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연재 결선
손연재가 8월20일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에서 열린 리우 올림픽 리듬체조 결선에서 볼 연기를 마친 뒤 볼에 입맞춤하고 있다. 리우데자네이루 | 올림픽사진공동취재단

[스포츠서울 이정수기자]늘품체조 시연회에 참석한 리듬체조 국가대표 선수 손연재(22)를 두고 특혜논란이 뜨겁다. 대한체육회의 체육대상을 3년 연속 수상한 것에 대한 의심을 비롯해 차움 병원에서 진료를 받은 것과 지난 2016 리우 올림픽 당시 모친이 출입증을 받은 것까지 손연재와 관련한 모든 일들이 특혜로 의심받으며 논란이 거세지고 있다. 논란의 발단은 공교롭게도 늘품체조 시연회에 참석하지 않은 전 국가대표 피겨스케이팅 선수 김연아가 불이익을 받았다는 한 보도에서 시작됐다. ‘시연회에 불참한 김연아가 불이익을 받았다면 참석했던 손연재는 특혜를 받았다는 얘기인가’ 라는 가정이 어느새 사실처럼 굳어지면서 손연재와 관련한 모든 것들이 특혜와 비리의 결과물로 치부되고 있다. 반대로 김연아는 부정한 청탁을 거절한 의인이 돼 부패한 집단이 저지른 무능함때문에 더 많은 것을 누리지 못한 피해자가 되고 있다.

논란의 전개과정을 가만히 들여다보면 김연아의 불이익과 손연재 사이에는 논리적인 개연성이 없다. 단순하게 둘을 나란히 놓고 비교하려다 보니 생긴 논리적인 오류로 보는 것이 타당하다. 두 선수를 둘러싼 사안은 따로 놓고 따져볼 문제다. 손연재가 아시아선수권과 아시안게임 등에서 얻은 금메달이 김연아의 것을 빼앗은 것이 아니다. 마찬가지로 2012 소치 동계올림픽 금메달이나 2015 스포츠영웅 헌액 등 김연아가 아쉽게 놓친 것들이 손연재 때문은 아니다. ‘김연아 불이익=손연재 특혜’라는 논리적 비약에서 이번 논란이 출발했던 만큼 이후 이어지는 이야기는 의미없이 과거사를 들춰내 의혹에 의혹을 보태는 형태로 전개되고 있다. 김연아가 불이익을 받았다는 것은 사실 여부가 확인되지 않은 만큼 더 명확하게 밝혀내야할 부분이다. 손연재가 특혜를 입었는지도 제대로 확인되지 않은 것은 마찬가지다. 의심만으로 그가 쌓아온 선수로서의 행적을 폄하할 수는 없다. 두 명의 스포츠스타가 갖고 있는 파급력이 강한 만큼 확인되지 않은 의심을 사실인 것처럼 몰아가는 현 상황의 위험성도 크다. 지금 필요한 것은 SNS사진과 과거 언동을 파헤치며 ‘이런 것도 있었다’는 식의 도를 넘어선 폭로전으로 의혹을 양산하는 것이 아니다.

진중한 사실검증 작업, 하다못해 관계자들의 촌평조차 생략된채 논란이 진행되며 초기의 가정은 마치 사실인양 둔갑해버렸다. 현재 중요한 것은 제기된 의혹이 사실인지 아닌지를 검증해가는 과정이다. 하지만 놀랍게도 사실보다 추측이 더 큰 비중을 차지한 내용을 일부 언론이 앞장서 확대 재생산하며 사태는 악화되고 있다. 리우 올림픽 출입증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가운데 당시 손연재 모친이 사용한 출입증과 선수단에 부족했던 출입증을 연결시켜 특혜의혹으로 포장했다. 사정을 모르는 사람이라면 분개할만도 하다. ‘박근혜·최순실 게이트’와 관련이 있는 차움병원에서 진료받았다는 것을 이유로 부정한 세력과 손연재 측의 관련성 여부는 제쳐둔채 특혜를 운운하고 있다. 손연재가 3년 연속 체육대상을 받았던 것도 특혜로 의심하는데 그 기간동안 올림픽은 없었고 손연재는 2014년 인천아시안게임과 2015년 광주유니버시아드대회에서 금메달을 따냈다. 2013년 부터 아시아선수권 3연패를 달성하는 등 수상후보에 오를 자격이 없는 선수로 볼 수 없다.

지난 여름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에서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선수위원으로 선출된 유승민 위원은 22일 자신의 SNS를 통해 답답한 마음을 전했다. 그는 “지금 온나라가 혼란스럽지만 선수들의 인권와 명예는 어떤 경우에도 반드시 보호받아야 한다. 제가 IOC 위원이 되고자 했던 가장 큰 이유”라면서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올림피언들이 영문도 모른채 여론의 도마에 오르며 심적 고통을 받고 있다. 우리 선수들을 지켜달라”고 전했다. 의심에서 비롯되서 사실관계 확인도 이뤄지지 않은채 과도한 폭로와 비방을 거쳐 마치 사실인양 받아들여지고 있는 현 상황이 선수의 인권과 명예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에 대한 고려가 필요하다. 비난은 사실이 밝혀진 이후에도 늦지 않다. 사실이 아닌 것으로 밝혀질 경우 비난으로 인해 상처입은 선수는 누가 책임져줄 것인가.

polaris@sportsseou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