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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스포츠서울 장강훈기자] 6년 만에 플레이오프(PO)에 진출한 SK의 안방은 인천 SK 행복드림구장(문학구장)이다. 문학구장은 외야에 있던 외벽을 제거하고 캠핑장 분위기를 낸 그린존을 설치한 뒤 기존 전광판을 제거하고 ‘빅보드’라고 불리는 대형 전광판을 설치했다. 이후 ‘홈런공장’으로 변모해 원정팀 투수들에게 악명이 높다.
올해 SK 타자들은 정규시즌 144경기에서 무려 233개의 홈런을 쏘아 올렸다. 이 중 54%에 육박하는 125방을 홈에서 때려냈다. 한동민이 21개, 최정이 18개, 로맥이 17개씩 아치를 그려 홈런공장장 직위를 두고 열띤 집안 경쟁을 펼쳤다. 문학 원정길에 나서는 투수들은 언제나 ‘홈런 경보’가 발동된 상태에서 마운드에 오른다. 28일 PO 2차전을 앞두고 만난 넥센 안우진은 “몸쪽 승부를 하려면 더 깊게 해야 한다는 생각을 했다. 제구가 안된 공이 아니었는데 홈런으로 연결되는 모습을 보고 반성을 많이 했다”고 말했다. 안우진은 전날 1차전 5회말 구원등판해 2아웃을 잘 잡아 놓고 김성현에게 3점 홈런을 내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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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졸(휘문고) 신인 투수가 SK 타자들을 상대로 과감한 몸쪽 승부를 펼친다는 게 말처럼 쉽지 않다. 경기장 분위기가 그렇다. 이미 1차전 선발로 나선 제이크 브리검은 김강민을 맞힌 뒤 최정에게 던진 투심 패스트볼이 손에서 빠져 머리쪽으로 날아가는 바람에 벤치 클리어링을 경험했다. 의도된 도발여부를 떠나 메이저리그식 경기 운영을 표방하는 SK의 거친 액션에 투수들 전체가 위축될 수 있는 장면이었다. 더군다나 이날 넥센 투수들의 제구가 전체적으로 나빴다. 넥센 포수 김재현은 “SK의 타격 컨디션이 좋기도 했지만 투수들의 실투가 많았다”고 했다. 벤치클리어링 이후 넥센 투수들은 ‘몸쪽 눈높이’ 공략 카드를 잃었다. 2차전에서 팽팽한 흐름을 유지하다가 선발 에릭 해커가 세 번째 턴에 홈런 두 방을 허용한 것도 그 연장선으로 보인다.
이날 해커는 바깥쪽 체인지업을 전면에 내세웠다. 최고 136㎞까지 측정된데다 낙폭도 커 빠른 공에 강점을 가진 SK 타선을 제압하는데 톡톡히 재미를 봤다. 거의 2대 1로 섞은 커브도 경기 초반에는 SK 타자들의 타이밍을 빼앗는 구실을 했다. 간간히 몸쪽 포심패스트볼을 찔러 넣기는 했지만 타순이 두 바퀴 돌고 세 바퀴째로 접어 들 때까지 바깥쪽 일변도로 볼배합을 했다.
1차전에서 벤치클리어링이 일어나기 전까지 SK 타자들은 몸쪽 눈높이로 날아드는 투심에 움찔했다. 몸쪽 위협구는 슬라이더를 주무기로 활용하는 투수가 반드시 이겨야 하는 경기에서 전략적으로 사용하는 코스다. 한화 배영수와 송은범, SK 채병용 등도 전성기 시절 슬라이더를 던지기 위한 포석으로 몸쪽 위협구를 자주 구사했다. 때로는 사구로 벤치클리어링이 일어나거나 퇴장당하는 경우도 있었지만 바깥쪽 포심과 슬라이더의 위력을 극대화하기 위해 타자들에게 사구에 대한 공포를 심을 수 있는 몸쪽 위협구를 끝끝내 포기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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홈런타자가 즐비한 타선을 상대할 때에는 ‘퇴장 당하면 어쩔 수 없다’는 비장함을 갖고 몸쪽을 활용해야 한다. PO 2차전에서 SK 타자들은 4회부터 바깥쪽에 노림수를 두는 타격으로 변화를 줬다. 5회말 2사 후 김강민의 역전 결승 솔로 홈런과 6회말 이재원의 쐐기 2점 홈런 모두 바깥쪽 길목을 잡고 가운데로 몰린 ‘빠른 공’을 자신있게 공략한 결과였다. 사구에 대한 공포감이 사라진 타자는 바깥쪽 스트라이크존만 신경쓰면 된다. 성공확률이 높아질 수밖에 없다. 야구는 상대를 편하게 만들어주는 순간 패하는 스포츠다. 상대성이 강하게 작용하기 때문이다. 넥센의 ‘젊은 배터리’는 왕조를 경험한 SK 타자들이 마음껏 활개치도록 내버려뒀다. PO가 예상보다 일찍 막을 내릴 가능성이 열렸다.
zzang@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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