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장강훈기자] 자초한 위기를 보란듯 이겨냈다. 아버지 품에 안겼던 22살 청년이 44살 중년이 돼 자녀들을 품에 안았다. 실패를 딛고 재기에 성공한 ‘골프황제’ 타이거 우즈(44·미국)가 전세계 중년들에게 깊은 울림을 전했다.

우즈는 15일(한국시간) 미국 조자아주 오거스타에 위치한 오거스타 내셔널 골프클럽(파72)에서 열린 PGA투어 마스터스 최종라운드에서 2언더파 70타를 쳐 4라운드 합계 13언더파 275타로 ‘그린재킷’의 주인공이 됐다. 우즈가 마스터스를 제패한 것은 지난 2005년 이후 5번째이고, 잭 니클라우스(미국)의 최다 우승(6회)에 1승 차로 다가섰다. 이날 우승으로 통산 81승을 따내 샘 스니드가 갖고 있는 PGA투어 개인 최다 우승 82회에도 1승 차로 따라 붙었다. 2008년 US 오픈 우승 이후 11년 만에 메이저대회 15승 째를 수확했다. 니클라우스가 가진 메이저 최다승(18승) 경신도 가시권에 들어왔다. 지난 1961년 이후 13년 만인 1974년에 그린재킷을 입은 게리 플레이어(남아공)의 최장기간 재우승 기록도 우즈가 바꿨다. 우즈는 14년 만에 그린재킷을 되찾았다. 자신의 메이저대회 첫 역전 우승이라는 이정표도 새겼다.

최종 라운드를 시작하기 전까지 선두 프란체스코 몰리나리(37·이탈리아)에 2타 차 뒤진 공동 2위였다. 승부는 ‘아멘코스’ 두 번째 홀인 12번홀(파3)에서 사실상 갈렸다. 몰리나리의 티 샷이 워터 헤저드에 빠졌다. 선두가 순식간에 2타를 잃자 ‘황제’는 그 틈을 놓치지 않았다. 15번홀(파5)에서 역전 버디 퍼트를 성공한 뒤 16번홀(파3)에서 쐐기 버디를 낚았다. 몰리나리는 13번홀(파5) 버디로 회복하나 싶더니 15번홀에서 2타를 더 잃고 선두 경쟁에서 탈락했다.

마지막 18번홀(파4)에서 보기 퍼트를 컵에 떨어뜨린 우즈는 두 팔을 높게 들며 환호했다. 캐디 조 라카바와 격한 포옹을 나눈 우즈는 22년 전 첫 우승 때처럼 그린 옆에서 기다리던 어머니 쿨디다를 끌어안고 기쁨을 나눴다. 딸 샘, 아들 찰리도 할머니와 함께 기다리고 있다가 아버지 우즈에게 안겼다. 우즈는 우승 직후 “지난해 마스터스에 다시 출전했다는 사실 자체가 행운이었다. 그 전시즌에는 저녁을 먹기 위해 레스토랑을 걸어다니기도 힘들었다. 며 오랜 부상에 시달렸던 과거를 돌아봤다. 그러면서 “종일 코스를 도는 것에만 전념하려고 애썼다. 마지막 퍼트를 하고 나서는 내가 무엇을 한 것인지는 몰랐고 소리를 지르고 있더라”며 감격했다.

세월이 흐른만큼 주변 여건이 변했다는 것도 인정했다. 우즈는 “처음 마스터스에서 우승한 1997년에는 아버지와 함께였는데 지금은 내가 두 아이의 아빠가 됐다. 아이들이 나를 응원해준 덕분에 정말 큰 힘이 됐다”고 말했다. 그는 “그동안 많은 일을 겪어 더 감격적인 순간이다. 잠을 자지도 걷지도 못했던 시기도 있었다. 다시 골프를 할 수 있었던 것은 행운”이라며 “이번 마스터스는 커리어 최고의 우승 중 하나”라고 강조했다.

우승상금 207만달러를 추가한 그는 마스터스에서만 총 950만달러를 벌어 필 미컬슨을 제치고 마스터스 통산 상금 1위로 올라섰다. 이날까지 1억 1791만달러로 통산 상금 1위 자리도 굳건히 지켰다. 또 마스터스 역대 7번째로 40대에 우승한 선수로 이름을 올렸다. 이날 43세 3개월 13일인 우즈는 니클라우스가 1986년 기록한 46세 2개월 23일의 최고령 우승에 이은 역대 두 번째 최고령 챔피언으로 남았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 마스터스 최다 우승자인 니클라우스 등 전세계 각계 각층의 축하 인사도 쇄도했다. 한국야구위원회(KBO) 이승엽 홍보대사도 우즈의 우승 장면을 실시간으로 지켜보며 “우즈형이 해냈다. 존경한다”는 메시지를 게재해 눈길을 끌었다.

한편 한국 선수로는 유일하게 마스터스에 참가한 김시우는 최종라운드에서 3타를 줄여 5언더파 283타 공동 21위로 대회를 마쳤다. 2017년 컷 탈락의 아픔을 시작으로 지난해 공동 24위에 올랐던 개인 최고 성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