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딱 봐도 작다. 스틱을 들고 얼음 위를 누빌 것이란 생각은 전혀 들지 않는다. 주변에서도 그런 애기를 종종 했단다. “상급학교 갈 때마다 많이 들었죠. ‘작아서 안 된다. 다른 길 알아보는 것 어떠냐’는 말이요.”
안양 한라 ‘작은 거인’ 문국환(25)은 그런 편견을 10년 가까이 이겨내며 올시즌 아시아리그 아이스하키에서 맹활약하고 있다. 공식 프로필에 나와있는 그의 신장은 163㎝로 8개 구단 선수들 가운데 가장 작다. 보디체킹이 수없이 벌어지는 아이스하키에서 그의 체격은 절대 불리한 게 사실이다.
“연령대에선 항상 제일 작았던 것 같아요. 정말 조그맣다는 선수도 저와 비슷했었죠.” 경희초 3학년 때 “운동 신경이 있는 것 같은데 하키 한 번 해볼래”라고 권유했던 담임교사 겸 아이스하키부장의 말 한마디가 그의 인생을 바꿔놓았다. “어릴 때 축구 등 구기 종목을 좋아했다”는 문국환은 “나랑 맞고 안 맞고를 떠나 스케이트 타고 퍽을 따라다니는 게 그렇게 재미있었다. 고교와 대학 때 오른 무릎 수술을 한 번씩 했다. 어머님이 너무 마음 아파하셨지만 포기하지 않고 기회를 기다리니 이렇게 안양 한라 유니폼도 입었다. 링크에 있을 때가 가장 행복한 것 같다”며 뿌듯해했다.
2011년 입단한 그는 올시즌 하키 인생의 전환점을 맞고 있다. 국가대표급 선배들이 상무에 입단하면서 많은 기회를 잡고 있기 때문이다. 2011~2012시즌 14경기, 지난 시즌 19경기에 나섰던 그는 지난 17일 닛코 아이스벅스와의 경기를 포함, 올시즌 안양 한라의 22경기에 모두 나서고 있다. 지난 시즌까지 기록하지 못했던 골도 올시즌엔 개막전 상무전을 시작으로 6차례나 넣었다. 인터뷰를 한 지난 17일 닛코전에서도 4-0으로 달아나는 쐐기포를 넣고 웃었다. 6골 11도움(16공격포인트)을 기록, 팀 내 순수 국내 선수 중엔 이영준(9골12도움) 다음으로 많다.
심의식 한라 감독은 “체구는 작지만 하키 센스나 골결정력은 또래 선수들보다 낫다. 다만 몸싸움이나 체력은 더 보완해야 할 것”이라고 평가했다. “작으니까 몸싸움에선 밀리는 일이 많죠. 상대 선수와 부딪히기 전 미리 판단해서 치고 나가는 플레이를 더 많이 하고 싶어요. 작년까진 출전 기회가 적어 조바심도 났는데 올해는 마음이 편해졌어요. 그러다보니 안 보이던 것도 보이네요.” 안양 한라가 영구결번을 결정한 체코 출신 패트릭 마르티넥(173㎝), 북미아이스하키리그(NHL) 캐롤라이나의 공격수 네이선 거비(165㎝) 등이 그의 롤모델이다.
문국환은 “마르티넥은 대학 시절 링크에서 직접 봤던 선수인데 빠르지 않고 힘도 좋은 편은 아니지만 동료를 이용하는 영리한 플레이가 훌륭했죠. 거비는 스피드와 개인기가 무척 부럽습니다”라며 “두 선수 장점을 모두 갖춰 5년 뒤 평창올림픽에 꼭 서고 싶습니다”라고 다부지게 말했다.
요코하마(일본) | 김현기기자 silva@sportsseou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