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포츠서울 김도형기자] 가수 이소라의 신곡 '사랑이 아니라 말하지 말아요'를 작사, 작곡한 가수 김동률이 앨범 발매 소감을 밝혔다.
김동률은 10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20대 초반이던 1996년 이소라와 '너무 다른 널 보면서'라는 곡을 함께 작업했던 것을 회상하며 '정말 오랜만에 다른 가수 곡 작업에 참여했다'라고 시작하는 장문의 글을 남겼다.
그는 '의뢰를 받아서 숙제처럼 곡을 쓴다는 것에 익숙지 않고 어쩌다 좀 괜찮다 싶은 곡이 나오면 일단 제가 부르기에 바빠서'라며 외부 작업이나 후배들의 곡 의뢰도 대부분 거절한다고 고백했다.
이어 이 곡이 2014년 발매된 '동행' 앨범 작업 때 만들었던 곡이라며 '노래가 제가 부르기에 너무 어렵기 때문'에 고민 끝에 앨범에 수록하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그러다 지난 봄, 이소라 씨의 곡 의뢰를 받고 이 곡을 떠올리게 됐다'면서 작곡가의 입장에서 이 글을 가장 잘 부를 사람은 이소라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밝혔다. 이어 '그녀라면 내가 상상하는 대로 표현해 줄 수 있을 것 같았다'는 말도 더했다.
그는 '개인적으로 많이 아끼는 곡이었고, 가사도 미리 써놓았던 곡이라서 떠나 보내는 맘이 쉽진 않았지만, 완성된 결과물을 들으며 제 선택이 옳았다고 만족한다'고 거듭 감사함을 표현했다.
또 '무엇으로도 대체할 수 없는 그녀의 목소리로 처음 이 멜로디를 들을 때의 전율이 기억난다'며 '먼 길을 돌아 주인을 만난 것 같은. 애초부터 이소라 씨의 곡이었던 것 같은 그런 느낌'이었다고 덧붙였다.
곡에 대한 애정과 이소라의 노래에 대한 감상이 듬뿍 담긴 글 말미에서 김동률은 '하루 하루 충격적인 뉴스들로 가슴이 답답하고 무거운 분들에게 조금이라도 위안이 되었으면 한다'며 마무리했다.
다음은 김동률이 남긴 글 전문.
'사랑이 아니라 말하지 말아요' - 이소라
정말 오랜만에 다른 가수 곡 작업에 참여했습니다. 그러고 보니 이소라 씨와는 두 번째인데요.
'너무 다른 널 보면서'라는 곡을 20대 초반인 96년에 작업 했었네요. 벌써 시간이 20년이 흘렀군요.
저는 외부작업을 잘 안하는 편입니다. 종종 후배들에게 곡 의뢰가 오기도 하는데요, 대부분 거절해 왔습니다.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는데요. 일단 저는 의뢰를 받아서 숙제처럼 곡을 쓴다는 것에 익숙지 않구요.
어쩌다 좀 괜찮다 싶은 곡이 나오면 일단 제가 부르기에 바빠서 말이죠. 하하.
그런데 그 어쩌다 한 곡씩 나오는 주기가 점점 길어지는 게 또 문제죠. 모든 것이 펑펑 샘솟았던 20대에 좀 더 많이 써놓았으면 얼마나 좋았을까요? 하하.
이 곡은 '동행' 앨범 작업 당시 만들어졌던 곡입니다.
작업 초기 앨범에 수록될 곡들을 고를 때 막판 고민 끝에 리스트에서 뺀 곡이죠.
그 이유는 노래가 제가 부르기에 너무 어렵기 때문이었습니다.
제가 원하는 창법, 제가 원하는 톤으로 부르려고 집에 많이 연습해봤지만, 성에 차지 않았습니다. 녹음이야 어떻게든 꾸역꾸역 한다쳐도, 공연에서 부를 생각을 하니 막막했달까요.
그러다 지난 봄, 이소라씨의 곡 의뢰를 받고 이 곡을 떠올리게 되었습니다. 전적으로 작곡가의 입장으로만 생각해볼 때, 이 곡을 가장 잘 부를 수 있는 사람이 누굴까 생각해보니 이소라씨 밖에 없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그녀라면 내가 상상하는 대로 표현해 줄 수 있을 것 같았습니다.
개인적으로 많이 아끼는 곡이었고, 가사도 미리 써놓았던 곡이라서 떠나보내는 맘이 쉽진 않았지만, 완성된 결과물을 들으며, 제 선택이 옳았다고 만족합니다.
무엇으로도 대체할 수 없는 그녀의 목소리로 처음 이 멜로디를 들을 때의 전율이 기억납니다. 먼 길을 돌아 주인을 만난 것 같은. 애초부터 이소라씨의 곡이었던 것 같은 그런 느낌 말입니다.
애초 이소라씨를 위해서 만든 곡이 아니라는 사실이, 이소라씨 팬들에겐 좀 아쉽게 느껴질지 모르겠으나 그 만큼 제가 아끼고 사랑하는 곡을 드렸다는 것으로 이해해주시면 좋겠네요.
하루 하루 충격적인 뉴스들로 가슴이 답답하고 무거운 분들에게 조금이라도 위안이 되었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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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ㅣ뮤직팜, 스포츠서울 DB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