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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 브라질월드컵에서 한국 심판들의 모습을 볼 수 없는 걸까. 우수 심판 육성을 위한 계획은 있는 걸까.
국제축구연맹(FIFA)이 공개한 브라질월드컵 본선에 나서게 될 156명의 주·부심 후보자 가운데 한국인 심판은 없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파장이 일고 있다. 월드컵 본선 8회 진출를 자랑스러워 하는 와중에 본선진출국에서 심판을 현장에 보내지 못하는 실책을 반성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2006 독일월드컵부터 주심 1명과 부심 2명으로 구성하는 ‘트리오(Trio)’ 제도가 운용되면서 한국 심판들이 월드컵 무대에 설 수 있는 기회가 확대되지 못했다. 독일 때는 김대영 부심이 나섰고, 2010 남아공월드컵때는 정해상 부심이 일본 심판진과 팀을 이뤘다. 이번 대회를 앞두고는 아시아축구연맹(AFC)이 한국 심판진을 3인 1조로 묶으면서 김 부심과 정 부심의 경우처럼 개별적으로 추천받은 심판이 없었다. 정해상 심판은 30일 스포츠서울과 통화에서 “AFC가 FIFA에 추천할 때 나를 비롯해 김동진 양병언 심판으로 구성된 한국 심판진은 포함되지 않았다. 추천명단 외에 후보군이 있고, 그 아래 후보예비군이 있는데 한국은 후보예비군에 속해 있다”고 설명했다. AFC가 같은 언어권 국가의 심판들로 팀을 구성하도록 지침을 정하면서 같은 언어를 쓰는 아랍권 심판들이 상대적으로 유리해졌고, 복수국가에서 활용되는 언어가 아닌 탓에 한국이 상대적으로 불리해졌다. 정 심판은 “과거에는 아시아에 국가가 많아 다양하게 심판을 선발하자는 인식이 있었다. AFC가 한 국가 3명으로 팀을 짠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고 달라진 분위기를 설명했다. 아직은 후보를 추천한 것이라 2월 하순께 확정되는 FIFA의 심판진 선정에 변화가 생길 가능성은 아직은 남아있다.
한국심판의 국제경쟁력을 높이기 위해서는 개인의 언어나 판정능력 등 기본 실력 뿐만 아니라 장기적으로 심판을 육성하고 역량을 강화하는 정책이 선행돼야 한다는 지적이다. 정해성 대한축구협회 심판위원장은 “심판들의 동기유발과 경쟁력 강화를 위해 상비군처럼 국제심판을 집중육성할 계획이다. 젊은 심판들로 2개팀 정도를 선발해 2018년과 2022년 월드컵에 나설 수 있도록 준비하는 협회 차원의 프로젝트가 있다”고 말했다. 실력향상을 위한 계획만큼이나 국제무대에서의 외교역량을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다. 한 K리그 심판은 AFC에 한국인 심판위원이 없다는 점을 꼽으며 “심판위원장이 태국인, 심판국장이 일본인이다. 심판위원회에 국내 인사가 없어 심판 배정 등에 대한 발언권 자체가 없다”고 꼬집었다. 정해성 위원장도 같은 부분을 지적하며 “AFC 심판국장과 직접 면담하려고 한다”고 전했다. 아시아권에서 조차 외교역량이 부족해 국제무대로 나갈 수 있는 기회가 축소되고 있다. 허정무 축구협회 부회장은 “프로축구연맹과 축구협회의 심판 관리가 이원화된 것은 전세계에 우리나라 뿐”이라고 목소리를 높이며 “심판관리를 일원화하고 자율권을 부여해 외풍에 흔들리지 않게 해야 한다. 심판계의 파벌주의도 타파해야 한다. 내적으로 기초부터 바로 세워야 외적으로도 힘을 발휘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정수기자 polaris@sportsseou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