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토] 13년 만에 장충체육관에서 WKBL 올스타전
2018-2019 여자 프로농구 올스타전이 6일 서울 장충체육관에서 열렸다. 장충체육관을 가득 메운 관중들이 올스타전을 지켜보고 있다. 장충 | 최승섭기자 thunder@sportsseoul.com

[장충=스포츠서울 장강훈기자] 별들의 잔치 답게 남녀노소가 함께 즐거운 휴일 오후를 만끽했다. 그 장소가 한국 농구의 ‘메카’로 불린 장충체육관이라 의미가 남달랐다. 농구인들은 감회에 젖으면서도 “농구 부흥의 희망을 봤다”고 입을 모았다.

한국여자농구연맹(WKBL)은 ‘옛 영광을 재현해 여자농구 부흥의 시금석으로 삼겠다’는 취지로 13년 만에 고향과 다름없는 장충체육관에서 올스타전을 개최했다. 대한민국농구협회 방열 회장을 포함한 농구 원로는 물론 농구를 그만둔 옛 스타들도 가족과 함께 체육관을 찾아 향수에 젖어 들었다. WKBL 양원준 사무총장은 “1980년대 장충체육관은 실업선수 뿐만 아니라 중, 고교 농구인들의 화합의 장이었다. 당시 절정의 인기를 구가하던 여자농구를 되살리고 싶다는 취지로 한국프로배구연맹(KOVO)과 서울시 체육시설관리공단, 문화체육관광부 등의 협조를 구해 장충체육관에서 올스타전을 개최했다”고 설명했다. 양 사무총장은 “여름에 치르는 박신자컵을 장충체육관에 유치해 앞뒤로 유소녀, 청소년 농구대회나 스킬트레이닝 등의 이벤트를 구상하고 있다. 장충체육관이라는 상징적인 장소에서 농구 명맥을 이어가면 잃어버린 팬심도 찾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팬심 없이 농구부흥은 어렵다”고 강조했다. 어떤 형태로든 명맥이 끊어진 ‘장충시대’를 재현해 농구 인기 회복으로 이으려는 노력을 시작한 것이다.

[포토] 여전한 실력 선보인 여자농구 은퇴선수들
2018-2019 여자 프로농구 올스타전이 6일 서울 장충체육관에서 열렸다. 3X3 이벤트 매치 후 선수들이 인사를 하고 있다. 장충 | 최승섭기자 thunder@sportsseoul.com

그 출발선이 올스타전 유치였다. 결과는 대성공이다. 6일 장충체육관에서 열린 우리은행 2018~2019 여자프로농구 올스타전은 오전 9시 부터 줄을 길게 늘어서는 등 3591명의 관중이 꽉 들어찼다. 지난해 올스타전에 800여 명의 관중이 찾았던 점을 고려하면 장충체육관이라는 상징적인 장소가 주는 파급력은 기대 이상이었다. 사직동에서 손자와 함께 코트를 찾은 최기남(68) 씨는 “장충체육관에 지붕이 없던 시절부터 시간이 날 때마다 이 곳에 들렀다. 모처럼 농구경기가 열린다는 소식을 듣고 아들 내외와 손자들을 데리고 왔다. 옛날 모습이 거의 남아있지 않아 새롭고 깨끗해서 보기 좋다. 자주 장충체육관에서 농구를 볼 기회가 있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장충체육관에서 올스타전이 열린 것은 2005년 8월 19일 이후 4888일 만이다. 2011년 4월 1일 당시 안산 신한은행과 구리 금호생명의 챔피언결정전 3차전 이후부터로만 따져도 8년 여의 시간이 흘렀다. 우리은행 전주원 코치는 “첫 번째 은퇴식(2003년 여름, 현대건설)과 복귀(2005년 여름, 신한은행)전, 복귀 후 첫 챔피언결정전 우승을 모두 장충체육관에서 했다. 고향에 온 것 같은 느낌”이라며 체육관 이곳저곳을 둘러봤다. ‘장충시대’ 마지막 경기에서 우승 트로피를 품에 안았던 김단비는 “여자농구의 인기가 많이 떨어졌는데 쌀쌀한 날씨에도 불구하고 길게 줄을 서 계신 팬들을 보니 너무 고맙고 죄송했다. 여자농구의 부흥을 이끌어야 한다는 막중한 책임감이 생겼다”며 결의에 찬 표정을 지었다.

[포토] 강이슬-박지수 \'사랑해요\'
2018-2019 여자 프로농구 올스타전이 6일 서울 장충체육관에서 열렸다. 강이슬과 박지수가 손가락 하트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장충 | 최승섭기자 thunder@sportsseoul.com

‘국보’로 자리매김한 박지수는 “장충에서 경기한 자체가 의미있다. 나는 장충세대도 아니고 체육관에도 처음 와봤다. 아빠(박상관 전 명지대 감독)가 원래 농구는 장충에서 했다고 하더라. 팬도 많이 오셨다. 지금까지 올스타전에 3번 나갔는데 팬이 이렇게 많이 오신 적은 처음이다. 좀 더 팬서비스 해드리고 싶었는데 더 못해서 아쉽다. 지금은 장충을 배구가 쓰고 있다고 하는데 앞으로 다시 이곳에서 할 수 있는 기회가 생겼으면 좋겠다”며 눈을 반짝였다. 외관은 변했지만 장충체육관에는 여전히 세대를 아우르는 힘이 남아있었다.

모처럼 가득찬 관중석을 보며 선수단 뿐만 아니라 농구인 전체가 고무된 표정을 지었다. 대한농구협회 방열 회장은 “한국 농구의 희로애락을 함께 한 장충체육관에서 단 한 번이라도 남녀 통합 올스타전 등의 이벤트를 열어 농구팬의 발걸음을 돌리고 싶은 것이 숙원이다. 많은 팬이 오셔서 즐거워하는 모습을 보니 아직 한국농구에 희망이 있다는 생각이 든다”며 감격스러운 표정을 숨기지 못했다. 방 회장은 “프로농구연맹과 WKBL과 머리를 맞대 1년에 한 번씩은 장충체육관에서 의미있는 대회를 유치할 계획이다. 이해관계가 얽혀있어 풀어야 할 문제가 많지만 쇠퇴하는 한국 농구를 위해 농구인 전체가 힘을 모아줄 것으로 기대한다. 오늘 와서 보니 희망이 보인다”며 반색했다.

[포토] 박지수 \'가볍게 뛰어서\'
2018-2019 여자 프로농구 올스타전이 6일 서울 장충체육관에서 열렸다. 블루스타 박지수가 슛을 시도하고 있다. 장충 | 최승섭기자 thunder@sportsseoul.com

침체에 빠진 여자농구가 메카에서 보낸 특별한 하루로 ‘희망의 봄’을 맞을 방법을 찾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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