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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성철 에픽게임즈 코리아 대표

[스포츠서울 김진욱기자] 일반인들에게는 생소하지만 게임을 개발하는 개발자들 가운데 ‘언리얼 엔진’과 이를 개발해온 ‘에픽게임즈’를 모르는 사람들은 없다.

특히 에픽게임즈는 게임 개발을 오랫동안 해온 게임 개발사였지만 국내에서 특별히 관심 있는 게임을 선보이지 못해 일반 게이머들에게는 생소할 수밖에 없다.

에픽게임즈의 한국 법인인 에픽게임즈 코리아가 지난해 한국의 대표 게임 전시회 ‘지스타’에 메인스폰서로 참여하고 ‘포트나이트’로 대규모 프로모션을 하면서 국내 게이머들에게 친근하게 다가왔다.

하지만 에픽게임즈 코리아는 이미 2009년 5월 중순 법인을 설립해 올해로 10년째를 맞는 국내 몇 안되는 북미권 게임사의 국내 법인이다. 현재 북미권 게임사가 국내 법인을 둔 기업으로는 블리자드와 EA 정도다. 국내 법인 설립에 소극적인 북미의 해외 게임사와는 조금은 다른 행보다. 더구나 올해는 게임 유통 플랫폼인 ‘에픽게임즈 스토어’를 국내 선보이며 또다른 도전을 진행 중이다.

10년의 새로운 도전의 역사를 가진 에픽게임즈 코리아를 이끌고 있는 박성철 대표를 만나 에픽게임즈 코리아의 과거 현재 미래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다.

- 게임업계와 인연을 맺은 계기가 궁금하다.

학창 시절 게임과 관련해 이미 관심이 많았다. 1995년 PC통신 시절 나우누리에서 게임 동호회를 만들어 활동했다. 당시 VG라는 커뮤니티였는데 기존 하이텔에서 운영하던 게임 커뮤니티보다 더 활동적인 커뮤니티로 성장시켰던 경험이 있다. 당시 게임 선진국인 미국과 유럽쪽 등 해외 기사는 일반 게이머들인 게임 잡지를 통해 접했다. 시차가 1개월 정도 났다. 그런데 웹서비스 개념도 없는 텍스트 인터넷 시절 인터넷을 뒤져서 바로바로 관련 내용을 번역해서 커뮤니티에 올렸고 그 내용들이 좋은 반응을 얻어 가장 큰 게임 커뮤니티가 됐었다.

이러한 관심과 경력을 가지고 2000년대 초반 국내 법인을 설립한 소니의 게임 분야 한국 법인인 SCEK(소니 컴퓨터 엔터테인먼트 코리아)에서 직업으로서는 처음으로 일을 시작했다. 플레이스테이션(PS)을 국내 출시하면서 해외 게임들 국내 론칭을 하고, 국내 개발사에서 소니의 라이선싱을 관리하는 일부터 시작했다.

이후 마이크로소프트로 자리를 옮겨 X박스 국내 론칭할 때 참여했다. 아시아 호주 서드파티 관리를 했다. 그리고 에픽게임즈 국내 진출 소식을 듣고 지금까지 에픽게임즈 코리아에 있게 됐다.

- 주로 굵직한 해외 기업들의 국내 진출에 중요한 역할을 했다. 그런데 그에 비해 작은 규모였던 에픽게임즈 코리아 초기 멤버로 참여했고, 여러 다른 기업에서 국내 진출을 할 때 많은 러브콜이 있었을 텐데 10년이나 지속적으로 근무하게 된 이유는?

무엇보다 에픽게임즈 본사 대표인 팀 스위니 철학이 너무 좋다는 것이 가장 큰 이유다. 업계에서 돈만 벌려는 사업가와는 다르게 다른 결정을 내린다. 업계 천재라고 불린다.

과가 마이크로소프트(MS)에 근무할 때 존경하던 빌 게이츠 회장을 만날 기회가 있었다. 하지만 멀리서만 바라볼 수 있는 존재였다.

에픽의 팀 스위니하고는 처음부터 중요한 결정 등을 허심탄회하게 상의할 수 있었다. 이러한 것은 나만 아니라 다른 직원들도 마찬가지다. 이런 사람과 가깝게 일할 수 있구나라는 점이 가장 큰 강점이다. 지난 10년간 헤드헌터를 통해 해외 주요 글로벌 회에서 채용 문의가 와도 흔들린 적이 없었다.

- 게임업계에서 다른 분야로 넘어가시는 분들도 많다. 다른 분야 CEO에 대한 욕심은 없었는지?

에픽게임즈는 게임 엔진 언리얼을 서비스하면서 게임 개발도 한다. 최근 비게임 분야에 언리얼이 사용되면서 건축이나 자동차 관련 분야 사람들과의 일을 하게 된다. 여기에 최근 유통사업 분야인 스토어 사업이 추가됐다.

사람은 하나만 하라고 태어난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다른 분야에서 잘할 수 있는 사람은 복잡한 존재이다. 자기 잠재력에 대해서 제한을 두면 그것이 그만큼에서 정해진다. 에픽이 하는 일은 많지만 전세계 직원이 1500명 수준이고 한국은 겨우 25명이다. 그만큼 많은 기회를 주어지는 환경이다. 다른 데로 나가지 않고도 다른 비즈니스를 할 수 있어 흥미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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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성철 에픽게임즈 코리아 대표가 게임 엔진인 ‘언리얼엔진’ 로고가 새겨진 자신의 사무실 앞에 서있다.

- 에픽게임즈가 지난 3월 18~22일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개최된 세계 최대 개발자 행사 GDC(게임개발자 콘퍼런스)에서 새로운 사업 계획을 공개했다. 올해 발표된 내용 가운데 가장 엑센트를 주고 싶은 부분이 있다면?

새로운 후원 프로젝트 ‘에픽 메가그랜트’를 가장 먼저 언급하고 싶다. 메가그랜트는 게임을 비롯해 비 게임분야 개발자들에게 1200억원을 지원하는 프로젝트다.

두번재로는 개발과 스토어 유통 사이에 운영하기 위한 여러 가지 필요한 부분이 많은데 출시한 다음에 운영하는데 필요한 ‘에픽 온라인 서비스’도 발표했다. 발표하면서 SDK 초기 버전도 공개했다.

에픽게임즈 스토어(이하 에픽스토어)는 이미 한국과 중국을 제외하고는 지난해 12월에 문을 열었다. GDC에서는 에픽 스토어에 독점 유통될 ‘메트로 엑소더스’, ‘월드워 Z’, ‘아웃워드’ 등의 게임도 공개됐다.

- GDC 이후 가진 국내 간담회의 핵심은 에픽게임즈 스토어인 듯하다. 본사에서 가진 한국 시장에 대한 기대치와 어려운 점은?

에픽 스토어는 이미 글로벌 시장에서는 지난해 12월 서비스가 시작됐다. 별도 규제가 있는 한국과 중국을 제외하고는 전세계에 론칭한 것과 마찬가지다.

한국은 애매한 위치다. 한국 정부는 해외에서 하는 게임 서비스를 중국과 같이 아예 IP 차단과 같은 방법으로 막지는 않는다. 하지만 한국에 들어와서 사업을 할 때는 철저하게 규제 시스템을 적용한다. 스토어와 같은 사업은 국내 법인 설립 없이 사업을 하면 별도 규제가 없다. 에픽게임즈도 한국에 법인이 없었다면 스팀처럼 규제를 피해 운영할 수 있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에픽은 포트나이트로 한국 시장에 100억원 규모의 마케팅비를 쓸 정도로 투자를 하고 중요한 시장으로 바라보고 있다. 모든 한국의 법을 지키는 것이 우리의 원칙이다.

아쉬운 점은 치외법권 지역에서 사업을 하는 것이 더 많은 이익이 되고 있는 현실이다. 중국은 접근이 어렵지만 중국내 사업을 하면 중국내에서 보호를 받는다. 하지만 한국은 되레 역차별을 받는다.

글로벌 기업의 국내 법인 대표를 맡고 있지만 같은 게임 비즈니스를 하고 있던 게임인이 국회에 갔고 4차 산업혁명 위원장으로 활동 중인데 이러한 문제를 앞서서 해결하지 못하고 있는 현실이 안타깝다.

- 에픽게임즈 입장에서 한국 시장은 어떤 의미를 가지고 있는가?

한마디로 하면 ‘특별하다’이다. 에픽게임즈 본사에서 입에 발린 말을 하는 그런 수준의 것이 아니라 사실을 기반해 정황적으로 그렇다는 것이다. 에픽게임즈 해외 지사를 가장 먼저 한국에 세웠다. 그 다음에 일본, 유럽, 중국에 만들어졌다.

더구나 핵심 제품의 개발 인력을 지사에 두는 경우는 없다. 해외 지사는 대부분 영업조직이다. 하지만 한국에는 유일하게 개발 조직인 언리얼모바일 부분이 있다.

여기에 팀 스위니 본사 대표가 상당히 바쁜 일정에도 매년 한국을 찾는다. 올해 5월에도 국내 개최 서밋을 위해 한국을 찾는다. 반면 일본만 해도 팀 스위니 대표가 매년 방문하지 않는다. 팀 스위니 대표가 한국을 자주 찾는 이유는 한국 개발자들이 자신이 만든 언리얼엔진을 너무 잘 활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국내 개발자들이 자신의 엔진을 매우 높은 수준으로 쓰고 있는 것을 보면 매우 좋아하는 것이 눈에 보인다.

언리얼 엔진의 무료 모델도 한국 시장에서 찾았다. 한국의 비즈니스 모델 아이디어가 잘되면 그 다음에 해외에 적용한다. 한국의 개발사들을 통해 북미와 유럽권 게임 사업을 예견하는 것이다.

- 포트나이트는 에픽에게 매우 의미 있는 게임이다. 하지만 국내 성적은 해외에서만큼은 아닌 듯하다. 한국에서의 포나의 의미를 말해준다면?

포트나이트는 전세계적으로 매우 좋은 성과를 낸 게임이다. 일본에서는 가장 성공한 부분유료화 게임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단 중국은 여전히 출시가 안됐고 한국에서는 기대 이상의 성과를 얻지는 못했다.

한국은 전략적인 의미에서 가야 할 시장이다. 단순하게 수익으로 돌려받아야 한다고 생각하는 시장은 아니다. 언리얼엔진 사업을 하면서 팀 스위니 대표가 중요시하는 부분이 있고 엔진을 떠나, 외국계 회사로 처음으로 한국을 대표하는 게임 전시회 지스타의 메인스폰서를 담당하기도 했다.

전략적인 면에서는 e스포츠 종목으로서의 가능성이다. 포트나이트 월드컵 예선에서 한국 게이머들의 성적이 매우 좋다.

여기에 1인 방송과 결합된 포트아니트 크리에이터 ‘포크리’ 사업을 진행하고 있어 한국 시장을 더욱 관심 있게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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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성철 에픽게임즈 코리아 대표가 에픽게임즈 스토어의 반응과 앞으로의 계획을 설명하고 있다.

- 지난 12일 한국에 문을 연 에픽게임즈 스토어의 초반 반응은?

구체적인 수치를 밝힐 수 없는 부분은 이해해달라. 아직까지 국내 반응은 조금 부정적인 부분이 많은 듯하다. 일부 커뮤니티에서 경쟁 플랫폼과의 차별점을 표로 만들어 공유하는 등 우리 서비스에 대해서 불만족스러운 부분을 강조하는 경우도 있는 것을 안다.

하지만 에픽은 완성된 것을 익히고 익혀서 내놓기보다는 최소한의 사양이 되면 서비스를 하고 버전업을 통해서 이용자들의 반응에 충실히 담자는 생각이 강하다. 과거 페이스북과 같이 불안정한 서비스를 내놓지만 결국 지속적으로 성능을 추가해 전세계가 사용하는 서비스가 되는 것과 같은 개념이다.

아직 경쟁사인 스팀은 여전히 한국에 정식 출시가 된 것은 아니다. ESD 사업을 합법적이면서 공식적으로 하는 것은 우리가 최초다. 모자라는 기능은 적어도 이용자들이 지적하는 경쟁사 대비 부족한 부분을 해소하는 스토어로 성장해 나갈 예정이다.

- 해외에서의 에픽스토어 반응도 궁금하다?

해외에서는 잘된다. ‘월드워Z’는 100만장 돌파했다. 해외 인기 순위를 짐작할 수 있는 트위치에서 가장 활발한 게임 톱10을 보면 3개가 에픽 스토어 게임이다. 6개월여밖에 안된 게임 스토어에서 서비스되는 게임이 트위치에 3개나 10위권에 올라와 있다는 것은 어느 정도 안정된 서비스가 이뤄지고 있다는 것을 말해준다.

그리고 에픽 스토어의 ‘88:12’(게임사 88%, 유통사 12%) 정책에 게임사들도 새로운 시도를 하고 있다는 점은 매우 긍정적이다. 월드워Z는 기본적으로 해외에 39.99달러에 출시됐다. 그런데 개발사 수익률이 70%에서 88%로 늘어나자 가격은 35달러로 낮춰 이용자들에게 판매했다. 그리고 한국에는 3만5000원의 더욱 저렴한 가격에 공급하고 있다.

- 해외에서도 스팀의 30% 수수료 정책을 비판하며 에픽게임즈 스토어의 론칭을 반기는 듯하다.

수수료 88대 12는 개발자들이 매우 반기고 있다. 국내 개발자 역시 스토어가 발표되기 전부터 준비가 되면 참여하고 싶다는 의견을 많이 줬다. 하지만 아직은 본격적으로 진행되는 단계는 아니다. 서비스 안정화에 시간이 좀 걸릴 듯하다.

개발자들에게 많이 많이 돌아가다가 보니 한국에 론칭한 해외 서드파티 게임이 20개 정도인데 경쟁 플랫폼 보다 낮췄다. 가격을 낮춰 이용자들에게 혜택이 돌아가는 선순환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는 것이다.

- 개발자의 이익은 생각했지만 이용자의 이익은 무엇인가에 대한 물음도 나오고 있다. 앞으로 이용자에 대한 이익의 극대화를 위해 준비하고 있는 것이 있다면?

즉각적으로 좋은 것은 무료게임이다. 2주에 하나씩 선보인다. 개발자 수익이 늘어나면 가격인하 여력이 생긴다. 그리고 그러한 움직임이 현실적으로 나타나고 있다.

크게 봐서는 게임회사들이 망하지 않을 확률이 높아진다. 그렇게 되면 게이머들은 다양한 게임을 즐길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진다.

유통망이 돈을 많이 가져가면 개발자들이 만들기 쉽지 않다. 게이머들 입장에서 다양성의 선택권리를 놓칠 수 있다. 그걸 고치고 싶어 에픽 스토어를 론칭하게 된 것이다.

- 지금까지 공개된 비즈니스 외 올해 계획이 있다면?

연내 사옥을 옮길 예정이다. 현재 25명 정도가 근무하는데 앞으로 사업영역도 늘어나고 사람도 따라서 늘어나게 된다. 미팅룸도 부족해 새로운 공간을 준비중이다. 지난 2015년 12월 현 사옥(서울 강남국 논현동 소재)으로 이전했는데 3년 반만이다.

새로운 사무실은 성수대교 건너편 압구정동 근처가 될 예정이다. 현재 새 사무실 공사를 하려고 설계를 하고 있다. 이번에 가면 오래 있을 생각으로 장기 계약을 했다. 새로운 사업이 들어오고 사옥도 늘이는 것처럼 에픽게임즈와 게이머들이 함께 성장해 나갔으면 한다.

jwkim@sportsseou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