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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연재(왼쪽)와 김연아. (스포츠서울 DB)

[스포츠서울 이정수기자]국가대표 체조선수인 양학선(24)과 손연재(22)가 ‘늘품체조’ 시연회에 참석한 사실을 두고 논란이 커지고 있다. 국가대표 피겨스케이팅 선수였던 김연아(26)가 당시 행사에 참석하지 않아 불이익을 받았다는 것에서 출발해 참석한 손연재가 특혜를 받은 것 아니냐는 의심으로까지 비화되는 상황이다. 늘품체조가 현재 한국사회를 송두리째 뒤흔들고 있는 ‘박근혜·최순실 게이트’와 얽혀있는 것이 드러나면서 참석여부를 놓고 의심의 눈초리가 논란을 일파만파로 키우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도 참석했던 늘품체조 시연회는 지난 2014년 11월 26일 열렸다. 행사를 앞두고 대한체육회는 대한체조협회에 체조선수들의 참석을 요청하는 협조공문을 보냈다. 2014 인천아시안게임이 끝난 직후여서 기계체조 은메달리스트인 양학선과 리듬체조 금메달리스트인 손연재가 대상자로 꼽혔다. 체조협회는 시즌이 끝난 시기라 선수들의 활동을 컨트롤할 수 없는 상황이어서 선수들의 소속사에 체육회가 협조공문을 보낸 사실을 알리고 참석여부를 물었다. 아시안게임을 거치며 부상을 입었던 양학선도, 시즌을 끝낸 손연재도 재활치료 중이어서 참석을 거절했다. 체조협회 관계자는 “두 선수측 모두 참석하기 어렵겠다고 알려왔다. 협회도 체육회에 참석이 불가하다고 보고했다”면서 “이후 행사 내용을 뉴스보도로 보면서 ‘선수들이 참석했구나’하고 지나갔다. 체육회나 문화체육관광부에서 따로 선수측에 연락을 취했을 것으로 생각했다”고 말했다.

손연재의 소속사인 갤럭시아 SM측은 “협회의 요청이 있었을 때 참석하지 못하겠다는 의사를 전달했는데 문체부에서 재차 요청이 왔다. 국민들에게 좋은 체조를 알리는 행사에 체조선수가 참석해야하지 않겠느냐고 설득하며 참석을 요청하기에 다시 고려를 했다. 취지가 좋은 일이었고 치료중인 선수가 무리한 활동을 하지는 않아도 되는 행사였다. 양학선도 같이 요청을 받았고 손연재는 러시아가 아닌 국내에 있을 때여서 체조 보급에 기여한다는 선의를 갖고 참석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체조협회의 요청 때는 한 차례 거절의사를 밝혔지만 상급기관에서 대통령과 문체부 장관이 참석하는 행사라며 직접 연락해와 재차 요청하자 결국 참석을 결정했다는 뜻이다.

체조협회는 대외활동에 종목 주요선수의 참가를 요청하는 일은 자주 있는 일이라고 설명했다. 지금에 와서 늘품체조와 당시 시연회 자리가 문제가 있는 것으로 드러난 것이지 당시에는 체조관련 행사여서 참석을 원한 것으로 알았다는 것이 체조협회와 소속사측의 공통된 입장이었다. 하지만 행사 참석이 김연아와 손연재를 무리하게 비교하는 시각으로 비화하면서 불필요한 억측들이 생겨났다. 체조협회 관계자는 “김연아와 손연재가 척박한 국내 환경에서 괄목할 성과를 거둔 점이나 주목받을 만한 외모의 여자선수라는 점 등에서는 공통점이 있을 수 있다. 하지만 동계종목과 하계종목으로 서로 영역이 다르고 김연아가 올림픽 메달리스트인데 반해 손연재는 올림픽 입상 경력이 없다. 서로 비교의 대상이 되거나 경쟁구도로 둘 수 없는 차이가 있다”면서 “이런 상황이 당황스럽고 답답하다”고 말했다.

김연아는 은퇴한 선수고, 손연재는 당시 올림픽을 준비하는 현역이었다. 김연아의 참석을 요청하려면 대한체육회나 대한빙상경기연맹 등 체육단체를 통한 공문이 아니라 소속사인 올댓스포츠에 직접 얘기해야 한다. 구두논의가 정식공문만큼 무게를 갖기도 어려울뿐 아니라 김연아 측에서는 평창동계올림픽 홍보 등으로 바쁜 와중에 딱히 연결고리가 없는 체조행사에 참석해야할 만한 이유도 없었다. 김연아는 불참했고 손연재는 참가했다는 사실은 현역선수인가 아닌가, 체조와 연관이 있는가 없는가 하는 두 사람의 상황에 따른 차이였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 김연아가 대한체육회가 선정하는 2015년 스포츠영웅에서 제외된 것을 부당한 대우, 손연재가 2016년 2월 시상하는 대한체육회 체육대상을 수상한 것을 특혜로 바라보며 늘품체조 시연회 참석여부가 영향을 미쳤다고 보는 것은 과도한 해석이라는 의견이 많다.

‘김연아가 늘품체조 시연회에 참석하지 않았고 그로 인해 불이익을 받았다’는 내용의 보도는 어느새 ‘참석했던 손연재는 특혜를 받았다’로 변질됐다. 팬들은 손연재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 계정은 물론 소속사 홈페이지에도 원성을 쏟아내며 소속사 홈페이지가 다운되는 일도 생겼다. 손연재측은 온갖 논란에 대해 해명자료를 내고 “차움병원에서 2014년 초부터 건강검진을 받았고 체조선수에게 좋은 식단구성 등의 도움을 받았다. 검진과 약처방, 진료비를 정상 수납했다. 2016년 대한체육회 체육대상은 2015년 유니버시아드 대회와 아시아선수권 우승으로 수상 후보로 손색이 없었다”면서 “전대미문의 사건 여파로 체육계에도 각종 의혹이 양산되는 상황이다. 타당한 문제 제기는 물론 필요하겠지만 근거없는 억측이나 추측성 기사로 비인기종목에 투신해 국위를 선양해 온 운동선수의 명예에 흠집을 내는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간곡히 부탁드린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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