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토] 수원월드컵경기장의 \'만원 과중\', 뜨거운 축구 열기!
축구대표팀이 11일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진행된 칠레와의 평가전을 치르는 가운데, 만원 관중이 축구대표팀을 뜨겁게 응원하고있다. 김도훈기자 dica@sportsseoul.com

[스포츠서울 김용일기자] 축구장이 거대한 K팝 콘서트장을 연상케 하듯 여성 팬 함성으로 가득해졌다.

파울루 벤투 감독이 부임한 축구국가대표팀이 치른 지난 A매치 2연전(코스타리카-칠레)은 한국 축구에 ‘오빠부대’가 돌아왔음을 알리는 장이었다. 7일 코스타리카전(고양·3만6127명), 11일 칠레전(수원·4만127명) 모두 만원 관중으로 화제를 뿌렸다. 육안으로도 여성 팬이 장내를 장악했음을 느낄 수 있었다. 어느 스포츠 종목이든 여성의 참여와 관심이 클수록 흥행하기 마련이다. 지난 1990년대 말 이동국~안정환~고종수 트로이카의 등장으로 프로축구 K리그에 소녀 팬 바람이 불었다. 그러나 이후 한국 축구는 2002 한·일 월드컵 4강 신화 등 흥행을 이어갈 계기를 마련하고도 마케팅 부재와 열악한 축구 산업의 구조적 원인과 맞물리며 금세 열기가 식었다. 월드컵 스타의 유럽 리그 진출로 축구 팬 관심사가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등 해외에 쏠린 영향도 컸다.

그랬던 한국 축구가 20여 년만에 ‘여심’을 잡았다. 지난 6월 러시아 월드컵 독일전 승리로 달궈진 축구 열기는 최근 막을 내린 자카르타-아시안게임 금메달로 이어지며 활활 타올랐다. 독일전 쐐기포 등 월드컵 2골로 이름값을 한 ‘월드스타’ 손흥민(토트넘)과 기성용(뉴캐슬) 등 기존 스타 선수 뿐 아니라 이승우(베로나), 황인범(아산), 황의조(감바 오사카) 등이 새로운 팬덤을 형성하는데 이바지했다. 특히 이승우는 뛰어난 축구 지능 뿐 아니라 아이돌 스타 못지않은 개성과 쇼맨십으로 10대 팬의 엄청난 지지를 얻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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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월 A매치 2연전 티켓 예매사이트 인터파크 남녀 비율 수치. 왼쪽이 코스타리카전, 오른쪽이 칠레전. 제공 | 대한축구협회

◇ 온라인 티켓 예매 남녀 비율 역전 현상…힘은 ‘10대 여성 팬’

A매치 여성 파워는 티켓 예매 비율로도 확인할 수 있다. A매치 티켓 예매사이트인 ‘인터파크’를 통해 예매한 남녀 비율 자료에 따르면 코스타리카전과 칠레전 모두 여성이 남성보다 더 많았다. 코스타리카전 1만446장 예매 표 중 남성이 구매한 것은 4269장(40.87%), 여성이 구매한 티켓이 6177장(59.13%)이다. 칠레전 1만3602장도 여성이 7115장(52.31%)를 차지해 남성(6487장·47.69%)을 앞질렀다. 조준헌 대한축구협회 홍보팀장은 “과거 예매 통계 자료를 보면 남성이 70% 이상을 차지했다”며 “여성 팬이 더 많은 건 처음 있는 일이다. 특히 A매치 2연전 모두 여성 예매자 비율이 더 높았다는 점은 주목할 만하다”고 말했다. 1인당 최대 4장까지 티켓을 구매할 수 있어 전체 관중의 남녀 비율을 파악할 순 없지만 여성 팬 접근이 크게 늘었다는 의미다. 핵심 연령대는 10대다. 조 팀장은 “20대 예매자가 가장 많은 것은 과거나 지금이나 마찬가지다. 다만 10대 예매 비율이 이전엔 10%가 되지 않았는데 이번엔 2경기 모두 10%를 넘겼다”고 설명했다. 협회가 공개한 자료를 보면 10대가 예매한 티켓은 코스타리카전이 2371장(22.68%), 칠레전이 2412장(17.69%)으로 집계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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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8일 파주NFC에서 열린 오픈트레이닝데이에서 선수들 훈련을 바라보는 여성 팬들. 제공 | 대한축구협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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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태극전사와 팬 거리를 좁히다…협회 참신한 콘텐츠도 한몫

대표팀의 호성적과 스타 선수 등장으로만 흥행에 성공한 것은 아니다. 협회의 참신한 콘텐츠도 한몫했다. 눈길을 끈 건 35만원짜리 ‘프리미엄존S’다. 이전까지 A매치에서는 가장 비싼 티켓이 10만원대였다. ‘프리미엄존S’는 단 23명에게 한정됐다. 놀라운 건 23명 구매자 가운데 21명이 여성이라는 점이다. ‘프리미엄존S’ 티켓을 구매하면 대표팀 유니폼 선물을 받을 뿐만 아니라 킥오프 전 라커룸을 방문하고 그라운드를 둘러볼 수 있다. 선수단 버스에도 승차할 수 있으며 선수를 가장 가까이서 볼 수 있는 ‘특급 좌석’에 앉는다. 태극전사와 단체사진 촬영까지 할 수 있다. 이런 차별화된 서비스가 여성 팬의 마음을 사로잡았다는 평가다.

단순히 혜택만 늘려서 나온 결과물이 아니다. 국내 정서상 대표 선수들이 경기 당일에 팬과 소통하고 스킨십을 늘리는 건 매우 어려운 일이다. 협회에서 비교적 공격적인 마케팅을 펼칠 수 있었던 건 경기력이나 결과 외에 팬의 존재 가치에 대해 선수들과 꾸준히 교감했기 때문이다. 주장 손흥민이나 이승우 등 유럽에서 오래 생활한 선수도 한국 축구가 발돋움하려면 팬과 거리를 좁혀야 한다는데 공감했다. 협회는 향후 A매치에도 ‘프리미엄존S’ 뿐만 아니라 ‘손흥민존’, ‘이승우존’ 등 선수 브랜드를 활용한 다양한 콘텐츠로 팬과 접점을 늘린다는 계획이다.

이재철 협회 마케팅팀 과장은 “사실 프리미엄 티켓 등은 이전부터 기획한 콘텐츠인데 팬들의 축구 관심도가 커지면서 더 높은 관심을 받고 있다”며 “평가전과 다르게 타이틀이 걸린 경기는 선수와 팬 모두 예민할 수 있기 때문에 이런 마케팅도 균형 잡힌 시각에서 이뤄져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kyi0486@sportsseou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