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김용일기자]4년 전 이정협 신화를 ‘벤투호’에서도 재연할 수 있을까.
파울루 벤투 축구대표팀 감독은 예고한 대로 아시안컵 대비 국내 최종 전지훈련에서 새 얼굴을 대거 뽑았다. 유럽파를 제외하고 K리거를 비롯해 동아시아 리그 소속 선수로만 23명 엔트리를 구성했다. 아시안컵을 앞두고 자신이 지향하는 빌드업 축구를 조기에 뿌리내리기 위해 벤투 감독은 지난 1~3기 명단에 큰 변화를 주진 않았다. 지난달 손흥민, 기성용 등 중심 선수를 제외하고 나선 호주 원정 2연전 멤버가 그나마 변화라면 변화다. 이번 전지훈련 엔트리는 골키퍼 3명(김승규 조현우 김진현)을 비롯해 김민재, 홍철, 이용, 김영권, 황인범, 황의조 등 기존 주력 선수의 경쟁력을 극대화하고, 최종 엔트리에 승선하는 주전급 유럽파 자원과 경쟁 또는 백업 구실을 할만한 미래 자원을 발굴하는 데 초점을 둘 것으로 보인다.
수비진은 아시아 리그 소속 선수가 중심을 잡고 있는 만큼 이번 전지훈련 멤버가 주전으로 볼 수 있다. 즉 해외리그 소속 선수가 주전으로 나서는 2선과 공격진 경쟁 구도가 볼 만하다. 벤투 감독은 공격진에 K리그 영플레이어상 주인공 한승규와 아시아축구연맹 U-19 챔피언십 준우승을 견인한 1999년생 조영욱, 2선에 김준형(수원)과 장윤호(전북)를 깜짝 발탁, 4명 모두 생애 처음으로 A대표팀 태극마크를 달게 됐다. 이들은 그저 이번 전지훈련을 훈련 파트너로만 참가하는 게 아니라, 축구 인생의 전환점으로 여기고 주전 경쟁을 벌이겠다는 각오로 똘똘 뭉쳐 있다.
4년 전 겨울에도 새로운 스타가 탄생한 적이 있다. 울리 슈틸리케 전 감독이 호주 아시안컵을 한 달여 앞두고 제주에서 전지훈련을 시행, 이번처럼 아시아 리그 선수 위주로 소집했다. 그때 깜짝 발탁된 게 공격수 이정협(쇼난 벨마레)이다. 당시 2부리그였던 상주 상무에서 뛴 그는 대중에게 거의 알려지지 않은 무명이었다. 슈틸리케 감독은 이정협이 리그에서 많은 골을 넣은 선수는 아니나, 공격진에서 효율적인 움직임을 펼치는 공격수로 평가하면서 오히려 대표팀에 더 잘 맞는 선수가 될 수 있음을 강조했다. 실제 이정협은 슈틸리케 감독에게 딱 맞는 공격수였다. 전지훈련에서 눈도장을 받은 그는 아시안컵 직전 사우디아라비아와 평가전에서 A매치 데뷔골을 터뜨렸고, 본선 무대에서도 호주와 조별리그 최종전, 이라크의 4강전에서 모두 결승골을 해냈다. 한국 준우승에 크게 이바지했다.
이번에도 최소 1~2명이 벤투호의 ‘신데렐라’로 떠오를지 지켜볼 일이다. 무엇보다 4년 뒤 카타르 월드컵을 바라보는 벤투 감독 입장에선 언제든 믿고 쓸 선수 가용 폭을 넓힌다는 점에서 참가 선수들은 큰 동기부여를 갖고 뜨거운 겨울을 보내게 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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