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근 리버풀 런던 오피스에서 만난 빌리 호건 리버풀 CCO. 리버풀의 메인 스탠드 증축 공사를 진두지휘한 그는 영국 언론에서 예상하는 가장 유력한 차기 리버풀 CEO 후보다)
[런던=스포츠서울 이성모 객원기자] 2016년, 11월. 리버풀이 뜨겁습니다. ‘헤비메탈’ 감독 클롭의 2년차를 맞는 리버풀은 11라운드 현재 리그 1위에 오르며 본격적으로 챔피언스리그 복귀 및 우승경쟁의 교두보를 마련했습니다. 이 순위가 38라운드까지 계속 이어질지는 미지수지만, 적어도 팀의 분위기가 전에 비해 훨씬 좋아진 것만은 분명한 사실입니다.
앞으로 [이성모의 EPL 현장] ‘리버풀 특집’ 연재를 통해 리버풀 내부 핵심 관계자 및 레전드들, 그리고 현재 코칭스태프들이 직접 말하는 리버풀의 과거, 현재, 미래 등에 대해 소개할 예정입니다. 또 이 연재를 통해 단지 경기적인 측면 뿐이 아닌, 축구 구단의 운영적인 측면에 대해서도 다루고자 합니다.
그 첫번째 이야기는 영국 언론으로부터 가장 강력한 차기 리버풀 CEO 후보로 불리는 빌리 호건 리버풀 CCO(Chief Commercial Officer)가 말하는 리버풀의 ‘1800억’짜리 스탠드와 안필드, 그리고 그가 보는 한국 시장, 마지막으로 한국 팬들에게 전하고 싶은 메시지입니다.
1. 리버풀 재정을 책임지는 남자, 빌리 호건을 만나다
이성모(이하 이) : 만나서 반갑다. 요즘 아주 즐거울 것 같다. 모처럼 리버풀이 리그 1위를 달리고 있는데. 리버풀의 재정을 책임지는 사람으로서 기분이 어떤가?
빌리 호건(이하 호건) : 물론 기쁘다. 리버풀과 관계된 모든 사람들이 그렇게 느끼고 있을 것이다.그러나 클롭 감독도 최근에 말한 것처럼 아직 기뻐하기엔 조금 이르다. 아직 시즌 초반이므로 조금 더 지켜봐야할 것 같다.
이 : 본격적인 인터뷰를 시작하기 전에, 한국의 축구팬들을 위해 본인의 소개를 조금 부탁하고 싶다. 본인이 리버풀에서 맡고 있는 일은 구체적으로 어떤 일인가?
호건 : 2004년부터 FSG 그룹(팬웨이스포츠매니지먼트)에서 일했고 리버풀과 인연을 맺은 것은 4년 전부터다. 그 때부터 팀의 CCO(Chief Commercial Officer)로서 리버풀의 각종 경제적인 활동을 지휘해왔다. 스폰서쉽, 마케팅, 미디어 관련 사업, 아카데미, 축구 교실, 경기 당일(매치데이) 비즈니스, 경기가 없을 때 안필드에서 진행하는 각종행사들, 리버풀이 진행하는 각종 투어비즈니스 등등이 모두 내가 관여하는 영역이다.
이 : 그러니까, 한마디로 ‘클롭 감독이 하는 일 빼고 다 한다’ 이런 건가?(웃음)
호건 : (웃음) 물론 내가 혼자 다 하는 것은 아니다. 리버풀 FC에는 팀을 위해 헌신하는 정말 멋진 직원들이 많다. 그런 직원들과 함께 리버풀이 진행하고 있는 많은 프로젝트를 함께할 수 있어서 기쁘다.
이 : 축구팬들이 축구를 접할 때 가장 먼저 보게 되는 것은 당연히 피치 위에서 벌어지는 경기적인 측면이다. 본인이나 본인의 팀에서 진행하는 일들이 리버풀 FC 1군팀과는 직접적으로 어떻게 연관이 되는가?
호건 : 나와 우리팀은 우리가 활동하고 있는 거의 모든 영역에 있어 1군팀과 함께 일하고 있다. 가장 좋은 예는 아마도 프리시즌에 진행하는 ‘프리시즌 투어’일 것이다. 시즌이 시작되기 전에 매년 실시하는 프리시즌 투어를 하기 전에 우리는 1군 팀 관리 담당자와 긴밀하게 협조하며 모든 업무를 진행한다.
축구 클럽을 하나의 기업이라고 보면 크게 행정적인 면(Operation)을 담당하는 부서가 있고, 재정적인 부분(Commercial)을 담당하는 부서가 있고, 축구적인 면이 있다.(Football Side). 그러나, 우리는 결국 하나의 클럽이다. 다같이 움직이는 것이지 따로따로 움직이는 것이 아니다. 1군팀이 좀 더 경기장 위에서의 승리에 집중한다면, 물론 그것이 가장 중요한 것이지만, 우리는 좀 더 리버풀이라는 클럽이 그 팬들과 잘 이어질 수 있도록 하는데 조금 더 집중한다고 볼 수 있겠다.

(증축이 완공된 리버풀의 메인 스탠드 전경)
2. ‘1800억’ 짜리 메인 스탠드 증축과 안필드
이 : 이제 좀 더 구체적인 이야기를 해보자. 최근 재정적인 측면에서 볼 때 리버풀의 가장 큰 사건은 새 메인 스탠드 공사를 완공한 일일 것이다. 영국 언론보도에 의하면 그 공사에 약 1억 파운드(약 1,500억)가 들었다고 하는데.
호건 : 그보다 좀 더 많이 들었다. 1억 2,000만 파운드다.(약 1,800억)
이 : 사실 스탠드 하나를 증축하는데 들어간 비용이라고 생각하기엔 정말 큰 비용인데. 그렇게 큰 돈을 투자해서 스탠드를 증축한 이유는 무엇이었나?
호건 : 우선, 가장 중요한 이유는 안필드에 남기 위해서였다. 우리는 그 스탠드를 증축하기로 결정하기 전에 모든 가능한 방법을 모색해봤다. 안필드는 단순한 리버풀의 홈구장이 아니라 유럽의 모든 축구 클럽이 사용하는 경기장 중 가장 상징적인 곳 중 하나다. 그래서 우리는 안필드를 떠나지 않는다는 전제 속에 안필드의 입장관중 수를 늘리고 시설을 향상시킬 방법을 연구했다. 그래서 시도한 것이 새 메인 스탠드 증축이었다.
그 결과 전보다 8,500명이 더 경기장에 입장할 수 있게 됐고 안필드를 떠나지 않고도 유럽 최고 수준의 경기장을 보유할 수 있게 됐다. 재정적인 측면에서 보자면, 리버풀은 이제 매경기마다 8,500명에 해당하는 추가 입장수입을 올릴 수 있게 됐다. 그리고 그들 중 다수는 프리미엄 좌석이다. 바로 그런 부분이 우리가 클럽을 위해 지속적으로 연구하는 부분이다. 클럽이 더 많은 수입을 올릴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정리하자면, 안필드를 떠나지 않으면서, 더 많은 팬들을 수용할 수 있는 동시에 팬들에게 더 좋은 시설을 제공하고, 클럽의 발전을 위해 더 많은 수입을 올릴 수 있는 방법으로 선택한 것이 메인 스탠드 증축이었다. 아직도 일부 공사가 진행중인 부분이 있지만, 무엇보다 팬들이 긍정적으로 받아들여주는 점이 고맙고 다행스럽다.
이 : 메인 스탠드에 관한 기사를 찾아보니 현재 리버풀이 새로 증축한 메인 스탠드의 명명권(네이밍 라이츠 Naming Rights)를 판매하는 스폰서십 계약을 진행중이라고 하던데. 그것은 사실인가?
호건 : 사실이다.
이 : 그렇다면, 새로 증축하는 메인 스탠드의 명명권을 판매해서 스탠드 증축에 들어가는 비용의 상당수를 회수한다는 것도 증축을 진행하기 전에 미리 계획했던 일인가?
호건 : 물론이다. 대규모의 투자가 들어가는 만큼 공사에 착수하기 전에 우리는 메인 스탠드가 완공된 후에 어떻게 재정적인 기회를 활용할 것인지에 대해 염두에 두고 공사를 진행했다. 명명권을 판매하는 것도 그 중 일부다. 메인 스탠드의 명명권을 포함해서, 메인 스탠드가 갖고 있는 재정적인 가치를 최대한으로 살리는 것 역시 우리의 역할이다.
예를 들면, 우리는 칼스버그(Carlsberg)와 메인 스탠드 내부에 칼스버그 라운지를 제공하는 스폰서십을 체결했다. 그 계약으로 인해서 우리는 경제적인 이윤을 얻고 칼스버그는 경기 당일마다 약 2천 명에 가까운 팬들에게 자신의 라운지를 제공하는 기회를 얻게 된다. 그런 식으로 함께 일할 수 있는 파트너를 찾는 것 역시 우리의 중요한 역할이다.

(인터뷰 중 빌리 호건 CCO가 증축된 메인 스탠드 활용의 예로 든 칼스버그 라운지)
이 : 메인 스탠드에 대해선 잘 알겠다. 그런데 그와 반대로, 영국 언론들의 보도에 의하면 리버풀은 안필드의 명명권은 절대 팔지 않을 생각이라고 하던데. 그것은 왜 그런가?
호건 : 안필드라는 이름이 가진 역사나 전통을 생각해보면, 안필드라는 이름 대신 다른 이름을 사용하는 것은 아주 힘든 일이다. 우리는 안필드 내부 시설(메인 스탠드의 경우 같은)의 명명권을 판매할 생각은 있지만, 안필드 자체의 이름을 팔 생각은 없다.
이 : 즉 그것은 리버풀이 역사와 전통을 중요하게 여기기 때문이다, 이런 것인가?
호건 : 맞다. 안필드는 우리 역사의 아주 중요한 부분이다.
3. 유럽 대회 없는 리버풀의 전략과 글로벌 경쟁력
이 : 현재 리버풀은 유럽 대륙 대회에 참가하지 않고 있다. 다른 클럽들에 비해 유럽 대회에 참가하면서 얻는 경제적 수입이 부족한 상황인데. 이런 상황을 감안해서, 재정적인 차원에서의 리버풀의 전략은 무엇인가?
호건 : 내가 2004년부터 일한 FSM 그룹은 기본적으로 ‘지속이 가능한 투자를 한다’는 것을 기본 모토로 삼고 있다. 리버풀도 보스턴 레드삭스도 모두 마찬가지다. 다른 클럽들이 돈을 어떻게 쓰는지는 우리가 컨트롤 할 수 없지만, 우리 스스로가 돈을 어떻게 쓰는지는 우리가 컨트롤 할 수 있다.
그런 모토 속에서 우리의 전략을 가장 잘 보여주는 것이 앞서 이야기한 메인 스탠드 증축의 예다. 메인 스탠드 그 자체는 아주 많은 투자가 필요했지만, 우리에겐 그로 인해 발생하는 수입이 더 클 것이라는 생각이 있었던 것이다. 앞으로도 ‘지속 가능한 투자’를 한다는 정책은 계속될 것으로 본다.
이 : 최근에 리버풀의 성적이 다소 부진했는데도 불구하고, 리버풀은 스탠다드 차타드, 말레이시아 항공 등 많은 기업들과 지속적으로 스폰서쉽을 체결하고 있다. 본인이 생각하는 리버풀이라는 브랜드의 경쟁력은?
호건 : 앞서 예로 든 두 회사는 각자 다른 면을 보여주는 예다. 스탠다드 채터드 같은 경우에는 우리와 7년 째 파트너로 일하고 있고 이미 2번의 재계약을 했을 정도로 좋은 관계를 갖고 있다. 그들에게 있어 우리가 도움이 되는 부분은, 그들이 진출하고 싶은 모든 시장에 우리의 팬들이 있다는 것이다. 아시아, 아프리카를 포함해서 말이다.
말레이시아 항공은 비교적 최근에 파트너가 된 경우지만 이 경우도 큰 이유는 비슷하다. 세계적으로 비즈니스를 하고자 하는 기업들에겐 리버풀 FC가 전세계에 팬들 보유하고 있다는 것이 큰 매력으로 다가오는 것 같다.
프리미어리그 자체의 인기나, 프리미어리그가 전세계적으로 가장 많이 방송되는 축구 리그라는 점 역시 도움이 된다. 그런 모든 면들이 글로벌 비즈니스를 하는 회사부터, 일부 지역에서만 비즈니스를 하는 회사들도 리버풀을 원하게 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리버풀 런던 오피스에 있는 챔피언스리그 우승 트로피 '빅이어' 옆에서 포즈를 취한 빌리 호건 리버풀 CCO)
4. 한국 리버풀 팬들에게 보내는 메시지
이 : 이제 한국의 이야기를 좀 해보자. 리버풀의 CCO로서 한국 시장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고 있나? 가까운 미래에 한국에 방문할 계획이나 예정된 활동 등은 없는지?
호건 : 재정적인 차원에서 우리는 늘 어떻게 하면 리버풀이라는 클럽을 그 팬들과 만나게 할 것인지를 고민한다. 우리는 공식 한국어 SNS 채널을 운영하고 있고 한국에 리버풀 팬들이 아주 많다는 것도 알고 있다. 또 리버풀의 파트너인 스탠다드 채터드, 뉴발란스와도 같은 시장을 공유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리버풀이 한국 팬들과 만날 수 있는 기회는 아마도 프리시즌 투어, 혹은 최근에 우리가 시작한 ‘LFC 월드’라는 프로그램을 통해서일 것이다. 아직 일정이 확정된 것은 없지만, 현재 우리는 한국의 리버풀 팬들, 혹은 한국이라는 무대에서 함께 할 수 있는 기회가 없는지 적극적으로검토하고 있다.
이 : ‘LFC 월드’라는 것은 무엇인가? 미안하지만 그건 내게도 조금 생소한데.
호건 : 오, ‘LFC 월드’는 우리에게도 생소하다(웃음). 이제 막 리버풀에서 새롭게 시작했고 아주 최근에 싱가폴에서 첫 행사가 있었다. 하나의 국가 혹은 도시를 정해서, 일정기간(5일 정도) 동안 리버풀의 레전드 선수들이 팬들과 만나는 행사에 참가하고 축구 교실 등을 진행하는 프로그램이다. 싱가폴에서 있었던 행사에는 이안 러시, 루이스 가르시아 등이 참석했고 12월에 말레이시아의 쿠알라룸푸르에서 두 번째 이벤트가 진행될 예정이다.
이 : 마지막으로, 리버풀의 핵심 임원의 한 명으로서 한국 팬들에게 전하고 싶은 인사가 있다면?
호건 : 리버풀은 전세계에 팬이 있는 클럽이고 세계 각지에 있는 모든 팬들이 클럽을 위해 정말 소중한 존재다. 한국팬들이 보내주는 사랑과 관심에 진심으로 고맙다는 말을 하고 싶다. 앞서도 말했듯이 조만간에 한국에 방문해서 만날 기회가 있으면 좋겠다.
런던=스포츠서울 이성모 객원기자 london2015@sportsseoul.com
* [이성모의 EPL 현장] ‘리버풀 특집’은 영국 현지에 있는 리버풀 레전드들, 코칭스태프와 일정을 조율하여 ‘비정기적’으로 연재할 계획입니다. 더 빠른 시기에 더 생생한 정보를 전해드릴 수 있도록 하겠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