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혁-배영수-첫-동반훈련
10일 일본 오키나와 구시가와 구장에서 진행된 두산 스프링캠프에 처음으로 동반 참석한 베테랑 투수 권혁(왼쪽)과 배영수. 권혁이 몸을 풀고 있고 배영수는 웨이트트레이닝장에서 구슬땀을 흘리고 있다. 제공 | 두산 베어스

[오키나와 = 스포츠서울 김용일기자] ‘2000년대 삼성 왕조’ 건설에 이바지한 베테랑 투수 배영수(38)와 권혁(36)의 세 번째 동행이 막을 올렸다.

올 겨울 ‘두산맨’으로 전격 변신한 배영수와 권혁은 10일 일본 오키나와 구시가와 구장에서 진행된 두산 스프링캠프에서 다시 뭉쳤다. 배영수가 먼저 스프링캠프에 합류한 데 이어 지난 3일 연봉 2억에 사인한 권혁은 전날 김태형 감독과 투수조장 유희관, 동갑내기 이현승의 환영 속에 오키나와에 도착했다. 설레는 첫날밤을 보낸 뒤 이날 처음으로 구시가와 구장에 등장했다. 두산표 화수분 야구에 2% 모자란 디테일을 입힐 것으로 기대되는 두 베테랑의 등장에 훈련 분위기도 한층 뜨거워졌다. 이영하, 이동원, 홍상삼 등 후배 투수 뿐 아니라 내외야수 모두 어느 때보다 초롱한 눈빛으로 공을 주시했다. 오키나와에서 새 꿈을 꾸는 ‘팀 베어스’ 훈련장 공기의 밀도가 달라졌다. 나란히 삼성 1차 지명 선수 출신인 둘은 한화에 이어 두산에서도 의기투합, 지난해 부진을 딛고 선수 황혼기 반전의 디딤돌을 놓게 됐다.

◇ 배영수 첫 불펜 피칭-권혁 웨이트트레이닝 ‘구슬땀’

굶주린 사자가 포효하듯 공 하나하나에 묵직한 힘이 느껴졌다. 권혁이 온 날 배영수는 스프링캠프 합류 이후 처음으로 불펜 피칭에 나섰다. 부친상을 치른 뒤 지난 4일 합류한 그는 캐치볼과 웨이트트레이닝 위주로 몸을 다졌다. 이날 드디어 불펜 투구를 했는데 예상보다 많은 50개의 공을 던졌다. 제구에 신경쓰며 가볍게 던지다가 30번째 공부터 제대로 힘을 싣기 시작했다. 불펜에서 나온 배영수의 이마에 땀이 흥건했다. “오랜만에 던지니까 힘들다”고 너털웃음을 지은 그는 “제대로 공을 던진 게 5개월 정도 됐는데 제구도 비교적 괜찮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오늘은 코너보다 가운데를 보고 쭉쭉 던졌다”며 “실전에서 (경기력으로)나오게 하는 과정이므로 아프지 않고 계속 던지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여러 취재진을 쭉 둘러보더니 “아, 이렇게 (인터뷰)하니까 1선발 느낌”이라고 활짝 웃었다.

권혁은 공은 던지지 않았으나 웨이트트레이닝에 집중하면서 땀을 흘렸다. 그는 “공을 던지진 않았지만 조금씩 몸을 끌어올리는 중”이라며 “오랜 기간 운동하지 못해서 답답한 마음이 컸다. 막상 (두산으로) 결론이 난 뒤 팀에 들어와서 훈련하니까 기분이 좋다”고 했다.

◇ ‘선배앓이’ 후배들도 집중력 UP

캠프 합류서부터 조언을 아끼지 않은 대선배가 불펜 피칭에 나서고 또다른 특급선배가 등장하자 후배들의 집중력도 한층 거듭났다. 김태형 감독도 씩 웃었다. 그는 “젊은 투수든, 기존에 뛰던 투수든 (배영수, 권혁의 합류로) 더 신경을 많이 쓰지 않겠느냐”며 “도움을 받을 건 받아야겠지만 엔트리 폭이 좁아지다보니 경쟁 부담이 커지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그러면서 “영수나 혁이 모두 잘 해야 한다는 부담이 클 것이다. 그래서 별다른 주문하지 않는다. 알아서 경기력 뿐 아니라 팀에 도움이 될 선수들이어서…”라고 입술을 깨물었다.

두산은 지난해 한국시리즈에서 무너질 때 팀 선참급이 분위기를 다잡는 데 부족했다는 지적을 받았다. 배영수와 권혁도 잘 알고 있다. 배영수는 캠프에서 기본서부터 하나하나 선수들과 소통하고 있다. 권혁도 “당연히 베테랑으로 후배들과 어떠한 분위기를 만드느냐, 어떻게 더 강해지느냐를 고민해야 할 때”라며 “내가 할 수 있는 야구 외적인 구실도 찾아서 도움이 되고 싶다”고 말했다. 둘의 훈련을 바라본 허구연 MBC해설위원은 “검증된 베테랑 선수들은 구위가 어떻느냐보다 몸 상태를 중요하게 여겨야 한다. 둘 다 그런 면에서 좋은 선수”라며 “투수 친화적인 잠실 구장을 홈으로 쓰니까 부담도 덜하지 않겠느냐”고 기대했다.

kyi0486@sportsseoul.com

◇[오키나와 영상]‘첫 불펜피칭’ 배영수 “힘드네, 오랜만에 던지니까 허허”(https://www.youtube.com/watch?v=be9YpCh2vIw&feature=youtu.b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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