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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카르타=스포츠서울 정다워기자]“(황)의조는 최전방에 써야 돼. 몸싸움이 되고 슛이 좋잖아.”
성남FC는 2015년 2월 일본 구마모토에 전지훈련 캠프를 차렸다. 김학범 감독은 2014년 후반기 부임해 강등 위기의 팀을 구했고, FA컵 우승까지 차지했다. 없는 살림에 아시아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ACL)까지 준비하는 시점이었다. 자원이 충분하지 않았던 성남은 있는 선수들로 전력을 극대화 해야 했다. 김 감독 계획의 중심에는 수원삼성에서 데려온 김두현과 황의조가 있었다.
황의조는 2013년 연세대를 떠나 자신을 키워준 성남에 입단했다. 부침이 컸다. 전임 감독들은 황의조를 최전방과 측면을 오가며 기용했다. 확실한 포지션 없이 공격 전 지역에서 뛰는 역할이었다. 그 사이 황의조는 정체됐다. 확실한 임무 없이 혼란스러운 시기를 보냈다. 대학 무대를 정복하며 기대 속에 입성한 프로 무대는 혹독했다. 1~2년 차에 고전한 황의조의 인생이 달라진 것은 김 감독을 만나면서부터다. 당시 전지훈련지에서 만난 김 감독은 “의조는 무조건 최전방 중앙에 써야 한다. 몸싸움이 되는 선수라서 앞에 써야 좋다. 의조가 몸이 대단히 좋아 보이지는 않지만 적극적이고 다부지다. 그리고 슛 타이밍이 좋다. 잘 써먹으면 괜찮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 감독의 예상은 적중했다. 황의조는 그해 K리그 15골, FA 2골, ACL 3골로 20골을 터뜨리는 맹활약을 펼쳤다. 꿈에 그리던 A매치에 데뷔했고, 국내 최고 수준의 스트라이커로 발돋움했다. 단순히 골만 많이 넣은 것은 아니다. 축구선수로서 크게 성장했다. 당시 김 감독은 특유의 전략적인 선택으로 황의조에게도 다양한 역할을 요구했다. 상대에 따라 압박을 주문하기도 하고, 뒷공간 침투를 요구하기도 했다. 때에 따라서는 공중볼까지 책임져야 했다. 황의조는 “감독님 말씀을 듣고 뛰면 성장하는 것을 느낄 수 있다. 그리고 그대로 하면 뭔가 만들어진다. 신기하기도 하고 좋다”라고 말한 적이 있다.
이후 성남이 부진하면서 2016년 김 감독이 9월 팀을 떠났고, 황의조는 이듬해 일본으로 떠났다. 올해 8월 재회했으니 2년 만에 한 팀에서 호흡을 맞춘 것이다.
지금의 황의조를 만든 사람이 바로 김 감독이다. 그리고 2년 만에 재회한 두 사람은 다시 한 번 찰떡궁합을 과시했다. 김 감독은 황의조를 가장 잘 아는 사람이다. 누구보다 잘 쓸 줄 안다. 인맥 축구라는 근거 없는 비난으로 출발했지만, 김 감독에게는 확신이 있었다. 결과가 이를 증명한다. 김 감독은 황의조의 득점력을 극대화 하기 위해 손흥민을 주변에 배치하는 등의 다양한 작전으로 이번 대회 재미를 봤다. 황의조는 자신을 키워주고 선택한 은사에게 최고의 선물을 했다. 감독과 선수가 함께 누릴 수 있는 최고의 순간을 함께했다. 이 정도면 천생연분이라는 표현이 아깝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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