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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소연(왼쪽)이 캐디로 나선 아버지 박재순 씨와 우승 트로피를 들고 포즈를 하고 있다. 여주 | 김용일기자

박소연 1번홀 버디 성공하며 갤러리에 인사하고 있다
제공 | KLPGA

[여주=스포츠서울 김용일기자] “교촌 신(神)이 올해는 제게 온 것 같다.”

정규투어 데뷔 7년 차, 167개 대회 만에 첫 우승을 기록한 뒤 펑펑 울던 박소연(27·문영그룹)은 기자회견 장에 들어서면서 환하게 웃었다.

박소연은 5일 경기도 여주 페럼클럽(파72·6582야드)에서 끝난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투어 제6회 교촌 허니 레이디스 오픈(총상금 5억원) 최종 라운드에서 버디 2개, 보기 1개를 묶어 1언더파를 기록, 1~3라운드 합계 11언더파 205타로 공동 준우승한 박민지, 최민경(10언더파 206타)을 1타 차이로 제치고 프로 첫 승을 해냈다. 그는 기자회견에서 “컨디션이 좋지 않았는데 마음을 비우고 쳐서 우승한 것 같다”고 말했다. 우승 퍼트 이후 눈물을 흘린 그는 이어진 방송인터뷰에서도 눈물을 멈추지 못했다. 올 시즌부터 캐디백을 멘 아버지 박재순 씨와 함께 이뤄낸, 와이어투와이어(1라운드부터 최종 라운드까지 선두를 내주지 않고 우승)어서 더욱 값지다. 그는 “아빠 사랑해~”를 외쳤다.

지난 2011년 8월 입회한 박소연은 2013년 4월 롯데마트 대회를 통해 정규투어에 데뷔했다. 그 후 준우승만 6차례 달성했을 뿐 우승 기록은 없었다. 지난달 끝난 올 시즌 첫 메이저 대회 크리스 F&C 제41회 KLPGA 챔피언십에서도 연장 접전 끝에 최혜진에게 우승컵을 내줬다. 마침내 167개 대회 출전 만에 첫 우승을 기록하면서 KLPGA 역대 최다 출전 우승자에 이름을 올렸다. 기존 기록 보유자는 지난 2005년 제주 삼다수 마스터스에서 156개 대회 출전만에 첫 우승한 윤채영이다. 박소연은 윤채영보다 무려 11개 대회를 더 치른 끝에 우승을 일궈냈다. 우승 상금 1억을 받은 그는 상금 순위에서도 2억 4251만2857원으로 1위로 점프했다.

다음은 박소연과 일문일답- 우승 소감은.

어제 저녁까지 우승할 줄 몰랐다. 운이 따른 것 같다.

(우승 생각을 왜 못했나?)

다른 선수들이 더 잘 칠 것으로 생각했다. 사실 컨디션이 좋지 않았다. 생각 안 하고 마음 비우고 쳤는데, 그래서 우승한 것 같다.

- 우승 이후 방송 인터뷰에서 “아버지 사랑해~”라는 소감도 인상적이었는데, 오늘 아침에 해준 말은.

경기 중 흔들렸을 때 ‘괜찮다’, ‘할 수 있다’고 했다. 마음을 다잡아준 것 같다.

- 이전까지 준우승만 6차례, 주변인으로부터 아쉽다는 얘기를 많이 들었을텐데.

힘든 것 없었다. 내가 못 쳐서 준우승한 게 아니다. 다른 선수가 더 잘해서 준우승한 것이다. 항상 준우승을 만족했다. 그래서 지금 우승한 것 같다.

- 이전에 운이 따르지 않았다고 했는데, 오늘은 운이 따른 것 같나.

(이 대회 3연패 주인공인)해림이 언니에게 간 ‘교촌 신’이 올해는 내게 온 것 같다.(웃음) 바람이 강하게 불다가, 안불다가를 반복했다. 거리 제어하기가 쉽지 않았다. 퍼트 감이 좋아서 잘 된 것 같다. 10번 홀 보기를 했을 때 아버지가 ‘이제 10번 홀이다. 침착하게 하라’고 조언했다.

- 최근 오름세의 원동력은.

자신감이 붙은 것 같다. 전체적인 플레이를 비슷한데 자신감이 생겨서 공격적으로 하고 있다. 우선 확실히 퍼트가 좋아졌다. 전지 훈련에서 쇼트게임 위주로 많이 한 덕분이다.

- 상금 순위 1위로 올라갔는데, 올 시즌 전망은?

신에게 맡겨야 할 것 같다.(웃음) (운이 따르면) 충분히 한 번 더 우승할 수 있을 것 같다.

- 가장 우승하고 싶은 대회는.

한국여자오픈이다. (2013년 우승을 내준 전인지에게 설욕을 하고 싶나?)그렇다. 그 선수가 꼭 나왔으면 좋겠다.(웃음)

- 첫 우승 상금은 어떻게 쓰고 싶나.

어머니가 어버이 날에 시계 사고 싶다고 하셔서 롤렉스 시계 사드리고 싶다. 상금 받는 즉시 아버지와 커플로 사드리겠다. 상금 절반 이상 나가도 상관이 없다. 어버이 날 앞두고 효녀 노릇하라고 우승을 한 것 같다.

- 올 시즌부터 아버지가 캐디로 나서는데.

(올 시즌)개막전 효성 챔피언십부터 캐디를 하셨다. 아버지가 신인 때 ADT캡스 대회 때 캐디를 맡았는데 성적이 좋았다. 사실 아버지와 엄청 싸웠는데 올해 많이 바뀌셨다.(웃음) 좋은 말도 많이 해주시더라.

- 전날까지 긴장하지 않았다고 했는데, 오늘은 어땠나.

1번 홀에서는 긴장하지 않았는데 4번 홀부터 긴장했다. 9번 홀 갔는데 11언더파를 하고 있었는데 리더보드에 (추격하던 박민지의)10언더파를 봤다. 앞으로는 (리더보드를)보지 않아야 할 것 같다. 17번 홀 세컨드 샷 이후엔 그래도 편하게 쳤다.

kyi0486@sportsseou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