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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서울 조성경기자] 배우 조성하가 백발의 섬뜩한 사이비 교주의 모습으로 안방극장에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1이라도 다른 캐릭터”를 만드려는 그의 노력에 번뜩이는 아이디어까지 더해지면서 캐릭터가 더욱 빛났다.

지난 24일 끝마친 OCN ‘구해줘’에서 조성하는 사이비 종교 ‘구선원’의 교주 백정기 역을 맡아 무고한 사람들을 감금하고 꽃다운 여신도를 겁탈하려는 음흉한 속내를 가지고도 겉으로는 자신이 천국으로 인도하는 신적 존재인양 행세하며 시청자들을 긴장하게 했다. 특히 마지막회에서는 자신을 거부하는 임상미(서예지 분)를 힘으로 제압하며 “몸과 마음을 나누어야 천국에 갈 수 있다”는 대사로 시청자들을 더욱 기가 막히게 했다. 그런 조성하의 흡입력 있는 연기 덕분에 ‘구해줘’가 사이비 종교의 위험성을 고발하고 사회적 경종을 울리는 드라마로 호평을 받을 수 있었다.

‘구해줘’를 성공적으로 끝낸 조성하를 만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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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해줘’가 힘들었나보다. 얼굴이 좀 상했다.

윤선주 작가가 (MBC 수목극) ‘병원선’ 특별출연을 부탁해서 그렇다. 수염까지 길러달라고 하고, 살도 빼달라고 했다. ‘구해줘’ 촬영 끝나고 2주간 쉬면서 5㎏가 불었는데, 다시 5㎏ 빼면서 몰골이 안좋다. 요즘 일상이 PT와 러닝머신이다. 수염을 기르고, 초췌한 모습이 되려고 한다. (윤 작가가) 초췌하고 노숙자 분위기 됐으면 좋겠다고 부탁했다.

-‘병원선’에서도 사기꾼 역이라고 얘기를 들었다. ‘구해줘’에서도 사실 백정기는 사기꾼이다.

그래도 ‘구해줘’에서 보여준 사기는 레벨이 다르다. 그러고 보면 ‘더K2’에서는 정치인 역으로 가장 수준 높은 사기 전문가였다. 사기 전문가가 되기 시작하는 것 같다. 좋은 역할을 하고 싶은데, 좋은 역할이 없다. 최대한 많은 분들을 속여야 되는 것 같다.

-강한 캐릭터에 대한 매력 때문에 선택하는 것 아닌가.

꼭 그렇다기보다는 요즘 매일 송사 아니면 법조인 내지는 국회의원, 기업인들 등 보이는 사람이 거기서 거기다. 그러니 그런 캐릭터가 여기도 나오고 저기도 나오고 그러는 것 같다. 다른 연기를 하고 싶어도 할 수 없는 현실이다.

그나마 1이라도 다른 성격의 사람이 나오면 감사하다. 배우가 새로운 역할을 맡는다는 게 감사하다. 그런 면에서 백정기가 그랬다. 그런 역을 처음으로 했다는게 기준이나 모범이 되는 건 아니라고 새로운 걸 했다는 게 배우로서 기쁨이고 보람이다. 게다가 많은 분들이 환호해주셔서 너무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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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CN ‘구해줘’의 조성하.  제공|OCN

-조재윤의 조완태 역은 사기꾼이 확실한데, 백정기는 단순한 사기꾼은 아니더라. 백정기는 자신이 진짜라고 믿는건가.

진정한 사기꾼은 왔다갔다 안 하고 그 안에 함몰 돼 있어야 한다. 껍질을 열었을 때 다른 사람들이 종교인이었어 라고 믿게끔 해야 진정한 사기꾼이다. 본 속뜻은 그 사람만 알아야한다. 마지막까지 단 한 사람까지도 믿게 해줘야하는 철칙이 있어야 한다.

이 모든 사단이 백정기로 인해서 시작되고 끝나는거다. 구선원이 백정기가 아니면 생길수 없고 유지될 수도 없다. 시작이자 마지막이다. 조완태가 죄를 저지르고 다니는것, 강은실(박지영 분)이 죄를 저지르는 등등 안좋은 일들이 내가 만들어놓은 판 위에 있는데 자기는 마치 아무것도 안하는 듯 고고하게 지탱하고 있다. 그게 가장 백정기로서 보람있는 일이 아닐까.

-‘구해줘’ 웹툰 원작은 봤나.

(원작소설이 있었던 KBS2) ‘성균관 스캔들’을 해봤다. 그때도 원작은 안 봤다. 원작을 보고 접근하면 작가가 만들어놓은 인물의 세계에서 벗어나지 못하더라. 의외성이 있을 때 재밌다. 원작에서도 보지 못한 인물을 가지고 오면 새로운 세계가 펼쳐진다. 사실 ‘구해줘’ 원작의 인물을 그림으로는 봤다. 꾸부정한 할아버지 같은 모습을 가지고 있더라. 그런데 나는 좀더 파워풀한 인물을 선호하기 때문에 좀더 새로움이 필요하지 않나 생각하게 됐다. 이왕이면 살아있는 인물 중에서 모델을 삼고 싶었다. 그럴 때 훨씬 자극적일 수 있기 때문이다. 가상의 인물도 힘이 있을 수 있지만, 실제 존재하는 인물의 본을 따서 들어오는게 훨씬 힘이 있다고 생각했다. 또, 작가와 감독은 나에게 흰머리와 흰옷을 요구하지 않았는데 내가 먼저 선택했다. 남들과 다른 모습으로 등장하고 싶었다.

조성경기자 cho@sportsseoul.com

사진|HB엔터테인먼트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