이고 덕현이 형은 메달을 따서 한국 육상의 성과를 보여줬으면 좋겠다. 덕현이 형은 눈 앞에 메달이 보이는 상황이다. 이번에 메달을 따서 육상의 붐을 일으켜줬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전했다.
dokun@sportsseou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