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S포토] 어머니의 손을 꼭 잡은 채 퇴장하는 손연재, 최선을 다했으니 괜찮아...
손연재가 20일 오후(현지시간)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 바하 리우올림픽 경기장에서 열린 2016 리우올림픽 리듬체조 결선 경기를 마친 후 어머니 윤현숙씨의 손을 잡고 발걸음을 옮기고 있다. 리우데자네이루=올림픽사진공동취재단 D

[리우=스포츠서울 이정수기자]“심리적으로 많이 힘들어했는데 잘 끝내줘서 고마워요.”

손연재가 2016 리우올림픽 리듬체조 개인종합 결선을 치른 21일(한국시간) 리우 올림픽 아레나. 경기가 끝난 후 손연재의 모친 윤현숙(48)씨는 뒷 정리가 끝난 체육관을 떠나지 않았다. 외동딸 손연재가 짐을 챙겨 나오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현지시간으로 지난 17일 브라질에 도착했다는 그는 그동안 경기를 앞두고 막바지 훈련을 해온 손연재와 만나지 못했다. 윤씨는 “자기가 준비한 것만 다 보여주기를 바랐는데 마지막에 긴장해서 실수할 수도 있는데 잘 끝냈어요. 국민들의 기대치가 워낙 있었으니 메달을 땄으면 좋았겠지만 최선을 다해줘서 고마워요”라고 말했다.

딸의 고생은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러시아로 리듬체조 유학을 보내놓고 열악한 환경에서 운동하는 것이 속상해 본인도 뒤를 따라 러시아 노보고르스크로 떠났다. “힘들었어요. 같이 힘들었죠. 타지에서 생활하는 것이 힘들었는데 잘 참아줬어요. 지나간 일들이 있어서 경기 끝나고 뭉클하데요”라고 말한 윤씨는 “처음 어린애를 러시아에 혼자 보냈을 때 가장 힘들었어요. 러시아에 가서 숙소에서 연재랑 같이 잔 적이 있는데 깜짝 놀랐어요. 워낙 엘리트 선수들이 훈련하는 곳이라 잘 지내고 있는 줄 알았는데 걔가 그렇게 어려운 환경에서 훈련할 줄은 몰랐거든요”라고 털어놨다. 지난 2013년 겨울 윤씨는 러시아로 떠났다. 모녀가,아니 홀로 한국에 남은 부친까지 온가족이 함께 고생하며 올림픽을 준비해온 시간이 3년 가까이 됐다. 손연재가 러시아에서 보낸 6년 가량의 시간 가운데 절반 정도가 된다.

특히 2014 인천 아시안게임 이후 손연재가 운동을 그만두고 싶어할 만큼 극심한 슬럼프에 빠졌을 때 엄마로서 욕심을 부린 것이 잊을 수 없는 고생의 기억으로 남았다. 윤씨는 “지금까지 많은 대회 중에 리우올림픽이 가장 기억에 남을 것 같다. 런던 때는 연재도 나도 경험이 없어서 순식간에 지나갔는데 리우 올림픽은 처음부터 기억이 난다. 내가 안하려는 애를 끌고 처음부터 다시 하려니…”라며 “연재가 심리적으로 부담을 많이 가졌고 힘들어했어요”라고 말했다.

“메달 따고 싶었죠. 연재가 진짜 메달 따고 싶어했어요”라는 것이 윤씨의 말이었다. 꿈꿔왔던 메달은 얻지 못했지만 고생했던 시간을 알기에 이제는 딸을 안아주고 싶다. “연재가 저를 보고 손을 흔드는데 울컥하는 모습이었어요. 하려고 했던 말들이 많았는데 이제는 잊어버렸네요. 러시아의 짐을 정리하면서 지나간 고생스러운 기억, 좋았던 일들이 떠올라 시원섭섭했는데 이제는 우선 딸을 안아주고 싶어요”라는 것이 엄마의 마음이었다. “코치는 연재가 없는 러시아는 생각하고 싶지 않다며 다시 오면 좋겠다고 한다. 그래도 일단은 휴식을 좀 하고,아빠 얼굴도 좀 보고 천천히 생각해보려고 해요”. 딸을 만난 엄마는 격하게 반가움을 표현하지는 않았다. 딸도 무심하게 말을 건넸다. 그렇게 두 모녀는 많은 대화를 나누지 않은 채 그저 나란히 길을 걸어갔을 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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