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토] 평창동계패럴림픽, 개막식에서 게양되어 펄럭이는 패럴림픽기
패럴림픽기가 9일 강원도 평창올림픽스타디움에서 진행된 2018 평창 동계 패럴림픽 개막식에서 게양되고있다. 2018.03.09. 평창 | 김도훈기자 dica@sportsseoul.com

[스포츠서울 김용일기자] 2018 평창 동계패럴림픽이 성공리에 막을 내렸다. 전 세계 장애인 스포츠의 최대 축제인 패럴림픽은 올림픽이 끝난 뒤 열리는 특성으로 그동안 국내에서 큰 주목을 받지 못한 게 사실이다. 하지만 앞서 열린 올림픽이 여러 잡음에도 불구하고 국민적 성원으로 흥행에 성공한 데 이어 패럴림픽에 대한 관심도 뜨거웠다. ‘올림픽의 진정한 성공은 패럴림픽에 대한 관심’이라는 공감대가 형성되면서 장애인 스포츠의 가치를 새롭게 정립하는 계기가 됐다.

평창 패럴림픽은 역대 최대 규모였다. 49개국, 567명 선수가 80개의 금메달을 놓고 강원도 평창과 정선, 강릉에서 선의의 경쟁을 펼쳤다. 흥행 성공의 결정적인 계기가 된 건 역시 성적이다. 1992년 알베르빌 대회부터 동계패럴림픽에 참가한 한국은 3개의 메달(금1, 동2)을 따내며 종합 순위 16위를 차지했다. 애초 금1, 은1, 동메달 2개를 따 종합 10위에 오르겠다는 목표엔 미치지 못했으나 역대 최고 성적이다. 특히 동계패럴림픽 참가 26년 만에 처음으로 금메달을 따낸 것은 역사적인 사건이었다. 이전까지 한국은 동계패럴림픽에서 은메달 2개만 따냈다. 2002년 솔트레이크시티 대회에서 알파인스키 한상민, 2010년 밴쿠버 대회에서 휠체어 컬링이 각각 은메달을 품에 안았다.

[포토] 신의현, 한국대표팀의 소중한...첫 메달!
장애인 노르딕스키 국가대표 신의현이 11일 원도 평창군 메달플라자에서 열린 시상식에서 열린 메달 시상식에서 동메달을 목에 걸고 포즈를 취하고있다. 2018.03.11. 평창 | 김도훈기자 dica@sportsseoul.com

꿈에 그리던 한국 동계패럴림픽 첫 금메달의 주인공은 장애인 노르딕스키 간판 스타 신의현(37·창성건설)이다. 폐회식 전날인 17일 강원도 알펜시아 바이애슬론 센터에서 열린 크로스컨트리 스키 남자 7.5㎞ 좌식 경기에서 22분28초40으로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지난 2006년 교통사고로 두 다리를 잃고도 삶의 희망을 잃지 않은 신의현은 대회 전부터 한국에 첫 금메달을 안겨줄 유력 후보였다. 리허설 격인 월드컵 무대에서 경쟁자를 압도하며 우승하는 등 쾌조의 오름세를 탔기 때문이다. 그러나 여론의 관심은 그에게 부담이 됐다. 일주일 전 첫 종목이었던 바이애슬론 남자 7.5㎞ 좌식 종목에서 5위에 그치면서 눈물을 보였다. 그러나 다음 날 열린 크로스컨트리 15㎞에서 동메달을 따내며 한국에 이번 대회 첫 메달을 선물했다. 그럼에도 그는 마냥 웃지 못했다. 금메달을 따지 못한 것에 오히려 자책감을 느꼈다. 이후 크로스컨트리 스프린트, 바이애슬론 15㎞ 좌식 등에서 또 한 번 메달 사냥에 나섰으나 고개를 떨어뜨려야 했다. 하지만 그의 의지는 막판에 더 타올랐다. 대회 하루 전 끝내 금빛 레이스에 성공하면서 설원에 태극기를 꽂았다. 아이스하키도 3-4위 결정전에서 이탈리아를 꺾고 값진 동메달을 따내며 모두에게 큰 감동을 안겼다.

무엇보다 신의현의 성장 뒤엔 가족 뿐 아니라 오랜 기간 장애인 스포츠에 관심을 두며 투자해온 기업가의 지원이 있다. 한국 선수단장을 맡은 배동현 창성건설 대표는 3년 전 장애인 최초의 동계스포츠 실업팀을 창단하고 신의현, 이정민 등을 영입해 운동 환경을 조성했다. 이번 대회를 통해 장애인 스포츠도 아낌없는 지원 속에서 충분히 빛날 수 있음을 입증했다.

성적이 아니더라도 패럴림픽의 가치를 느끼기에 충분했다. 올림픽의 상징이 오륜기라면 패럴림픽의 상징은 ‘아지토스’다. ‘나는 움직인다’는 라틴어에서 유래한 아지토스는 역경을 딛고 전진하는 전 세계 장애인 스포츠인을 표현한다. 만 19세이던 1991년 낙상으로 척추를 다쳐 하반신 마비가 됐으나 생활체육으로 새 인생을 걸어 동·하계 패럴림픽에 모두 도전한 ‘위대한 엄마’ 이도연(46·노르딕스키), 4세 때 교통사고로 한쪽 팔과 다리를 잃고 지체 장애 1급을 판정받았으나 아내의 내조 속에서 스노보드에 문을 두드린 박항승(31) 등은 출전 자체로도 ‘인간 승리’였다. 비장애 스노보드 선수 생활 중 정강이뼈에 악성 종양이 발견, 한 쪽 다리를 절단하고도 불굴의 의지로 패럴림픽 무대를 밟은 비비안 멘텔-스피(46·네덜란드·스노보드), 서핑을 하다가 백상아리의 공격으로 왼팔, 오른손을 잃고 목숨까지 위협받다가 살아난 션 폴라드(27·호주·스노보드) 등 해외 선수들도 큰 여운을 남겼다.

조직위에서 발표한 이번 대회 입장권 판매 현황에 따르면 34만5000장으로 목표량(22만장) 대비 157%를 기록했다. 지난 2010년 밴쿠버 대회(21만장), 2014년 소치 대회(20만장)와 비교해서 13만장 이상 더 팔렸다. 올림픽의 감동이 고스란히 패럴림픽으로 이어졌음을 보여준다.

kyi0486@sportsseou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