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S포토] 울먹이며 손 흔드는 손연재, 동메달에 겨우 0.685점 모자랐다...종합 4위!
리듬체조 국가대표 손연재가 20일 오후(현지시간)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 바하 리우올림픽 경기장에서 열린 2016 리우올림픽 리듬체조 결선에서 리본 연기를 마친 뒤 최종 순위가 4위로 결정된 뒤 손 흔들어 인사하던 중 울먹이고 있다. 리우데자네이루=올림픽사진공동취재단

[리우=스포츠서울 이정수기자]생애 두 번째 올림픽 무대가 끝났다. 경기를 모두 마친 후 손연재(22·연세대)는 다른 선수들의 경기가 끝나길 기다리며 앉아있던 대기석에서 눈물을 쏟았다. 4위에 그쳐 메달을 따지 못한 결과에 대한 아쉬움 때문은 아니었다. 그동안 힘겹게 버티며 싸워온 주위의 시선과 기대, 모든 걸 포기하고 싶었던 자신, 그럼에도 놓을 수 없었던 수구들과 싸움에서 벗어났다는 후련함이 더 큰 이유였다. 2012 런던 올림픽 5위 성적을 거둔 이후 지난 4년 동안 손연재는 소녀가 아닌 성인으로 성장했고, 선수로서 성숙했다. 자신이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하고 한 조각 후회도 남겨두지 않은 그의 리우 올림픽은 메달이 없었어도 100점짜리였다.

“100점이 있다면 오늘 제 스스로에게는 100점을 주고 싶어요.” 울었던 탓인지, 내내 팽팽하게 잡고 있던 긴장의 끈이 풀린 탓인지 경기를 마친 손연재의 목소리는 가늘게 떨렸다. 이따금 감정이 울컥하는지 눈에 힘을 주며 참아 넘기는 모습이었다. 그는 21일(한국시간) 리우의 올림픽 아레나에서 열린 2016 리우 올림픽 리듬체조 개인종합 결선에서 4종목 합계 72.898점(후프 18.216점·볼 18.266점·곤봉 18.300점·리본 18.116점)으로 4위에 올랐다. 러시아의 양대산맥인 마르가리타 마문(76.483점)과 야나 쿠드랍체바(75.608점)이 금,은메달을 나눠가졌고 3위 경쟁자였던 안나 리자트디노바(우크라이나)가 73.583점으로 동메달을 얻었다. 불과 0.685점 차이였다. 실수없는 연기로 고르게 18점 이상을 기록한 손연재는 런던 대회보다 한 계단 올라서는 것으로 올림픽을 마쳤다.

조금은 아쉽지 않았을까. 그의 심정을 물었다. “예선 때는 여태 치른 경기 중에 가장 많이 긴장했다. 이러다 결선도 못가겠다 싶었다. 오늘은 준비한 경기를 완벽하게 해낸 것 같아 스스로 만족한다. 저 자신과 싸움에서 이겼다고 생각한다. 100점이 있다면 제 스스로에게 100점을 주고 싶다”는 답이 돌아왔다. 그동안 운동을 그만두고 싶을 만큼 부담에 짓눌려 있었지만 올림픽을 바라보며 견뎌냈고 자신이 할 수 있는 최선의 연기를 펼쳤다. 매 종목마다 1분 30초의 연기를 마친 후 주먹을 불끈쥐었던 것은 실수없이 해낸 스스로에 대한 만족감의 표현이었다. “런던에서 5등이었는데 리우에서는 4등이다. 한 계단이지만 4년 동안 열심히 노력해온 결과라고 생각한다. 마지막 올림픽이라고 생각하고 죽기살기로 준비했다. 돌이켜보면 다시 돌아가고 싶을 정도로 후회가 남은 순간은 없었다”.

손연재-08
리듬체조 결선에서 볼 연기 후 볼에 입맞춤하고 있다.

[SS포토] 손연재의 아름다운 도전, 요정 같은 리본 연기!
리듬체조 결선에서 리본 연기하는 모습.

경기 후 흘린 눈물은 짐을 벗어버렸다는 후련함 때문이었다. “마음의 부담이 너무 컸다. 지금까지 갖고 있었던 짐을 내려놓는 후련함이었던 것 같다”고 말한 손연재는 “런던 대회 때는 올림픽에 간다는 생각에 들뜨고 벅찼는데 리우 올림픽을 준비하면서는 힘든 일 뿐이었다. 하루에도 수십 번씩 그만두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사실 지난 2014 인천 아시안게임 이후에는 너무 힘이 들어 운동을 그만두려고 했다. 어릴 적 가졌던 ‘세계대회에서 다섯 손가락 안에 드는 손연재가 되고 싶다’던 꿈을 너무 당연스럽게 생각하는 상황이 되면서 저 스스로는 꿈을 잃었다. 주변의 부담스러운 기대때문에 즐거워하며 운동하지 못했다. 사람들이 원하는 기대를 채워주기 위해 어쩔 수 없이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운동만이 아니라 마음의 부담때문에도 힘들었던 시간은 손연재를 한층 성숙한 인물로 성장시켰다. 자신과 오랜 싸움에서 이기며 앞으로의 인생을 살아나갈 힘을 얻었고 그 과정에서 주위에 감사할 줄 아는 마음을 배웠다. 어쩌면 메달보다 값진 교훈을 얻었는지도 모른다. 손연재는 “저는 금메달을 따지 못했다. 그래도 조금 느려도, 비록 천천히라도 노력하고 발전해왔다고 생각한다. 스스로에 대한 자부심이 있다”고 말했다. 이어 “돌이켜 보면 힘든 시간들을 잘 참고 싸워 이겼기에 여기까지 올 수 있었다. 저는 이제 스물 세살밖에 안됐다. 리듬체조를 통해 많은 것을 배웠고 이런 경험들이 앞으로 더 많이 남아있는 인생을 살아가는 동안 제게 큰 도움이 될 것이라 믿는다”고 강조했다. 먼 미래를 생각해보지는 않았다. “조금더 평범하게 지내고 싶다. 사실 최근 6년동안 한국에 있던 시간이 채 1년이 안되는 것 같다. 거의 러시아인이 다됐는데 좀 한국인처럼 살고 싶다. 천천히 쉬면서 올림픽 이후에 대해 생각해보겠다”. 손연재의 연기를 다시 볼 수 없을 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가 2016년 8월 브라질 리우 데자네이루에서 보여준 혼신을 다한 연기는 팬들의 기억에 오래 남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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