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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서울 김현기기자]“2021년을 얘기했다.”
판문점에서 남·북·미 정상이 만나는 역사적인 일이 벌어졌다. 잠시 얼어붙었던 남·북 스포츠 교류, 특히 2032년 서울-평양 하계올림픽 공동 개최 논의도 다시 녹아 더 큰 에너지를 받을 전망이다.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신규 위원으로 선출된 이기흥 대한체육회장이 2032 하계올림픽 공동개최 확정 시한까지 못박으면서 귀추가 주목된다.
지난달 26일 스위스 로잔에서 열린 제134차 IOC 총회를 통해 신규 위원이 된 이 회장은 이틀 뒤인 28일 귀국한 뒤 올림픽 공동개최가 자신의 당면 과제라고 강조했다. 이 회장은 이번 총회에서 북한 국가올림픽위원회(NOC) 대표 김일국 체육상과 수차례 미팅한 뒤 남·북 체육 교류 방안 논의했다고 밝혔다. 이 회장은 “김 체육상과 2020년 도쿄 올림픽 남·북 단일팀 구성 문제를 주로 얘기했다. 논의가 잘 진행됐고 좋은 결과가 있을 것”이라고 자신했다. 남과 북, IOC는 지난 2월 여자하키와 여자농구, 카누, 유도 등 4종목에서 단일팀을 결성하기로 합의했다. 그러나 곧바로 베트남 하노이에서 열린 북·미 정상회담이 결렬되면서 협상은 ‘올스톱’ 됐다. 여자하키 대표팀은 지난 달 도쿄 올림픽 1차예선에 단일팀이 아닌 남측 선수로만 이뤄진 팀으로 최종예선 진출에 성공했다. 이 회장이 불과 1년 남은 도쿄 올림픽 단일팀 문제에 많은 힘을 쏟으면서 새 전기가 마련될 것으로 보인다.
이 회장은 이어 서울-평양 올림픽을 언급했다. 이는 문재인 대통령의 역점 사업이기도 하다. 문 대통령은 지난 27일 SNS를 통해 “우리는 2032년 남·북이 함께 하계올림픽 유치하려는 목표를 갖고 있다. 그 어느 때보다 이 위원 어깨가 무겁겠지만 정부가 함께 노력할 것”이라며 이 회장의 IOC 위원 당선을 축하한 것은 물론 그의 행보에 힘을 실었다.
이번 IOC 총회에선 올림픽 7년 전 개최도시를 투표로 선정하는 규정이 삭제됐다. 대신 올림픽 개최지가 더 일찍, 그리고 하나의 도시가 아닌, 여러 도시와 나라가 공동으로 올림픽을 개최할 수 있도록 변경됐다. 이 회장은 “북측과는 2021년에 유치를 확정하자고 얘기를 나눴다. 김일국 체육상도 통일부를 통해 이에 대한 요청을 정식으로 보내달라고 했다”고 했다. 규정 변화에 따라 IOC는 도시와 도시가 표결로 겨루는 제한적인 유치 도시 선정 방식에서 벗어났다. 이는 서울-평양 공동개최에 유리할 것으로 보인다. 우선 토마스 바흐 위원장이 오는 2021년 1차 임기를 마치면서 4년 연장을 노리고 있는데, 서울-평양 대회 확정은 ‘평화’를 모티브로 탄생된 올림픽 정신 구현과 자신의 재선 등에 여러모로 어울린다. 아울러 문 대통령의 임기도 2022년 5월 끝나기 때문에 한 해 전인 2021년 확정이 잘 어울린다. 지금은 남·북간 올림픽 공동개최 논의가 중단된 상황이지만 이번 남·북·미 판문점 만남 등으로 협상에 가속이 붙을 경우 브리즈번이나 상하이, 뭄바이 등 다른 경쟁지를 훌쩍 앞서 당장 내년은 어렵더라도 2년 뒤엔 IOC 위원 사이에서 대세를 이룰 수 있다.
마침 2021년 IOC 총회는 올림픽 발상지 그리스 아테네에서 열려 그곳에서 서울-평양 올림픽 개최가 확정되면 그 의미가 더 커지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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