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금경만 인턴기자] 승리에 대한 집념, 땀과 열정만이 그라운드에서 찾을 수 있는 전부는 아니다. 때때로 예상치 않게 발생하는 웃음과 유머는 야구의 활력소가 되기도 한다. 그중에서도 태그 상황에서 종종 웃긴 장면이 만들어질 때가 있다.


11일 한화생명 이글스 파크에서는 진행된 롯데와 한화의 경기에서 재밌는 장면이 나왔다. 2회 초 2루 주자 강민호와 2루수 정근우가 만들어낸 작품이었다.


정근우는 중계 수비 과정에서 공을 받기 전 바지 뒷주머니의 로진백을 슬쩍 꺼냈고, 포구와 동시에 로진백을 공인 척 던지는 시늉을 했다. 그리고 공을 쥔 글러브를 그대로 가져가 강민호에게 태그했다. 하지만 강민호가 베이스에 발을 올리고 있어 아웃은 되지 않았다.


'기습공격'을 당한 강민호는 어이없다는 표정을 지으면서도 정근우의 엉덩이를 살짝 내리쳐 사건을 유쾌하게 마무리했다. 두 선수가 오랜 기간 국가대표를 함께 지내면서 친분이 두터웠기 때문에 이런 장난이 가능했던 것. 이를 지켜본 팬들은 긴장이 계속되는 승부 속에서도 소소한 웃음을 지을 수 있었다.


태그와 관련된 웃긴 다른 에피소드로 지난 2015년 9월 18일 두산과 삼성의 경기의 '채천재 사건'을 꼽을 수 있다. 당시 타석에 들어선 오재원은 투수 장원삼의 공을 안타로 만들어내며 출루에 성공했다.


자신감 있는 표정으로 1루 베이스를 밟은 오재원은 심판에게 타임 요청하는 것을 깜빡하고 장비를 벗고 있었다. 1루수 채태인은 이를 놓치지 않고 다급한 손길로 공을 요구한 뒤 곧장 베이스에서 벗어난 오재원을 태그해 아웃 카운트를 늘렸다.


갑작스러운 아웃에 두산 김태형 감독이 심판에 가벼운 어필을 했지만 누가 봐도 명백한 아웃이었기에 판정은 번복되지 않았다. 오재원은 더그아웃으로 돌아가 허탈한 표정을 지었고 이를 지켜본 많은 팬들은 폭소와 함께 채태인의 천재성에 감탄했다.


KBO리그 태그 에피소드의 '전설'은 2015년 9월 12일 목동야구장에서 탄생했다. 당시 1루 주자였던 박석민은 불의의 일격을 당하게 된다. 선발투수 밴 헤켄이 견제구를 던지자 박석민은 재빠르게 1루에 복귀했다. 하지만 공을 받은 1루수 박병호는 그대로 박석민의 국부에 글러브를 강하게 갖다 댔다.


박석민은 그 충격을 인내하기에는 아무런 준비가 돼 있지 않았다. 그대로 주저앉은 박석민은 심판에게 타임을 요청하고 절뚝거리며 1루를 벗어나 통증을 가라앉혔다. 정작 가해자 박병호는 무슨 일이라도 있었냐는 평온한 표정으로 수비 자세를 취했다.


이 장면을 본 모든 사람들이 웃음을 참지 못했다. 경기 해설자들도 새어나오는 웃음을 막지 못했고 경기 종료 후에 많은 언론이 집중 조명할 정도로 파급력은 대단했다. 팬들 역시 뜨거운 반응을 보이며 즐거워했다. 이 사건은 KBO리그 역사에 남을 명장면으로 남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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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ㅣ중계 방송화면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