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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SK에 입단한 루크 스캇에 대해 말들이 많았다. 현역 메이저리거가 왔기 때문에 도대체 SK가 연봉을 얼마나 지급했을까 하는 의구심이 가장 컸다. 그런데 필자는 그 문제보다 과연 스캇이 오면서 SK 선수들에게 얼마나 많은 도움이 될까 하는 궁금증이 더 컸다.
현역 메이저리거가 오면 그가 경기에 임하는 자세나 훈련방법, 몸관리 등 여러가지 궁금증이 생긴다. SK 관계자들의 말을 들어보면 스캇이 SK의 �은선수들에게 많은 도움을 준다고 하는데, 그의 경험담이나 타격이론 개인 트레이너를 대동해 몸 관리를 철저하게 하는 모습 등은 본받을만 하다는 것이다.
2000년 삼성에서 뛰던 훌리오 프랑코는 지금도 많은 야구인들에게 회자되고있다. LG 김기태 감독은 프랑코를 보면서 “존경한다”는 표현을 썼다고 한다. 외국인 선수에게 그 당시 국내프로야구 최고의 스타중에 한 명이 존경심을 표시했다는건 쉬운 일이 아니다. 김기태 감독이 들려준 예를 들어보면, 그만의 독특한 타격 연습방법이 선수들에게 얼마나 큰 영향을 끼쳤는지 알 수 있다. 스프링캠프에서 이승엽, 김기태, 프랑코, 또 한명의 외국인선수 찰스 스미스가 한조로 타격을 했다. 스미스는 연신 홈런을 때려내는데, 프랑코는 2루 땅볼만 치는 것이다. 처음에는 메이저리그에서 타격왕까지 차지한 프랑코가 ‘뭔가 숨기는 게 있겠지’하는 마음으로 지켜봤는데, 캠프가 거의 끝나갈 때까지 2루 땅볼만 쳤다. 당시 삼성 선수들의 실망감은 이루 말할 수 없을만큼 컸다. 더 웃긴건 스미스가 계속해서 담장을 넘기니 프랑코가 “저런 타격훈련은 아무런 도움이 안된다”며 한심하게 쳐다보기까지 했다. 보다못한 김기태 감독이 “말만 하지말고 일단 한번 보여주고 얘기하라”고 도발(?)하는 사건이 있었다. 프랑코는 미소를 머금은 채로 시범을 보이는데, 좌중간으로 계속 홈런을 때려냈다. 실망했던 선수들이 휘둥그레진 눈으로 프랑코를 쳐다보자, 그가 나와서 이렇게 얘기했다.
“타격훈련 때 당겨서 치는 홈런은 아무 소용없다. 시즌을 준비하는 기간에는 공을 밀어서 치는 훈련을 하는 게 좋다. 우중간쪽으로 타구가 갈 수 있도록 회전을 거는 훈련이 중요하다.”
시즌 때 프랑코가 보여준 자세도 선수들의 눈을 사로잡았다. 개인훈련 때 우리나라 타자들은 스윙을 하거나 티배팅을 한다. 하지만 프랑코는 그냥 거울 앞에 서서 타격 자세만 취하고 말더라는 것이다. 이 모습이 이상해 선수들이 물어보자 “실제 타석이라고 생각하고, 머릿속으로 상대 투수를 그리며 타이밍을 맞추는 훈련을 하는 것”이라는 답변이 돌아왔다. 훈련을 얼마나 진지하게 하는지, 거울 앞에 서서 자세만 취하는데도 온몸이 땀으로 뒤범벅이 됐다. 김기태 감독은 “프랑코의 모습을 보고 야구에 관해 새로운 눈을 떴다”고 말했다.
LG에서 뛰었던 로베르토 페타지니도 기억에 남는다. 쌀쌀한 3월에 열리는 시범경기 때에도 페타지니는 찬물로 샤워를 한 뒤 옷을 갈아 입었고, 경기 30분전까지 성경책을 읽으면서 경기 준비를 했다. 그 모습이 얼마나 진지한지, 어린 선수들이 장난을 치다가도 옆에가면 숙연해지는 모습을 본 기억이 난다. 페타지니는 평소에서 어린 선수들에게 많은 경험담을 들려주면서 ‘살아있는 시청각 자료’로서 역할도 충실히 했다.
뛰어난 외국인 선수들은 팀 성적뿐만 아니라 젊은 선수들의 성장에 많은 영향을 끼쳤다. 코치가 말로 가르쳐줄 수 없는 부분을 몸으로 보여주고 생생한 경험담을 들려줬기 때문이다. 구단도 외국인 선수를 영입할 때 가능한 그들의 경험이나 실력이 국내 프로야구에 도움이 될 수 있을지를 생각한다. 외국인선수 영입에 난항을 보이는 팀이 나오는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 야수 외국인선수 한 명을 무조건 등록해야 하는 현 규정에 프랑코나 페타지니 같은 외국인 타자가 생각나는 것은 필자뿐만이 아닐 것이다. 이 친구들을 다시 한 번 볼 수 있다면, 따뜻한 밥 한 번 사고 싶다.
객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