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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합천=스포츠서울 정다워기자]“퇴장 당한 (이)규석이가 미안해 하지 않게 꼭 이기자.”
주승진(43) 매탄고 감독은 따뜻한 지도자로 유명하다. 선수들은 물론이고 그를 아는 관계자들은 하나 같은 같은 평가를 내린다. 26일 경남 합천군 군민체육공원에서 열린 제54회 춘계고등축구연맹전 결승에서도 확인한 사실이다. 매탄고는 전반 34분 이규석이 경고 누적으로 퇴장 당해 수적 열세에 놓였다. 전반 내내 신평고를 상대로 고전한 상황에서 악재가 겹쳤다. 하프타임 그는 선수들을 모아놓고 작전 지시를 했다. 그리고 꺼낸 말은 “우리는 할 수 있다, 얘들아. 이보다 더 어려운 경기에서도 잘했잖니. 퇴장 당한 규석이가 너무 미안해 하지 않게 꼭 이기자”였다. 보통 학원축구 지도자가 하기 힘든 말이다. 성과지상주의에 내몰린 감독들은 강압적이다. 군대식 상명하복 문화가 만연해 있다. 주 감독은 다르다. 선수 하나 하나를 따뜻하게 포용하는 그의 태도는 선수들의 창의성을 살리는 원동력이다. 이날 매탄고는 한 명이 부족했지만 후반에만 세 골을 몰아넣으며 승리했고, 3연패에 성공했다.
경기가 끝난 후 주 감독은 “우승을 못한다고 어떻게 되는 건 아니다. 퇴장 당하고 싶은 선수는 없다. 만약 우리가 졌다면 규석이가 정신적으로 많이 힘들어 했을 것이다. 그걸 생각해서 다른 선수들에게 동기부여를 했는데 다행히 이겼다. 선수들이 지난해에 우승한 경험이 있어서 위기를 잘 극복한 것 같다”는 소감을 밝혔다.
주 감독이 침착하고 따뜻하게 선수들을 지도할 수 있는 건 결과보다 과정이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그의 철학 때문이다. 주 감독은 “솔직히 말하면 우승에 대한 욕심이나 부담은 별로 없다. 건방지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프로 선수가 아닌 유소년에게는 결과보다는 경기를 풀어가는 능력을 강조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지금 수원삼성에서도 그런 철학으로 아이들을 가르치고 있다”라고 말했다. 실제로 주장 김태환은 “감독님은 절대 우리에게 결과에 대한 부담을 주지 않으신다. 늘 발전하는 게 더 중요하다고 말씀하신다. 늘 침착하고 차분하게 가르쳐주신다”라고 주 감독에 대해 이야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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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 감독이 다양한 전술을 활용하는 것도 같은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다. 이번 대회에서 매탄고는 주전급 스트라이커 세 명이 부상으로 전력에서 이탈했다. 주 감독은 포메이션 변화와 선수들의 포지션 이동을 통해 위기를 돌파했다. 결승전에서도 상대의 경기 운영 방식에 따라 백3와 백4를 오가며 유연하게 대처했다. 10명으로 싸운 후반에는 백3를 유지하면서도 공격적으로 전진해 반전을 만들어냈다. 주 감독은 “아직 선수들이 어리기 때문에 여러가지를 경험하면 좋다고 생각한다. 상황에 따라 대처하는 능력을 키울 수 있는 대회였다. 선수들이 잘해줬다”라고 말했다.
주 감독은 매탄고 사령탑인 동시에 수원 유스 총괄 디렉터이기도 하다. 결승전을 현장에서 지켜본 박창수 수원 단장은 “대단히 만족스럽다. 구단과 주 감독의 철학이 일치한다. 학부모, 선수들도 주 감독을 모두 좋아한다. 구단 입장에선 보물 같은 존재”라며 주 감독을 치켜세웠다. 주 감독은 “모든 코칭스태프와 선수들이 하나 되어 만든 성과다. 구단에서도 지원을 많이 해주셨다. 계속해서 발전하는 팀이 되기 위해 노력하겠다”라고 겸손하게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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