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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서울 글·사진 이주상기자] “2m, 130kg의 거구를 3분 만에 관절꺾기로 TKO시켰다” 지난 22일 서울 강남의 뉴힐탑 호텔에서 ‘아잘렛4’ 기자회견이 열렸다. 아잘렛4는 일본의 유명 격투단체인 ‘리얼’의 해외브랜드로 지난 7월에 3회 대회를 치렀고, 오는 11월 24일에 4회째 대회를 열 예정이다.
4회 대회의 메인이벤트는 한국의 케빈 박과 브라질의 브루노 호베르손의 페더급 잠정 타이틀전이 차지하게 됐다. 호베르손은 ‘도끼 살인마’로 유명한 반덜레이 실바가 소속된 체육관의 실력파 파이터다. 호베르손의 맞상대인 케빈 박은 이날 화려한 헤어스타일과 다양한 피어싱으로 기자회견장에 등장했다. 케빈 박은 중저음의 낮은 목소리로 “준비를 철저하게 하겠다. 멋진 경기로 팬들의 성원에 답 하겠다”고 짧게 말했다.
케빈 박은 세미프로리그 2전, 프로리그 2전의 짧은 경력을 가지고 있지만 모두 TKO로 승리를 장식하는 등 매서운 실력을 자랑하고 있다. 특히 프로 데뷔 2전째인 우크라이나의 신성 블라디슬라브 파블류첸코와의 경기에서 파블류첸코를 1라운드에 KO 시킨 것이 짧은 경력에도 불구하고 타이틀전에 나서게 된 주된 이유다. 15연승의 파블류첸코는 경기를 할 때마다 국민적인 관심을 받을 정도로 스타였지만 케빈 박에게 패했고, 격투기 관계자들의 시선은 케빈 박에게 집중되었다.
케빈 박의 나이는 29세로 적지 않은 나이지만 그를 대표하는 것은 미국에서 갈고 닦은 ‘무규칙 게임’이다. 어린 시절에 미국으로 이민을 떠난 케빈 박은 중학교 때부터 무규칙 게임에 참가했다. 10년 가까이 쌓아올린 전적은 150전. 그중 패배는 3번에 불과하다. 무려 98%의 승률을 자랑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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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규칙 게임은 말 그대로 규칙 없이 결투를 벌이는 게임이다. 글러브도 없이 맨손으로 싸우는 ‘혈투(血鬪)’다. 브래드 피트가 주연한 할리우드 영화 ‘파이트 클럽’이 연상되는 터프한 남성들의 주먹세계다. 상대가 항복의사를 표사하면 경기가 끝나는 진정한 ‘서바이벌 게임’이다.
팬들이 붙여준 닉네임도 Baby Devil부터 Lil Monster, Lil diablo, Timebomb, Jet Park Vegeta, The Dragonball, The Tekken, KrazyKevin, Mutant Vampire 까지 다양하다. ‘악마’, ‘괴물’, ‘폭탄’ 등 모두 케빈 박의 강력한 카리스마를 빗댄 말들이다.
162cm의 단신이지만 온 몸이 돌덩어리 같은 강철 체구를 자랑하는 케빈 박은 “나와 대결한 선수 중 나보다 키가 작은 선수는 없었다. 가장 체구가 큰 선수는 2m에 130kg의 중량을 자랑했다. 3분 만에 관절꺾기로 이겼다”고 말했다. 격투기의 룰을 대입하면 150전 147승 3패이고 147승은 모두 KO인 셈이다. 가히 놀라울 뿐이다.
케빈 박은 지난 2008년에 한국으로 귀화했다. 이번에는 격투기가 아닌 음악을 하기 위해서였다. 미국에서 R&B와 힙합을 배운 케빈 박은 지난해 수원에서 콘서트를 열 정도로 노래실력을 뽐냈다. 자작곡을 위주로 공연을 해서 싱어송라이터의 면모도 자랑했다. 케빈 박은 “한국에는 음악을 하기 위해서 왔지만 최근 격투기의 본능이 꿈틀거리며 다시 글러브를 잡게 됐다. 조금씩 전적을 쌓아가고 있다. 이번에 잠정 타이틀전에 나서게 돼 너무 기쁘다”고 말했다.
케빈 박의 가능성은 무궁무진하다. 파이터 출신인 이재호 아잘렛 대표는 “타격, 주짓수, 레슬링, 동체시력 등 파이터로서 갖추어야 할 모든 요건을 완벽하게 갖췄다. 전적이 4전에 불과하지만 한국 페더급 선수 중에서 최상위에 랭크될 수 있는 실력을 갖췄다. UFC 진출도 가능한 실력파다”라며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이번 잠정 타이틀전도 큰 무대로 가는 길목이다. 기자회견에 참석한 일본의 유명 격투 단체인 ‘리얼’의 야마다 시게타카 대표는 “잠정 타이틀전이 끝난 후 케빈 박과 리얼 간에 정식으로 계약을 체결할 예정이다. 세계적인 선수로 성장할 수 있을 것이다”라며 큰 기대감을 표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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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이날 기자회견에는 화려한 미모를 자랑하는 금발의 여인이 참석해 화제를 일으켰다. 주인공은 엘리로 케빈 박의 연인이다. 케빈 박은 “엘리는 한국에서 영어강사로 일하고 있다. 미국에서 역도와 레슬링을 전공해 운동을 좋아한다. 공연장에서 만나 사랑을 키워오고 있다. 많은 면에서 나랑 잘 통한다. 나에게 큰 힘이 되고 있다”며 환하게 웃었다.
도시의 바닥, 도시의 정글에서 다져진 ‘본능의 주먹’이 케이지에서 어떤 힘을 발휘할지 궁금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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