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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서울 장강훈기자] LG 18대 감독으로 내정된 류중일 전 삼성 감독은 수비야구의 귀재다. 고교시절부터 명 유격수로 명성을 떨치던 류 감독은 1987년 삼성에 입단해 1999년 은퇴할 때까지 통산 1095경기에서 125개의 실책을 기록했다.
경쾌한 스텝과 정확한 송구로 삼성 내야의 핵으로 자리잡았던 류 감독은 2000년부터 코치로 지도자생활을 시작한 뒤 안정된 수비와 기민한 작전을 삼성의 전통으로 정립시킨 인물이다. 국내에서는 드물게 수비와 작전 코치를 동시에 수행했고 2011년 삼성 지휘봉을 잡은 이후에도 안정된 수비로 이른바 ‘지키는 야구’를 업그레이드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류 감독은 “1980년대 후반 당시 LA 다저스가 스프링캠프지로 활용하던 베로비치에서 이른바 ‘다저스 전법’을 접한 뒤 뒤통수를 한 대 맞은 기분이 들었다. 일사불란하게 움직이는 수비야말로 강팀으로 가는 초석이라는 생각을 갖게 됐다”고 말했다. 실제로 류 감독은 다저스 전법을 활용한 수비 시프트를 고안해 자신만의 수비 노트를 만들만큼 애착을 드러냈다.
국가대표팀 코치, 감독으로도 화려한 이력을 갖고 있다. 지난 2005년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코치를 시작으로 2013년 WBC 감독으로 대표팀 지휘봉을 잡았다. 1, 2회 WBC에서는 한 박자 빠른 수비와 허를 찌르는 주루플레이로 세계를 깜짝 놀라게 하는 한국야구의 저력을 보여주는데 공헌했고 2014년 인천 아시안게임에서는 퍼펙트 금메달 획득을 이끌어 냈다.
마운드에 비해 수비력이 부족하다는 평가를 받는 LG가 류 감독을 선임한 배경 중 하나다. LG는 올시즌 143경기에서 실책 102개를 기록했다. 수비율 0.981로 전체 7위에 해당할만큼 좋지 않았다. 팀 방어율 1위를 기록하고도 포스트시즌 진출에 실패한 원인이 부정확한 타격뿐만 아니라 어설픈 수비때문이었다는 지적이 잇따랐다. 유격수 오지환의 군입대 문제 등 해결해야 할 과제가 많은 LG 입장에서는 류 감독 재임기간 동안 수비 강팀이라는 이미지를 구축하는데 집중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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