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희 전 일우재단 이사장이 2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필리핀 가정부 불법고용 사건 선고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오장환 기자 5zzang@seoul.co.kr

[스포츠서울 이선율기자]필리핀 가사도우미를 불법 고용한 혐의로 기소된 고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의 부인 이명희 씨와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이 1심에서 징역형의 집행유예를 선고받았다.

서울중앙지법 형사15단독 안재천 판사는 2일 위계공무집행방해 및 출입국관리법 위반 등의 혐의로 기소된 이씨에게 징역 1년6개월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하고 160시간의 사회봉사를 명령했다.

조 전 부사장에겐 범죄 혐의를 구분해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 그리고 벌금 2천만원을 각각 내렸다. 120시간의 사회봉사도 함께 명령했고 함께 기소된 대한항공 법인에는 벌금 3000만원을 선고했다.

두 사람에 대한 법원의 선고 형량은 검찰의 구형량인 벌금 3000만원, 벌금 1500만원보다 무거운 형량이다.

재판부는 “총수의 배우자와 자녀라는 지위를 이용해 대한항공을 가족 소유 기업처럼 이용했고, 그들의 지시를 따를 수밖에 없는 직원들을 불법행위에 가담시켰다”면서 “그 과정에서 대한항공 공금으로 비용이 지급되기도 했다”며 “피고인들의 범행은 안전한 국경 관리 및 외국인 체류관리, 외국인 고용을 통한 취업 시장의 안정과 사회 통합을 꾀하고자 하는 국가 기능에 타격을 줬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피고인들이 범행 일체를 인정하며 반성하는 것은 유리한 정상”이라면서도 “불리한 정상들을 고려하면 유리한 정상들과 검찰의 구형을 참작해도 벌금형은 비난 가능성에 상응하는 형이라 보기 어렵다”며 징역형 선택 이유를 밝혔다. 특히 이 전 이사장에 대해서는 “불법 고용을 인식해 가사도우미를 귀국시켰다고 주장하나 그렇지 않은 정황이 보인다”면서 진정으로 혐의를 뉘우치는 것 같지 않다고 지적했다.

이 전 이사장은 딸인 조현아 전 부사장과 함께 2013년부터 지난해 초까지 필리핀 여성 11명을 대한항공 직원인 것처럼 허위로 속여 입국시킨 뒤 가사도우미 일을 시킨 혐의로 기소됐다. 이씨는 6명, 조씨는 5명의 가사도우미를 각각 불법 고용한 것으로 조사됐다.

또한 대한항공은 이씨와 조씨의 지시를 받아 필리핀 지점을 통해 가사도우미를 선발한 뒤 현지 우수직원으로서 본사의 연수 프로그램을 이수한다고 꾸며 일반 연수생(D-4) 비자를 발급받았다. 가사도우미로 일하려면 재외동포 비자 (F-4)와 결혼이민자 비자(F-6) 등 내국인에 준하는 체류자격 비자를 발급받아야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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