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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서울 유인근 선임기자]2016년 리우 올림픽 금메달 이후 한국여자골프의 위상은 더욱 높아졌고 기대와 관심도 커지고 있다. 그리고 많은 유소년 골퍼들이 제2의 박세리, 박인비가 되기 위해 꿈을 키워가고 있다. 국가대표 권서연(15·대전체중3)도 그들중 한명이다. 초등학교 시절 제4회 박세리배 전국 초등학생골프대회에서 정상을 차지하면서 두각을 나타낸 권서연은 지난해 일송배 제33회 한국주니어골프선수권대회에서 우승한데 이어 올해 전국학생시도골프팀선수권대회 정상에 오르는 등 빼어난 실력을 발휘해 국가대표에 발탁된 유망주다. 권서연의 멘토로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멤버로 맹활약중인 김혜윤(27·비씨카드)이 나섰다. 드라이버를 칠 때 왼발을 내딛는 ‘스텝 골퍼’로 유명한 김혜윤은 지난해 서울경제 문영퀸즈파크 레이디스클래식에서 KLPGA 통산 5번째 우승트로피를 들어올리는 등 뛰어난 활약과 함께 쾌활한 성격과 미모의 소유자로 인기가 높다. 둘은 같은 대전 출신이고 골프존아카데미 소속으로 대전 유성구에 위치한 ‘골프존 조이마루’에서 훈련하는 각별한 인연을 갖고 있다. 가끔 만나면 정겹게 인사도 하고 도움말도 주고받는 언니 동생같은 사이다. 스포츠서울의 주선으로 멘토와 멘티로 만난 김혜윤과 권서연, 언니가 동생에게 들려주는 골프 이야기를 펼쳐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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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힘들 땐 드라마나 영화를 보면서 스트레스 해소”김혜윤(이하 김):
한 2년 전쯤인가, 골프존 엘리트아카데미 연습 중에 막 중학교에 입학한 널 처음 만났었지. 알고 보니 너도 대전 토박이더라고. 사실 대전체고 후배는 많지만 다른 지역 출신들이 많아서 우리처럼 대전에서 나고 자란 선수는 그리 많지 않거든. 동향인데다가 같은 곳에서 훈련 받고 있어서인지 특히 너한테 애착이 많이 가. 부족하나마 내가 겪었던 경험들을 이야기해주고 싶었어.
권서연(이하 권):저야말로 언니에게 정말 묻고 싶은 게 많아요. 올해 처음으로 국가대표가 되면서 우승에 대한 부담감도 커지고 또 고등학교나 대학교에 가면 어떻게 훈련을 해야 할 지도 걱정이 되고요. 언니는 평소 건강 관리는 어떻게 하시나요.
김:내 건강관리의 가장 큰 포인트는 바로 음식을 가리지 않는다는 거야. 몸에 좋다는 것은 무엇이든 잘 먹는 편이거든. 골프 외에 다른 운동을 취미로 즐기는 건 사실 나도 힘들어. 볼링이나 배드민턴 같은 운동은 골프랑 쓰는 근육이 다르잖아.
권:전 이제 중3인데 매일 연습하고 경기만 준비하다보니 친구들이랑 지낼 시간이 없어요. 그게 지금 너무 안타까운데, 언니는 중고등학교 선수 시절 어떤 점이 제일 힘들었나요.
김:그러고보니 난 사춘기 때 연습에만 빠져있어서 그런 걸 인식하지도 못하고 넘긴 것 같네. 지금 돌아보니 학교친구가 없었다는 게 가장 아쉬운 부분이야. 친구들과 수다, 여행, 고민 이런 걸 나눠본 적이 없다는 점이 가장 후회가 돼.
권:언니말씀처럼 저도 학교친구가 없다 보니 우울한 일이 있거나 힘들 땐 주로 혼자 영화를 보거나 음악을 듣는데, 언니는 힘든 일이 있을 때 어떻게 푸나요.
김:사실 어릴 때는 골프 성적말고 다른 스트레스는 없었는데 성인이 되니 골프 외에도 인간관계 등 신경 쓸 것들이 너무 많아지더라고. 나도 우울하거나 힘들 땐 그냥 드라마나 영화를 봐. 거기에 빠져서 그 순간만큼은 아무 생각을 안하게 되잖아. 개인적으로 김수현 작가의 드라마는 다 좋아하는 편이야. 한국 드라마가 나의 힘이라고나 할까(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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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스나 슬럼프 극복의 정답은 연습권:
저 같은 경우엔 작년에 입스(yips)가 왔어요. 샷 실패에 대한 불안감 때문에 골프를 치기 싫을 정도였는데 언니도 그런 적이 있었나요. 언제 슬럼프가 있었고 어떻게 극복하셨나요.
김:입스에 대한 공포는 어느 선수나 다 있을 거야. 그런데 다행히 난 다른 선수들에 비해 크게 슬럼프가 찾아온 적은 없었지만 프로 2년차 때 성적이 저조해서 힘든 적은 있었어. 그렇다고 해서 평생 하던 것을 포기하고 다른 걸 할 수도 없으니 역시 연습뿐이더라. ‘이럴 때도 있는 거지’라고 생각하면서 늘 하던 대로 연습하다 보니 어느새 다시 본 궤도에 올라와있더라고. 결국 슬럼프도 연습으로 자연스럽게 극복하는 수 밖엔 없는 것 같아. 훈련법을 다양하게 변화시켜보는 것도 좋을 거 같아. 전지훈련도 도움이 많이 될거야.
권:안그래도 지난 겨울에 골프존 엘리트아카데미 선수들과 함께 태국 전지훈련에 참여했었는데 그때 다른 나라 프로 선수들도 많이 참여를 하더라고요. 그러고보면 아마추어선수와 프로선수 훈련법에 큰 차이점이 없는 거 같기도 하던데 프로선수가 되면 어떤 점이 달라지나요.
김:가장 큰 차이는 연습량이야. 프로대회의 경우 매주 열리다보니 화요일부터 일요일까지 대회장에 머무르게 되다보니 아무래도 실전 훈련이 많아지고 연습공을 칠 시간은 많이 부족해지는 거 같아. 그래서 아마추어일 때 충실히 기본기를 닦아놓을 필요가 있어. 그리고 프로선수가 되면 내 성적이 나를 후원해주는 회사와 나의 브랜드 가치를 나타내기 때문에 오히려 책임감이 더 커지는 거 같아. 넌 아직은 아마추어이긴 하지만 프로의식을 가지고 임한다면 더 좋은 성적을 낼 수 있을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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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적도 중요하기만 매너와 룰을 지키는 인성이 더 중요”권:
전 이번에 국가대표가 되고 나서 우승에 대한 부담감이 점점 커지고 있어요. 지난번 한·일전에 나갈 때 너무 긴장돼서 차에서 음악을 들으며 긴장을 풀었는데 국제대회에서 좋은 성적을 내기 위해서는 어떤 준비가 필요할까요.
김:아마 성적에 대한 압박감은 평생 있을 거야. 그 부분은 나도 아직 극복하지 못한 부분이라 조언하기가 어렵구나. 다만 국제대회에서는 성적도 중요하지만 골프 선수로서의 매너와 룰을 지키는 것이 더 중요한 거 같아. 나라를 대표해서 나가는 국제대회이니만큼 그런 부분을 잘 준비해서 나갔으면 해. 골프존 엘리트아카데미 교육프로그램 중에 골프 매너와 인성 교육이 있던데 그런 수업들을 빠지지 말고 잘 들었으면 좋겠어.
권:저희 부모님은 나중에 제가 은퇴한 후 교수가 되길 원하시는데 전 프로가 되면 우선 우리나라 상금왕이 먼저 되고 싶거든요. 언니의 꿈은 무엇인가요.
김:그러보고니 나도 아직 상금왕을 못해봐서 욕심이 난다(웃음). 난 메이저 대회 우승이 목표이자 꿈이야. 그 이후의 꿈은 나도 나중에 생각할래.
권:언니가 오늘 해주신 이야기들을 저랑 같은 고민을 하고 있는 다른 선수들한테도 얘기해줘야겠어요. 정말 감사해요.
김:마지막으로 멘토로서 너에게 꼭 당부하고 싶은 말이 있어. 난 네가 본인의 인생을 좀 더 크게 봤으면 해. 아마 지금 주변의 모든 분들이 네가 골프에만 매진하길 원하실 거야. 나도 그렇게 커왔으니까. 하지만 내가 다시 중학생으로 돌아갈 수 있다면 난 사춘기를 조금은 누리며 살아보고 싶어. 내 인생에 가장 크고 중요한 부분은 물론 골프야. 그렇지만 골프에는 90%정도만 몰입하고 나머지 10%는 나를 위한 시간이랄까, 사춘기 시절에만 느낄 수 있는 낭만과 추억을 위한 시간으로 써도 좋을 것 같아. 물론 연습을 게을리해선 안되겠지만. 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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