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2세4개월12일 PS 최고령 경기 출장 신기록 임창용 [포토]
42세 4개월12일로 PS 최고령 경기 출장 신기록을 세운 임창용이 16일 넥센히어로즈와 KIA타이거즈의 와일드카드결정전 5회말 양현종에 이어 등판하고 있다. 강영조기자kanjo@sportsseoul.com

[스포츠서울 장강훈기자] “나이를 보지 말고 그라운드 위에서 보여주는 능력을 봐달라.”

갑작스레 팀을 떠나게 된 임창용(42·전 KIA)이 지난달 19일 대구 삼성라이온즈파크에서 한 읍소다. 당시 임창용은 삼성전(9월 18일)에 선발등판해 6이닝 3실점으로 퀄리티스타트(선발 6이닝 이상 3자책점 이하)로 시즌 5승(5패) 째를 따냈다. 당시 등판은 한·미·일 통산 1000경기 위업을 달성한 의미있는 경기이기도 했다. 광주 진흥고 졸업반인 1995년 해태에 지명돼 네 시즌을 뛰었고 1999년부터 삼성으로 트레이드 돼 9시즌을 뛰며 ‘애니콜’로 입지를 다졌다. 이후 일본프로야구 야쿠르트와 미국 메이저리그 시카고컵스에서 해외야구를 경험한 뒤 2014년 삼성으로 복귀했고 불미스러운 일로 방출된 뒤 2016년 고향팀 KIA로 돌아왔다.

임창용
KIA 임창용(가운데)이 30일 광주 한화전에서 1000경기 시상식을 갖고 김기태 감독(왼쪽) 주장 김주찬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제공 | KIA 타이거즈

세 시즌 동안 마무리와 불펜 필승조, 선발 등을 두루 거치며 122경기에 출전했고 171.1이닝을 투구하며 16승 14패 26세이브 13홀드 방어율 4.73의 성적을 남겼다. 특히 올해는 6월까지 구원으로 활약하다 어깨 통증으로 재활군에 내려갔고 7월 10일 1군에 복귀해 구원으로 두 경기를 던진 뒤 20일 KT전부터 선발로 전환했다. 선발로 12경기에 출전해 59.2이닝을 소화하며 3승 4패 방어율 6.64의 성적을 남겼다. 아시안게임 휴식기를 마친 뒤 재개한 9월 이후에는 7경기에서 세 차례 QS를 포함해 2승 1패 방어율 4.31로 녹록지 않은 기량을 과시했다. 그가 “나이가 아닌 선수로서 능력을 봐달라”고 강조한 것도 구위에 자신이 있기 때문이다. 임창용은 “쉴 때 잘 쉬고 음주나 흡연을 하지 않고, 러닝을 빼먹지 않은 것이 롱런의 비결이라면 비결이다. 아직도 단거리 달리기로는 우리팀(KIA) 투수 중 가장 빠르다고 자부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KIA는 시즌 후 임창용에게 재계약 불가 통보를 했다. 본인도 예상을 못했던 터라 적지않은 충격을 받았다. 구위에 자신이 있기 때문에 현역 연장을 희망하며 에이전트와 함께 소속팀을 찾기 시작했다. 구단 입장에서도 어쩔 수 없는 선택이다. 젊은 선수들에게 더 많은 기회를 주려면 베테랑들의 양보가 필요하다. 무엇보다 올시즌 보여준 임창용의 성적은 한승혁이나 문경찬, 유승철 등과 비교해 도드라진다고 볼 수 없다. 베테랑 의존에서 탈피해야만 체질개선을 이룰 수 있다. 임창용의 현역 연장 의지를 알고 있어 마냥 은퇴를 종용하기도 어려운 상황이다.

[포토]임창용, 악수와 하이파이브를 동시에~
KIA 임창용이 18일 대구 삼성전 승리 후 김기태 감독과 하이파이브 하고 있다. 배우근기자 kenny@sportsseoul.com

또 하나. 팀 분위기만 놓고보면 지난 6월 임창용이 재활군으로 내려갈 때 이미 결별이 예상됐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1군에 복귀해 선발로 기용한 것은 코칭스태프이기 전에 야구 선배로 변함없는 구위를 뽐내는 임창용이 스스로 가치를 입증할 수 있도록 기회를 제공한 것으로 해석된다. 선발로 긴 이닝을 소화하면서 구위에 문제가 없다면 그 자체가 경쟁력이다. 투수 기근에 시달리는 리그 특성을 고려하면 여전히 140㎞대 중후반의 공을 뿌려대는 사이드암 투수는 분명 매력적인 카드다. 나이에 대한 세간의 편견만 깰 수 있다면 선수 본인의 꿈도 이룰 수 있을 것이라는 무언의 응원이 담긴 선발 기용으로 보는게 맞다. 임창용도 투수로 기능은 여전하다는 것을 보여줬다.

KIA와는 가는 길이 달라 헤어졌지만 구단은 구단 나름대로 3년 전 길을 잃었을 때 손을 내밀어 재기를 도왔다. 임창용도 고향팀에서 보직에 구애받지 않고 마운드에 올라 기량을 발휘했다. 갑작스러운 방출 통보가 선수 입장에서는 섭섭할 수 있지만, 정성훈에게는 플레잉 코치 제안을 하고 본인에게는 재계약 불가를 통보한 차이가 어디에서 비롯된 문제인지 곰곰히 생각해보면 답은 나와있다. 젊지 않지만 임창용의 어깨는 여전히 싱싱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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