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포츠서울 장강훈기자] 한 겨울에도 야구장은 북적거린다. 급여를 받지 못하는 비활동기간이지만 스프링캠프를 앞둔 선수들이 각자 방법대로 개인훈련을 하기 때문이다. 한국프로야구선수협회(선수협) 의결에 따라 코치의 도움을 받을 수 없어 각자 정한, 혹은 구단 트레이너로부터 받은 훈련 프로그램에 맞춰 ‘알아서’ 훈련을 하고 있다. 비활동기간 개인훈련이 정착단계로 접어들었다는 평가도 있다.
광주-KIA 챔피언스필드도 웨이트트레이닝장과 일명 돗토리훈련장, 그라운드 곳곳에 선수들의 발걸음이 분주하게 이어졌다. 올해로 데뷔 20주년을 맞는 이범호 김주찬(이상 38)을 비롯해 최형우, 양현종, 안치홍 등 주축 대부분이 거의 매일 구장에 나와 땀을 흘리고 있다. 외야수 박준태와 투수 유승철, 고영창, 임기준 등 젊은 선수들도 각자 루틴을 만들기 위해 고군분투 중이다. 그나마 신인과 재활군, 군복무를 마치고 복귀한 선수들은 형편이 낫다. 김기훈을 포함한 신인들은 함평-KIA 챌린저스필드에서 트레이너의 지도를 받으며 합동 훈련을 하고 있다.
|
해외훈련을 떠난 선수들도 다수다. 스프링캠프를 치르는 곳에 미리 입성해 훈련 강도를 높이거나 훈련 여건이 잘 갖춰진 사이판이나 괌에서 몸을 만드는 선수도 있다. KIA 윤석민은 류현진(LA다저스)과 함께 오키나와에서 재기를 준비 중이다. 두산 오재원과 KT 황재균 등은 미국으로 날아가 덕 레타 코치와 타격 기술향상에 열을 올리고 있다. 프리에이전트(FA) 계약을 체결하지 못한 송광민은 김태균 등과 사이판에서 절치부심 중이다. 구단 관계자들은 “프로는 스스로 자신의 가치를 끌어 올리려고 노력해야 한다는 인식이 조금씩 자리를 잡는 것 같다. 각 구단이 앞다투어 육성을 외치기 시작했고 실제로 FA 시장 분위도 예년만 못하니 위기감을 느끼는게 아닌가 싶다”고 설명했다.
개인훈련이 정착 단계로 접어들었다는 것은 긍정적인 신호이지만 주전과 백업의 격차가 더 커질 것이라는 우려도 있다. 주축들은 스프링캠프가 아닌 시즌 개막에 초점을 맞춰 컨디션을 끌어 올리는 노하우가 있기 때문이다. 캠프를 잘 치르는 것도 중요한 일이지만 진짜 승부는 시즌에서 갈린다. 감독과 코칭스태프가 “스프링캠프에서 치르는 평가전 때 안타 한 개를 더 치고 못치고는 선수 평가 기준에 아무런 영향이 없다”고 아무리 강조를 해도 1군 경험이 적은 선수들은 그 의미를 모른채 120% 전력을 쏟아낸다. 시즌 개막 때 체력이 바닥나 5월이면 나가 떨어지는 이유다. 반면 베테랑들은 4월 예열기를 거쳐 5월에 정상 궤도에 진입한 뒤 여름 레이스를 대비한 컨디션 조절에 돌입한다. 비활동기간에 개인훈련을 하는 목적이 다르니 시즌 후 결과도 달라진다.
|
5년차 이하 어린 선수들은 코칭스태프의 도움을 받을 수 있도록 비활동기간 훈련 방식에 변화가 필요하다는 의견도 있다. 예전처럼 합동훈련까지는 아니더라도 4~5명씩 그룹을 만들어 이른바 멘토링 서비스라도 받을 수 있도록 길을 열어두자는 얘기다. 주 단위로 훈련 계획을 전달하고 하루 정도 점검해 방향성을 짚어주는 수준이라면 선수들에게도 크게 부담을 주지 않는다. 실제로 몇몇 코치들은 사복을 입고 구장에 나와 선수들 주변을 돌아다니며 먼저 다가오기를 기다리기는 웃지 못할 광경이 여전히 펼쳐지고 있다.
zzang@sportsseou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