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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 브라질월드컵 H조에서 톱시드를 받은 벨기에는 유럽 예선을 통해 ‘미완의 원석’에서 ‘잘 다듬어진 보석’으로 거듭났다. 2008 베이징올림픽 4강 멤버들이 팀의 중심을 잡은 가운데 유럽 빅클럽 주전으로 성장한 20대 초반 유망주들이 절묘하게 어우러져 유럽 예선 A조 8승2무 ,무패 가도를 달렸다. ‘홍명보호’ 입장에선 1~2차전 연승 가도를 달린 뒤 3차전에서 벨기에와 부담 없는 격돌하는 게 가장 편하다. 그러나 그런 시나리오가 어긋날 경우, 벨기에와의 한판 대결은 피할 수 없다.
◇빅클럽의 ‘잇 아이템’
벨기에 축구는 2002 한일월드컵을 끝으로 메이저 무대에서 자취를 감췄으나 이 시기를 허투루 보내지 않았다. 자국 리그가 약한 점을 감안, 10대 기대주들을 잉글랜드나 프랑스 네덜란드 등 이웃나라 빅클럽으로 파견, 육성하는 방법을 선택했다. 올시즌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빅7’으로 불리는 구단들이 한 명 이상 데리고 있을 만큼 벨기에 선수들은 ‘잇 아이템’이 됐다. 마루앙 펠라이니(맨유), 뱅상 콩파니(맨시티), 얀 베르통헨, 나세르 차들리, 무사 뎀벨레(이상 토트넘) 케빈 미랄라스, 로멜루 루카쿠(이상 에베턴), 에당 아자르, 케벤 데 브라이네(이상 첼시), 토마스 베르마엘렌(아스널), 시몬 미뇰렛(리버풀)이 그들이다. 이들은 A매치에서도 자국 대표팀이 힘을 발휘하는 원동력이 됐다. 잉글랜드는 물론 스페인과 이탈리아, 러시아의 굵직한 구단에서도 벨기에 선수들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예선 내내 주전 경쟁…멀티 미드필더가 많다
기량 좋은 20대 초·중반 선수들이 쏟아져 나오면서 벨기에 대표팀은 ‘더블 스쿼드’를 구축했고 자연스럽게 경쟁력도 상승했다. 빌모츠 감독은 유럽 예선 기간 내내 ‘소속팀 활약’을 선발 원칙 1순위로 두고 이들의 다툼을 유도했다. 예선 초반 부동의 주전 공격수였던 크리스티앙 벤테케(애스턴 빌라)는 최근 프리미어리그에서 무섭게 질주하는 루카쿠에 서서히 밀리고 있다. 드리스 메르텐스(나폴리)와 차들리도 최근 소속팀 입지가 여의치 않으면서 출전 시간이 줄었다. 반면 데 브라이네와 미랄라스가 입지를 넓히고 있다. 아자르와 펠라이니 등 두 포지션 이상을 소화하는 멀티 미드필더들이 많다는 것도 특징이다. ‘홍명보호’는 벨기에가 내년 6월 본선 3차전에서 어떤 중원 조합을 들고 나올지 예의주시해야 한다.
◇‘더블 스쿼드’ 양날의 검
하지만 이런 ‘더블 스쿼드’는 약점으로 돌변할 수도 있다. 벨기에의 약점으론 역시 조직력이 꼽힌다. 개개인 실력은 출중하지만 해외에 뿔뿔이 흩어져 있다보니 한 덩어리로 플레이를 펼치는데 아무래도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다. 2000년대 후반부터 유럽 축구계의 시선을 모았으나 남아공월드컵, 유로 2012 예선에서 맥 없이 무너진 이유도 그랬다. 이번 브라질월드컵 유럽 예선에서도 미드필더들과 중앙 수비수들이 경쟁과 부상 등을 이유로 대표팀을 들락날락했다. 선수층은 두꺼워졌지만 팀워크는 아직 설익었다. 특히 콜롬비아(0-2패) 일본(2-3패)과 치른 지난 달 두 차례 평가전은 벨기에의 현재를 여실히 드러냈다. 두 경기에서 벨기에 수비는 볼을 따라다니다 중앙으로 쇄도하는 상대 공격수를 놓쳐 5실점했다. 포백수비는 물론 미드필더들의 압박이 느슨했다. 월드컵 본선에서 각 팀들이 선보일 강한 프레싱을 벨기에가 얼마나 이겨낼지 미지수인 이유다.
◇세트피스 공격이 강하다
홍명보 축구대표팀 감독은 벨기에에 대해 “지금보다 내년에 더 성장할 수 있는 팀”이라고 했다. 핵심을 정확하게 관통한 말이었다. 지금 벨기에 대표팀엔 최근 1~2년 내 가파르게 성장한 자원들이 많다. 20대 젊은 선수들이 유럽 빅리그에서 치열하게 생존하며 어느 순간 ‘레벨 업’을 일궈냈다. 브라질월드컵까지 남은 6개월간 벨기에 대표팀이 개인 기량을 물론, 조직력과 체력, 경험을 얼마나 끌어올리느냐에 따라 한국과의 승부는 쉬워질 수도, 어려워질 수도 있다. 또 한가지 경계 대상은 ‘홍명보호’ 수비수들이 약한 세트피스 공격이다. 웨일즈와의 유럽 예선 1차전 두 골, 지난 달 일본과의 평가전 2-3 만회골 등에서 보듯 벨기에는 공격수, 수비수 가릴 것 없이 상대 골문에 한 방 꽂을 수 있는 공격력을 갖고 있다. 콩파니, 알더바이렐트, 베르통헨 등 장신 수비수들의 세트피스 해결 능력이 탁월하다.
김현기기자 silva@sportsseoul.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